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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주장과 다른 정황 발견 주장 "신용등급 강등, 미리 알았을 가능성 높다" 홈플러스 회계처리 위반 혐의도 적발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간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는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고려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직전까지의 채권 발행은 정기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데, MBK가 회생 신청을 염두에 뒀으면서도 투자자에게 채권을 팔았다는 결론이 나면 관계자 일부는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MBK 해명과 다른 정황 발견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MBK 검사 결과) 신용평가 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 기업회생신청 경위 등에 대해 (그간의)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등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단기 운용 자금 조달 등을 위해 받을 카드 대금을 기초로 한 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팔았는데, 신용 등급 강등 통보를 받은 2월에는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인 1,518억원의 ASBTB를 팔았다. 특히 신용평가사 직원이 비공식적으로 홈플러스에 강등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2월 25일에는 이 중 절반이 넘는 820억원을 판매했다. 투자자들은 “신용 등급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홈플러스와 채권 발행 증권사들이 사기를 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MBK는 홈플러스 단기신용등급 강등(‘A3’→‘A3-’)이 확정된 지난 2월 28일부터 회생 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회생신청 직전에 채권을 발행한 것도 정기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보다 더 이른 시점에 MBK가 강등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함 부원장은 “적어도 MBK가 말해온 날짜 이전에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인지하고도 전단채 등을 발행했는지 등을 확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회계처리 기준 위반도 포착
금감원은 또 여론이 악화하자 홈플러스가 지난달 ABSTB 등 금융채권을 정상 변제가 가능한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 갚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금융채무는 동결됐지만, 상거래채권은 변제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6일 “시장에서는 (금융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변제해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재원이나 변제 시기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함 부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변제 시기나 우선순위 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협력사와 입점 업체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MBK와 홈플러스가) 모호한 변론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홈플러스가 회계 처리를 하면서 기준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최근 회계 감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감리는 회계 심사를 하다가 분식회계 등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착수하는 강제성 있는 조치다. 거의 모든 장부를 샅샅이 조사하기 때문에 홈플러스의 각종 회계상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과실 정도의 위반 가능성이 큰 항목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혐의를 확정하진 않았다. 검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함 부원장은 “MBK파트너스가 말한 날짜 이전에 (기업회생절차나 신용등급 평가 하향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검사는 혐의를) 확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오늘 ‘확정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보기엔 분명히 (MBK의 발언과 사실이) 다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기 인정되면 처벌 대상
만약 MBK가 회생 신청을 이미 준비한 상황에서 채권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면, 과거 동양·LIG 금융사태처럼 자본시장법상 사기성 부정거래에 해당돼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함 부원장은 “혐의가 확정된다면 사기적 부정거래를 성립시킬 수 있을지가 과제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형사 처벌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MBK도 연관이 된다면 행정제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일 기준 홈플러스 CP·단기사채·ABSTB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 팔린 채권이 2,075억원, 중소기업 등 일반 법인에 유입된 채권은 3,327억원이다. 홈플러스 단기채권 대부분이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또는 일반법인에 팔린 만큼, 불완전·사기 판매 논란과 함께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크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의 의뢰를 받아 채권을 발행·판매한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4개 증권사는 2일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들은 고소 대상으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을 적시했지만, 김병주 MBK 회장은 제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과 MBK는 지금 단계에서는 사기에 관여했다고 따지기 어려운 만큼 우선 홈플러스 관계자만 고소 대상에 포함했다”며 “추후 드러나는 것을 확인한 뒤 김 회장 등을 추가로 고소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