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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예대금리차, 7개월 연속 확대 예금금리 내릴 동안 대출가산금리 올려 금융당국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 영향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예·적금금리를 즉각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대응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격차가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가계대출 총량규제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권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예대금리 축소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5대 은행 가계예대금리차 평균 1.38%포인트
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5대 은행의 정책금융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이 1.3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은행연합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고 발표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격차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벌어지는 중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1.47%포인트로 가장 컸다. 다음으로 신한·하나은행이 1.4%포인트, KB국민은행은 1.33%포인트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3%포인트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예대금리차'란 각 은행의 가계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수치를 말한다. 이때 가계대출상품 중 햇살론·사잇돌 대출 등 저소득층 대상의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상품만을 금리 기준으로 삼는다. 정책금융상품은 정부와 은행이 함께 재원을 마련하고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한정돼 있어 일반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책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는 이는 다수의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예대금리차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수치가 클수록 은행의 이자수익은 늘어난다.
예대금리차가 최대치를 경신한 데는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강화했고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후 금융당국이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으나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도록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의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예대금리차가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평균 연봉, 1년새 200만원 넘게 늘어
이렇게 주요 시중은행이 예대금리차를 기반으로 역대 최대 이익을 내는 사이, 은행원의 평균 연봉이 1억2,0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과 함께 지난해 희망퇴직금도 증가해 최대 7억원 이상 지급된 사례도 있었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1인당 평균 3억3,700만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신한은행은 1인당 평균 3억1,432만원, 하나은행은 1인당 평균 3억7,011만원의 특별퇴직금을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의 퇴직금 규모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은행의 사업보고서에 계상된 희망퇴직 비용에는 특별퇴직금만 반영된 것으로, 실제 희망퇴직자들은 이에 더해 법정 퇴직금도 함께 받는다. 통상 법정 퇴직금은 퇴직 직전 3개월 월평균 급여(상여·수당 등 포함)에 근속연수를 곱해 정해지며, 퇴직 당시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보통 2억~4억원대에 분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간 정산을 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희망퇴직자들은 특별퇴직금과 법정 퇴직금을 더해 보통 5억원대 중반~7억원대를 수령한다"며 "센터장 등 보수가 많고 근속연수도 긴 경우 7억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은행원들의 평균 연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4대 시중은행(하나·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020년 9,800만원에서 매년 상승해 2021년 1억550만원, 2022년 1억1,280만원, 2023년 1억1,628만원에 이어 지난해 1억1,84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00만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억2,061만원으로 KB국민은행을 제치고 평균 연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KB국민은행 1억2,000만원, 신한은행 1억1,900만원, 우리은행 1억1,400만원순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중심의 가계 부동산 대출은 리스크 요인
이렇게 시중은행이 역대급 이익을 거두고는 있지만 리스크도 상당하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대출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잠재 리스크 누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용부동산 등 비주택 담보대출은 상가공실률 상승 등 시장 여건 악화로 감소했으나 주담대는 지난해 말보다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금융여건 완화가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자극해 자산매입을 위한 레버리지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며 "부동산 부문으로 금융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금융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경기가 부진할 때 금융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경제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가계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주택가격 하락이 고위험가구 증가 가능성을 높인다고 추정했다. 금리 및 주택가격 변동분과 주택가격 전망을 반영해 지방과 수도권의 고위험가구 비중을 시산한 결과 지난해 말 지방과 수도권의 고위험가구 비중은 각각 5.4%, 4.3%로 나타났다. 올해 말에는 지방 5.6%, 수도권 4.0%로 지방의 고위험가구 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