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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카, 퇴사자 발생으로 스톡옵션 주식 수 급감 주가 미끄러지며 스톡옵션 행사자도 '전무' 닷컴 버블 당시 스톡옵션 가치 급락 사태 재연되나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퇴사자 증가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쏘카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히며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가액 밑으로 미끄러지자, 스톡옵션 권리를 받은 임직원들이 줄퇴사하며 위기가 가중되는 양상이다. 쏘카 외에도 다수의 기업에서 스톡옵션을 등지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스톡옵션 '가격 거품'이 이 같은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쏘카 직원 이탈 가속화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12일 스톡옵션 부여와 관련해 6건의 정정 공시를 올렸다. 앞서 쏘카는 지난 2023년 8월 총 34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21만2,500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한 바 있다. 행사가액은 권리부여일 직전일 종가(1만3,520원)와 기대행사기간(3~5년), 이자율, 주가변동성 등을 반영해 주당 1만3,713원으로 정해졌다. 권리 행사 기간은 지급일 2년 뒤인 2025년 8월부터 3년이었다.
이후 스톡옵션 권리를 받은 임직원의 줄퇴사가 이어지면서 공시 정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됐다. 권리 부여자 수는 16명으로 감소했고, 주식 수 역시 49% 줄어든 10만8,500주가 됐다. 지난 2023년 12월 부여한 스톡옵션 역시 유사한 문제를 겪었다. 해당 스톡옵션의 발급 대상자는 총 68명이었으나, 현재는 26.5% 감축된 50명만 남은 상태다. 지난해 3월과 7월, 올해 3월 부여한 스톡옵션들도 모두 퇴사자 발생에 따라 권리가 취소됐다.
이들 사례를 모두 합해 살펴보면 사태의 심각성은 한층 두드러진다. 쏘카가 지난 3년간 임직원에게 지급한 전체 스톡옵션 주식 수는 총 149만350주 수준이나, 현시점에서 스톡옵션 행사권을 보유한 주식 수는 106만6,050주에 그친다. 수년 사이 주식 수가 28.5%가량 위축된 것이다.
가진 스톡옵션도 행사 않는다
이달 쏘카의 첫 스톡옵션 행사 기간이 도래했지만, 이를 행사한 임직원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스톡옵션 행사가액이 주가를 밑돌며 스톡옵션이 '휴지조각'이 된 탓이다. 실제 쏘카 주가는 지난 14일 주당 1만2,810원으로 마감했다. 쏘카 스톡옵션 행사가액이 최소 1만3,713원에서 최대 1만8,978원 선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보다 직접 장내매수하는 것이 이득인 셈이다.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는 부진한 수익성이 꼽힌다. 쏘카는 202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을 냈지만, 이후 △2022년 -181억원 △2023년 -423억원 △2024년 -310억원 등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결손금 증가로 배당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며 소액 투자자의 관심도가 하락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더해 쏘카 스톡옵션이 띠는 특유의 '성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쏘카의 스톡옵션은 성과 촉진과 보상이라는 통상적인 용도로도 활용되지만, 동시에 연봉에 포함되는 개념으로도 통한다. 동종업계 대비 급여 수준이 낮은 쏘카가 스톡옵션을 활용해 인건비 부담을 일부 상쇄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쏘카 임직원(등기임원 제외)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000만원으로 IT업계 평균 연봉(6,100만원)을 소폭 하회한다.

스톡옵션, 왜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쏘카 외에도 수많은 기업에서 스톡옵션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22년 3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노을의 경우, 지난 12일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에 관한 신고’ 정정 공시를 통해 임직원 8명(중복 대상자 고려 시)이 퇴사하며 6만5,090주의 스톡옵션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2024년 한 해 동안 22만292주에 달하는 주식매수선택권이 취소된 이후 재차 대규모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노을의 스톡옵션 행사가액은 2022년 5,345원, 2023년 3,689원이었다. 하지만 노을의 주가는 상장 당일(2022년 3월3일) 종가 9,210원에서 꾸준히 하락해 왔다. 2023년 9월에는 한때 7,000원선에서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상장 당시 지급된 스톡옵션의 행사가 가능해진 2024년 4월 1일 주가는 2,770원으로 행사가 대비 반토막(-48.2%) 수준이었다. 올해 4월 1일 이후 주가 역시 2023년 부여분의 행사가액인 3,689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사실상 노을은 쏘카와 유사한 위기에 처해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기업 직원이 스톡옵션을 외면하는 원인으로 '가격 거품'을 지목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최근 기업들은 회사의 가치를 지나치게 고평가해 행사가액을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후 주가가 과대평가된 행사가액 이하로 미끄러지면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라며 "당시 기업들은 닷컴 사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스톡옵션을 남발했고, 이후 주식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스톡옵션 행사 가치가 급락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