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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 매매가 67주 연속 하락
수도권 내에서도 양극화 뚜렷
지방은행은 이미 ‘깡통대출’ 속출

지방 부동산 시장이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매매로 대표되는 일반 공급, 경매 및 미분양을 가리키는 악성 매물, 청약 등 주택 시장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무너지면서 회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양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던 일각의 기대도 최근엔 종적을 감췄다.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권 대규모 부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대구·부산·광주 부동산 시장 일제히 먹구름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대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11% 떨어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2023년 11월 셋째 주(-0.01%)부터 시작된 내림세는 이로써 67주 연속 이어졌다. 매매가 하락은 북구(-0.24%) 태전동과 침산동, 남구(-0.18%) 이천동과 대명동, 서구(-0.15%) 내당동과 중리동에서 두드러졌다. 아파트 전셋값도 0.03% 떨어져 2023년 10월 셋째 주(-0.02%) 이후 72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실거래가에서도 최고가 대비 30~40% 떨어진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수성구 범물동 범물영남보성(전용 134㎡)는 지난 1월 7일 3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최고가(6억원·2021년 3월) 대비 38% 내린 수준이다. 수성구 만촌동 만촌화성파크드림3차(84㎡)는 역시 최고가 14억원(2020년 11월) 대비 5억원(35%) 가까이 떨어진 9억원에 새 주인을 만났다.
매서운 집값 하락세는 비단 대구만의 일이 아니다. 부산 해운대구 더샵센텀파크1차(151㎡)는 최근 16억6,000만원(41층)에 손바뀜했다. 해당 단지는 2021년 20층 매물이 24억원에 매매된 곳으로, 집값의 3분의 1이 4년여 만에 날아간 셈이다. 광주에서 가장 학군이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 남구 봉선동 봉선한국아델리움3차(84㎡) 또한 2022년 3월 기록한 최고가 13억6,000만원보다 34% 넘게 하락한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실물 경기에 선행하는 경매 시장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지옥션에 의하면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경매낙찰가율(경매 가격 대비 낙찰 가격 비율)은 올해 1~2월 78.9%를 기록했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95.1%, 104.2%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지방 광역시는 최근 지속적으로 감정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라면서 “문제는 낙찰 가격도 함께 떨어진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접근하려는 수요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투기 세력 몰리던 인천 송도·경기 파주 거래 절벽
수도권의 경우에도 외곽 지역은 상황이 비슷하다.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3-1BL(84㎡)은 지난달 9억4,5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9월 10억5,000만원까지 오르는 등 반등 기대감에 불을 지폈지만, 끝내 다시 10억원 선 아래로 미끄러졌다.
해당 면적대는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던 2021년 12월 13억1,0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금리가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자, 7억6,000만원까지 밀리면서 소위 ‘반토막’을 면치 못했다. 현재 시세는 저점에서는 상당 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고점과 비교해선 4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 개통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이 들썩였던 파주 운정신도시 일대에도 실망감이 가득하다. 파주시 목동동 운정화성파크드림시그니처(84㎡)는 지난달 4억9,8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한 달 전(4억8,500만원·12층)과 비교하면 소폭 오른 수준이지만, 교통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값이 상승하며 기록했던 최고가 9억5,000만원(25층)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GTX 개통을 기다렸다가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이 몰리면서 매물 적체도 한층 심화했다. 부동산 데이터분석기관 아실의 조사에서 운정중앙역 개통일인 지난해 12월 28일 5,453건이던 파주시 아파트 매물은 이달 5일 6,329건으로 16%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매물 증가율이 9.1%를 기록했단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증가 폭이다.
업계에서는 GTX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돼 개통 후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됐고, GTX A노선을 공유하면서 파주보다 서울에 인접한 고양시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금리인하 시기와 GTX 착공 시점이 맞물리면서 운정신도시 일대 집값이 투기적으로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짚으며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도 1만 가구에 육박해 당분간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지방은행, 부실채권 증가-시중은행 지방 침투 ‘이중고’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지방금융지주들의 경우 지방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재무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단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iM뱅크(구 대구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은 1조3,370억원으로 전년(1조258억원) 말과 비교해 30.3% 증가했다.
은행들은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을 합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다. 이는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으로, 이들 대부분이 이자 상환도 되지 않는 무수익여신 즉 ‘깡통대출’이다.
부실화 직전 단계의 대출을 의미하는 요주의 여신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요주의 여신은 1~90일 동안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잠재 부실채권을 뜻한다. 지난해 말 5대 지방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2조1,14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5.8% 증가했다. 이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의 요주의 여신은 7조1,143억원으로 13.1%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배가 훌쩍 넘는 부실화 속도다.
금융권에선 지방은행의 영업 환경이 올해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의 ‘지방·수도권 대출정책 이원화’ 정책에 따라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해 1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건설업계 및 부동산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실수요자와 지방 가계대출 수요자들이 더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하고 특히 지방의 경우 수요자가 더 여유를 느끼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 연간계획에서 지역 총량을 조금 더 주거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도입할 때 스트레스(가산) 금리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지방은행의 수혜가 아닌, 시중은행의 지방 영업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란 관측이다. 나아가 연내 출범이 예상되는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 심사기준 중 새로운 배점 항목으로 ‘지역 금융 공급’이 추가됐다는 사실 또한 지방은행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