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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사들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 미칠 것" 美 2월 PEC 가격 지수 치솟아 기준금리 선제적 인하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향후 미국의 물가 상황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연준 당국자들, 관세 영향에 주목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연준 고위 당국자들이 '관세 인플레이션' 우려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 한 인터뷰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고, 파악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만큼, 연준은 나타날 수 있는 ‘간접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이날 CNBC와 한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 시점은 인플레이션 동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치먼드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위험이 있어 걱정스럽다"며 "관세 정책이 (물가에 이어) 고용 시장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높은 불확실성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망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 관세 조처를 발표하면 가까운 장래에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게 확실하다”면서 “문제는 그런 물가 인상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불확실성 고조로 기업의 투자가 불투명해지고, 소비자들의 심리가 냉각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모두 경기 침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美 인플레이션 '상승곡선'
연준 인사들의 우려대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물가는 빠르게 치솟는 추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연준은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상대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소비자물가지수(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지난달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0.3%)와 1월 상승폭(0.3%)을 웃도는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 역시 2.8%로 시장 전망치(2.7%)와 1월 수치(2.6%)를 상회했다. 근원 PEC 가격지수는 PEC 가격지수에서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다 분명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꼽힌다.

금리 어떻게 움직일까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기가 재차 고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이목은 연준의 금리 조정 움직임에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일단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지만, 관세와 같은 외부 정책 충격이 시장에 어떻게 흡수되는지 지켜보는 게 먼저다"라며 "물가 상승세가 금리 상황이 아닌 외부 충격에서 기인한 만큼,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 역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오는 7월, 9월, 11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가 2회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해 왔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를 통해 “관세로 인한 경제 하방 리스크로 2019년의 보험적 삭감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연준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 2019년 유로존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했을 때도 세 차례의 보험성 금리 인하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