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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과 일반 기업 간 ‘인플레이션 예측 방식’에 차이 일반 기업, 공식 발표와 미디어 보도에만 의존 명확한 의사소통으로 ‘인플레이션 연장 효과’ 막아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21년 이후 선진국들은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 재개와 구인난, 공급망 붕괴 등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2022년 에너지 가격 충격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인플레이션을 전례 없는 수준까지 밀어 올렸다. 영국에서 월 단위로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수치는 언론 매체의 집중 보도 대상이 됐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금융 시장과 일반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인지하고 예측치를 조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치 조정 방식, 금융권과 일반 기업 ‘차이’
영국의 ‘의사 결정자 패널’(Decision Maker Panel, 영국 내 기업 경영자 대상의 인플레이션 기대치 및 가격 관련 월간 설문) 결과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기업들은 소비자 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 이하 CPI)의 변동에 근거해 인플레이션 예측치를 조정하고 전문가들의 예측치와 실제 인플레이션 간 차이(unexpected inflation deviation)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반면 금융시장은 해당 차이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 발표 전후(시간, 0=발표 시각), 상관계수(Y축), 상관계수=0.64, 표준 오차=0.06(*비교적 정확)/출처=CEPR

주: CPI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반응(좌측), 예측치와의 차이에 대한 반응(우측), CPI 인플레이션 예측치 변화, 연간 가격 인상 예상, 연간 CPI 인플레이션 예상(좌부터, 결과 변수, X축), 90% 신뢰구간/출처=CEPR
미디어 보도에 따라 실제 인플레이션도 ‘영향’
한편 미디어 보도는 인플레이션 자체의 움직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증폭된 시기에는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따른 가격 조정이 더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이다. 영국 신문에 등장하는 인플레이션 관련 용어의 빈도를 측정한 ‘인플레이션 미디어 보도 지수’(inflation media chatter index)와 CPI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은 놀랍게 유사하다.

주: 기간(X축), 인플레이션 미디어 보도 지수(좌측 Y축, 청색), CPI 인플레이션(우측 Y축, 갈색)/출처=CEPR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기업들은 전문가 예측치와 실제 인플레이션과의 차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디어 보도가 기업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보다는 관심도만 증폭시킨다는 얘기다.
결국 해당 사례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로 상징되는 금융 시장과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로 불리는 실물 시장 간 인플레이션 대응 방식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투자 수익률과 예측 지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금융 시장은 예측치와 실제 수치와의 차이에 주목하는 반면, 일반 기업들은 예측의 근거를 언론에 보도되는 소비자 물가지수 변동에만 두는 것이다.
미디어 영향 이해 및 효과적 커뮤니케이션 “중요”
또한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2022~2024년 기간에 집중됐고 2017~2021년의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 긴급한 경제 이슈로 인식된 시기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으로 미디어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해당 연구 결과는 경제 예측 모델과 정책 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통적인 경제 모델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가능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는 합리적 주체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가정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CPI 인플레이션 자체와 미디어 보도에만 의존해 기대치를 조정하고 있다.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책 당국은 미디어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중과 기업의 여론을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의 사후적 대응은 高인플레이션 상황에 처하면 해당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함을 의미한다. 과거의 인플레이션 추세가 미래 가격 결정에 작용하는 일종의 인플레이션 관성(inertia)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기업들의 기대치를 관리해 인플레이션 영향이 근거 없이 연장되는 상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이반 요조프(Ivan Yotzov) 영국 중앙은행(Bank of England) 이코노미스트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flation on Wall Street versus Main Stree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