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파이낸셜] 임금 격차가 키우는 노조 위축과 불평등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직업 내부 임금 격차는 노조 결속과 사회 안정에 직접적 위협
문화·법·산업 구조에 따라 불평등 반응이 국가별로 상이
투명성·협약 확장·자동 장치가 해법으로 제시됨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3년은 지난 20여 년 가운데 파업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였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대형 파업이 이어졌고, 유럽 전역에서도 교통·보건 등 핵심 분야에서 임금 투쟁이 확산됐다. 물가 상승이 임금을 추월하자 노동자들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2024년 통계는 다른 현실을 드러냈다. 미국 임금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9.9%에 불과했다. 사회적 지지와 파업 규모는 확대됐지만, 실제 협상력을 떠받칠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약하다. 오늘날 노동 현실의 핵심은 바로 이 간극이다.

문제는 사회 전체의 불평등이 아니라 같은 직종 내부의 격차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 다르면 동료 간 결속은 흔들리고, 교섭 단위는 분열된다. 이 지점이 바로 새로운 노조 세력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출발점이다.

사진=ChatGPT

같은 역할, 다른 임금

임금 격차가 확대될 때 노조의 조직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한다. 같은 직무 안에서 차이가 벌어지면 고임금 노동자는 집단행동에서 이탈하고, 노조는 소규모 단위에 의존하게 된다. 요구는 임금 인상보다 복지 혜택으로 이동하면서 교섭력은 약화된다. 이는 단순히 평균 임금 수준이 아니라 내부 분포가 집단행동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금 불평등 충격과 교원 노조 수입 변화
주: 단체협약 종료 이후 경과 시간(X축), 교사 1인당 연간 노조 수입(Y축)/높은 임금 불평등 충격(파란색 선), 낮은 임금 불평등 충격(주황색 선)

이 같은 흐름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확인된다. 할리우드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부상이 기존의 수익 구조를 무너뜨렸다. 과거에는 방송 재방송이 반복될 때마다 배우와 작가들이 일정한 수익을 얻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이 잔여 보수가 사실상 사라졌다. 소수의 스타만 고액 보수를 유지한 반면, 다수는 불안정한 소득에 내몰렸다. 그 결과 일부 고소득자는 파업에 소극적이고, 저소득자는 집단 요구의 효과를 신뢰하지 못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신입이 숙련자의 절반 임금만 받는 이중 임금제가 갈등을 키웠다. 결국 2023년 대규모 파업으로 제도가 폐지됐고, 동시에 자동 협상권을 보장하는 ‘자동차산업 특별협약(Automotive Transitional Agreement, ATA)’ 조항이 부활했다.

문화·법·사회경제 구조의 교차 작용

직업 내부 격차가 확대될 때 나타나는 반응은 사회마다 다르다. 이는 문화, 법, 사회경제 구조가 맞물려 작동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는 격차를 위험 감수의 보상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사회는 사회적 계약의 붕괴로 해석한다. 법은 이런 인식을 실제 제도로 연결한다. 단체협약의 확장, 최저임금 기준, 임금 공개 의무, 합법 파업 조건 등이 모두 노조의 협상력을 결정한다. 산업 구조 역시 교섭의 토대를 규정한다. 플랫폼·프랜차이즈 중심 서비스업의 불안정, 고용주의 집중도, 인플레이션 충격의 강도는 모두 임금 격차의 파급력을 달리 만든다.

이처럼 문화·법·산업 구조가 결합한 차이는 구체적 사건에서 드러난다. 2025년 6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초호화 결혼식이 베네치아에서 열리자, 현지 주민들은 치솟는 집세와 관광 과잉, 불안정한 서비스 노동 현실을 함께 지적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국은 결국 행사를 외부 시선이 차단된 공간으로 옮겨야 했다. 유럽에서 부의 과시는 사적 소비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성공에 대한 보상이라는 해석이 더 우세했을 가능성이 크다.

규범과 제도의 차이

노동 현실의 차이를 흔히 ‘국민 기질’로 설명하곤 한다. 미국인은 기업가 정신을 존중하고, 유럽인은 평등을 중시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더 복잡하다. 2024년 조사에서 G20 주요 17개국 성인의 66%가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지지했다. 미국에서도 노조에 대한 호감도는 꾸준히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차이는 의도라기보다 제도에서 비롯된다. 유럽연합은 ‘적정 최저임금’ 지침을 통해 서비스업 저임금 부문을 보호하는 교섭 구조를 마련했다. 반면 미국은 다중 고용주 규제, 공공 조달, 면허 제도 등을 활용해 임금 기준을 확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중국과 동남아가 불평등을 ‘용인’한다는 해석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전국총공회가 노조를 장악해 독립 조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갈등은 지역 시위 형태로 나타나지만, 임금 기준으로 제도화되지는 않는다. 동남아 대부분 국가도 산업 전환 속에서 노조 구조가 약하거나 분열돼 있다. 따라서 불평등에 대한 불편은 존재하더라도, 이를 실제 제도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은 크게 제약돼 있다.

‘불평등 함정’을 깨는 방법

직업 내부 임금 격차는 이제 거시 경제 차원의 위험 요인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를 바꾸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직무·직급·지역별 임금을 공개하고 구속력 있는 임금표를 도입해야 한다. 단순한 투명성만으로는 격차가 줄지 않는다.

둘째, 보장이 취약한 영역을 넓혀야 한다. 숙박·물류·돌봄 등 이동성이 큰 서비스업에서는 다중 고용주 협약을 도입하고, 공공 조달·세제 혜택·면허 제도를 활용해 비가입자에게도 협약을 적용해야 한다.

셋째, 자동 안정 장치가 필요하다. 물가 상승이 임금을 앞설 경우 자동 조정 조항을 두고, 이중 임금제를 폐지하며, 일정 근속 이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제도다.

예상되는 반론과 대응

격차는 세계화와 기술 발전의 결과라 어쩔 수 없다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같은 단위 내부에서 임금 차가 벌어질 때 조직 구조가 변하고, 고임금자가 이탈하며 요구가 달라진다. 평균 임금이 변하지 않아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임금 압축이 노동 의욕을 죽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직무·근속·성과에 연동된 임금표는 필요한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임의적 차별을 줄인다. 사회적 분열 탓에 개혁이 어렵다는 회의론도 있으나, 국제 조사 결과는 누진세와 노조 확대에 대한 지지가 다수임을 보여준다. 장애물은 여론이 아니라 이를 제도화하려는 정치적 의지의 부족이다.

임금 격차에서 사회적 평화로

결국 관건은 직업 내부의 불평등을 제도가 다룰 수 있느냐다. 임금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부문별 협약으로 보호 범위를 확장하며, 계약에 자동 조정 장치를 포함한다면 분산된 불만은 제도화된 정의로 전환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방치한다면 일시적 갈등과 불안정만 반복될 것이다. 사회적 평화로 가는 길은 직무와 직급 간의 불합리한 격차를 줄이는 데 있으며, 이 기반이 마련될 때 혁신과 투자, 부의 정당한 분배도 뿌리내릴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wages are fractured, so is unity: intra-occupational inequalities as a catalyst for urgent trade union empowermen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