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자산운용사와 선매입 약정 체결 후 개발 진행 물류센터 과잉 공급 이유로 매입 이행 거절 공실 상태 물류센터, 모기업 지원으로 연명

HDC그룹이 보유 중인 경기도 안성 소재 물류센터가 매물로 나온다. 이곳은 당초 국내 한 자산운용사와 선매입 약정을 체결한 뒤 개발을 진행한 곳이다. 하지만 물류센터 과잉 공급 등의 영향으로 해당 운용사가 매입 이행을 거절했고, 준공 이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결국 매물로 나오게 됐다.
HDC아이앤콘스, 안성 물류센터 매각 추진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캐피탈 등 대주단은 HDC그룹 계열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가 보유 중인 물류센터 매각을 추진한다. 별도의 매각주관사 선정 없이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이 주도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 측에서 희망하는 금액은 최소 1,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당 매물은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가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현매리 477-7번지 일대에 개발한 물류센터다. 연면적 5만4,322㎡(1만6,432평),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경부고속도로 북천안 IC,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 IC에 인접해 수도권 접근이 용이한 입지로 꼽힌다.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는 HDC아이앤콘스 계열사로 지난 2021년 4월 설립됐다.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는 HDC아이앤콘스로 지분 74.1%를 보유하고 있다. 마스턴투자운용과 교보증권이 각각 10.45%의 지분 보유하고 있으며, 신한자산신탁도 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헤리티지자산운용, 선매입 약정 이행 어겨
안성 물류센터는 당초 헤리티지자산운용이 1,000억원에 선매입 약정 체결 후 HDC그룹이 개발을 진행했다. 그러나 최근 물류센터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증가하고, 실질 임대료 등이 하락함에 따라 헤리티지자산운용이 매입 이행을 거절했다. 현재 헤리티지자산운용이 위약벌금 50억원의 지급도 거절하면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는 물류센터 개발을 위해 99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마스턴투자운용과 HDC아이앤콘스, 엑스매드제구차 등으로부터 일반 대출로, 메리츠증권·캐피탈·보험,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돈을 빌렸다. 이자율은 7.66%에서 9.82%까지 최근 금리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 7월 준공 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가운데 작년 10월 30일 PF 대출 만기도 도래했다.
현재 안성 물류센터는 HDC그룹 관리 아래에서 공실인 상태로 모기업의 지원을 통해 연명하고 있다. 작년 8월 HDC아이앤콘스는 운영자금 명목으로 35억3,000만원을 추가로 지원, 이에 따른 차입 총계는 60억원 수준이다. 결국 대주단은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가 자체적으로 대출 상환을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한 뒤 직접 매각에 나섰다. 마스턴제113호로지스포인트서운PFV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외국계 투자자들, 수도권 매물 집중 투자
안성 물류센터 매각 결정에는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의 잇단 러브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코리아에 따르면 2023년 오피스 빌딩, 상업시설, 호텔, 물류센터 등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된 해외 자본은 총 23억 달러(약 3조3,800억원)에 달했다. 직전 해와 비교하면 31.5%나 급증했다. 2020~2022년 유입된 해외 자본이 연평균 19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해도 20% 이상 불어났다.
특히 2023년 국내 상업 부동산에 대한 해외 투자액 중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금의 70% 수준인 16억 달러(약 2조3,5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외국계 투자자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매물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어서다. 2023년 캐나다 대체투자운용사 브룩필드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규모인 연면적 43만㎡의 인천 청라 물류센터를 6,590억원에 사들였고, 미국계 부동산 투자사 AEW캐피털은 국내 페블스톤자산운용과 함께 인천 서구 복합물류센터 로지스허브를 3,1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투자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YNP자산운용이 경기 오산 로지폴리스 물류센터(연면적 15만㎡)를 매입하는 데 투자금을 댔다.
싱가포르계 부동산리츠 메이플트리도 경기 이천 물류센터를 1,500억원에 인수했고, 다른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사 캐피탈랜드는 경기 안성 성은 물류센터를 1,100억원에 사들였다. 미국계 대체투자운용사 안젤로고든도 베스타스자산운용과 함께 충북 음성군 DCL 중부 물류센터를 82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작년 5월 말 인천 남청라물류센터가 디앤디인베스트먼트가 설정한 '디디아이남청라로지스틱스' 리츠에 매각됐다. 매매가는 1,170억원 수준으로, 해당 리츠의 주요 투자자로 미국계 보험사 산하의 부동산운용사 벤탈그린오크가 이름을 올렸다. 벤탈그린오크는 부산신항 등에도 물류센터 투자를 검토하는 등 국내 물류센터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