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5조 몸값 기대’ SK실트론, 오버페이 논란에 매각 ‘시계제로’
‘5조 몸값 기대’ SK실트론, 오버페이 논란에 매각 ‘시계제로’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한앤코, 유력 인수 후보 부상
해외 상장해 총수 지분 정리 제안
경쟁자 제쳤지만 가격 이슈로 결렬 가능성

SK그룹의 웨이퍼 제조사 실트론 매각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사실상 단독 협상 구도로 굳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 지분 처리 문제가 우호적 주주계약을 통해 해법을 찾으면서 매각의 핵심 걸림돌도 제거됐다. 다만 기업가치 평가와 가격 간극이 난제로 떠올랐다. SK는 5조원대 몸값을 기대하는 반면 한앤코는 실적 둔화를 근거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고수하면서, SK실트론 매각도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분위기다.

SK-한앤코, 실트론 매각가 이견

19일 PEF업계에 따르면 SK그룹 한앤코는 실트론 매각과 관련해 최근 냉각 기간을 가지면서 가격에 관한 이견을 좁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복수의 PEF 운용사들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SK는 경영권 지분 매매 후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밝힌 한앤코를 사실상의 단독 협상자로 정한 상태다. 한앤코는 그간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SK 계열사를 그야말로 싹쓸이하며 SK그룹과 굳건한 밀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가 인수한 SK그룹 계열사만 7곳이다. 지난 3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SK스페셜티는 인수 금액 2조6,000억원으로 한앤코 역대 두 번째로 큰 딜로 마무리됐다.

이 밖에 △솔믹스(3,303억원) △SK마이크로웍스(1조6,000억원) △SK에코프라임(4,000억원) △SK해운(1조5,000억원) △SK디앤디(1,954억원) △케이카(2,200억원) 등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SK엔펄스 CMP패드 사업부(3,346억원) △SK플라즈마 지분 27%(1,500억원) 등 일부 사업부나 소수 지분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한앤코는 지난해 7월 4조7,000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기 때문에 아직 자금이 넉넉한 편이다. 만일 이번에 SK실트론까지 품에 안게 된다면 한앤코는 SK그룹 계열사 10곳에 투자한 유일무이한 투자사가 된다.

이번 실트론 거래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묶인 지분 19.6%를 합친 경영권 지분 70.6%다. 하지만 거래의 또 다른 난제로 최 회장이 보유한 실트론 잔여 지분의 처리가 지적됐다. 최 회장이 가진 29.4%는 현재 명시적인 거래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실질적으론 거래 유무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PEF가 70.6%를 인수한 후에도 최 회장 개인 지분이 남기 때문에 경영권 지분을 수년 후 재매각해야 하는 원매자로서는 경영상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한앤코는 실트론 인수 제안서에 나스닥 상장을 통한 솔루션을 제시해 경쟁자들을 애초부터 압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들이 실트론을 인수할 경우 최 회장과 우호적인 주주간계약(SHA)을 체결할 수 있고, 차후 재매각은 나스닥 상장을 통해 도모할 계획을 제시한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SK는 국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는 중복상장 이슈를 피할 수 있고, 최 회장도 나스닥 시장에서 보호예수 기간을 거친 후 자연스럽게 보유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계 기관투자가를 주요 LP(출자자)로 둔 한앤코는 나스닥 상장 과정에서 GP(위탁운용사)-LP 협업을 도모해 브랜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한앤코는 SK의 고민을 정확하게 파악해 협상 초기 단계에서 기존에 보유한 반도체 투자 포트폴리오와 실트론을 묶어 상장하는 구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앤코가 SK로부터 인수한 SK스페셜티와 엔펄스㈜(옛 SK엔펄스 CMP사업부) 등은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소재를 다루는 기업으로 실트론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이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조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엔펄스㈜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연마하는 CMP(화학 기계적 연마) 패드 사업을 한다.

기업가치 5조 중반·거래대금 2조 초중반 추산

이로써 SK는 총수 지분 난제를 푸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최근 가격적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는 실트론의 기업가치(EV)를 약 5조원 수준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순차입금을 제외한 지분가치는 3조원대 초중반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LG로부터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한 것을 감안하면 3~5배가량 가치가 오른 셈이다.

이러한 계산법은 통상 제조 대기업 상장사 몸값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7~9배에 형성된다는 점에 기인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와 옴디아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SK실트론의 세계 웨이퍼 시장 점유율은 5위(12%)였다. 1~4위는 일본 신에츠(27%)와 섬코(24%), 대만 글로벌웨이퍼스(18%), 독일 실트로닉(14%) 순이었다. 2019년으로 기간을 넓혀도 SK실트론의 시장 지위는 4~5위를 오르내렸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최근 12개월 동안 SK실트론의 EBITDA는 약 6,120억원이었다. 메모리반도체 산업 주기가 통상 4년임을 감안해 계산한 2021~2024년 연평균 EBITDA는 7,248억원이었다. 앞서 언급된 해외 경쟁사 4곳의 평균 EV/EBITDA 배수는 7~8배 내외다. SK그룹은 2017년 SK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EV/EBITDA 멀티플을 8.5배로 적용했다.

SK실트론의 연간 EBITDA를 7,000억원으로 가정하고 여기에 8배 멀티플을 곱하면 부채를 포함한 기업가치는 5조6,000억원이다. 기업가치에서 순차입금을 빼면 100% 지분가치가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실트론의 올해 3월 말 기준 순차입금은 약 2조4,000억원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추정되는 SK실트론 지분가치는 3조2,000억원 안팎으로, 거래 지분율(70.6%)을 고려한 예상 거래대금은 약 2조3,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자회사 실적 부진 전망에 가치 산정 난망

하지만 실사를 진행한 한앤코 측은 이보다는 낮은 가격에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부채비율 등 여러 면에서 봤을 때 3조원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도 SK 측 가격 기대치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높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버페이하면서까지 인수할 가치가 있는지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각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SK실트론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 대비 악화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9,802억원, 영업이익은 9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82% 줄었다. 이는 종속 기업의 손실에 따른 것이다. 특히 SK실트론CSS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법인 SK실트론USA의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SK실트론USA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19억원, 영업손실 1,2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6.25%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두 배 넘게 늘었다.

SK실트론의 실적 악화는 SK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SK 측은 SK실트론CSS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PEF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적자 자회사가 SK실트론 본업에 더한 옵션이 될 수는 있지만, 전체 회사 가격을 높이는 핵심 셀링포인트(매각 매력)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질적인 경쟁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앤코 역시 거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복수의 원매자가 거론됐던 초기와 달리 회장 지분 처리 구조나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으로 다수 후보가 조기 이탈하면서 사실상 한앤코의 단독 협상 구도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만약 협상이 계속 난항을 겪는다면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SK 내부적으로도 한앤코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고 거래가 원매자 중심(Buyer's market)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판단에 따라 매각 자체를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Picture

Member for

10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