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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무역 협정 미체결국에서 EU 회원국 및 동맹국 중심으로 비용 상승 및 특정국 거래 의존도 증가, “단기적 부작용”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유럽연합(EU)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해 공급망 재조정을 통해 위험을 경감하고 자생력을 키우고자 한다. 2021~2023년 기간 EU 수입은 무역 협정 미체결국을 떠나 역내 생산과 지역 파트너, 원거리지만 무역 협정을 맺은 동맹국들을 향하고 있다. 무역 다변화를 위한 과정에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입 가격 인상과 과도기적 조정으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유럽연합, 공급망 재조정 ‘본격 착수’
수 세기 동안 글로벌 공급망은 무역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을 최적화하며, 핵심 투입물 조달과 사업 확장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갈등, 무역 정책의 무기화는 공급망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회원국들이 보호무역주의는 멀리하되 전략적 자주성과 리스크 최소화 관점에서 무역 및 산업 전략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EU의 무역 정책은 이제 고위험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핵심 공급망을 지키며 경제 안보를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갈수록 파편화하고 있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경제 안정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무역 협정 미체결국’ 수입 의존도 축소, ‘EU 회원국’ 거래 증가
눈에 띄는 변화는 EU가 무역 협정 미체결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회원국들과 협정 체결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산업 및 무역 전략(Industrial and Trade Strategies) 보고서에도 이러한 양상이 드러난다. 2021~2023년 기간 미협정 무역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 물량이 1.8%P 줄어드는 대신 EU 27개 회원국과 인접 협정국 및 원거리 협정국으로부터 수입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주: EU 회원국(청색), 인접 무역 협정국(노랑), 원거리 협정국(녹색), 미협정국(주황)/출처=CEPR

주: 점유율 변화(P%)(Y축), 원거리 협정국(녹색), 인접 무역 협정국(노랑), EU 회원국(청색), 미협정국(주황)/출처=CEPR
이는 전체적으로 보면 리쇼어링(reshoring, 제조 및 서비스의 자국 재이전)의 초기 신호로 읽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업마다 무역 다변화의 양상이 모두 다르다. 특히 원자재 및 반도체, 무공해 기술 등 중요도가 높은 공급망은 EU 회원국으로의 이전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또한 전반적인 무역 다변화 흐름 속에서 특정 부문은 역내 생산 증대에 요구되는 시간 때문에 아직 특정 무역 파트너에게 심하게 의존하는 모습도 보인다.
‘리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모두 관측
EU의 무역망 재조정은 세 가지 추세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리쇼어링인데 EU 수입 중 상당한 물량이 외부 의존도를 줄이고 회원국들 중심의 역내 생산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또한 지리적으로 가까운 무역 협정국과의 무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반도체 부문은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근 국가로의 사업 이전)의 경향이 뚜렷이 관찰된다. 한편 원자재 및 의존재(dependent goods, 최종재의 원자재나 부품)의 경우는 원거리 무역 파트너와의 거래가 늘어나는 파트너쇼어링(partner-shoring, 동맹국과의 무역 거래 강화)이 눈에 띈다.

주: EU 27개 회원국(좌측), 인접 무역 협정국(중앙), 원거리 협정국(우측) / 전체 수입 물량(청색), 의존재(노랑), 단일 생산국 의존재(적색), 원자재(녹색), 반도체(노랑), 무공해 기술 산업 투입물(보라), *=90% 신뢰구간, **=95% 신뢰구간, ***=99% 신뢰구간, *음의 상관계수는 미협정국 수입 비중 감소와 협정국(나머지 3개 그룹) 수입 비중 증가를 동시에 의미/출처=CEPR
비슷한 패턴은 최근 대부분의 공급망을 중국에서 멕시코와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EU가 다른 점은 단기적인 비용 상승에도 회원국 내 무역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과 유럽 위원회의 2024년 공급망 조사에서도 유럽 기업들이 재고 관리와 거래처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단기적 비용 상승 및 특정 상대국 의존도 증가 “감수해야”
공급망 재조정에는 자생력 강화와 외부 리스크 경감이라는 이점과 함께 반대급부도 함께 한다. 수입 물량을 미협정국으로부터 재조정하는 것은 전반적인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하지만 특정 무역 파트너에 대한 의존도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내 생산 시설 확장에 걸리는 시간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리쇼어링과 파트너쇼어링은 비용 상승도 동반하고 있다. 2021~2023년 기간 회원국 간 수입 증가로 인해 제품 단가가 0.74% 올랐고 원거리 협정국과의 거래에서는 2.71% 상승했다. 수입 가격 상승은 부문마다 다르지만 단기간의 공급망 조정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함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비용 상승 효과는 공급망 물류 최적화 및 효율성 증대 등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통해 상쇄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진행 중인 EU의 공급망 재조정은 지정학적,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핵심 산업의 리쇼어링과 공급망 다변화, 무역 협정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제적 탄력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온전하게 균형 잡힌 무역 전략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재조정을 요구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무역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고 비용 효율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책 당국과 기업은 추세 변화와 외부 충격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로만 아르조나(Román Arjona)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EU supply chain tectonic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