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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버블 붕괴 직전과 닮았다” 경고, ‘장기침체’ 경로 따라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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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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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일본과 유사, 인구 감소는 더 빨라
韓 민간부채 GDP 대비 207.4%, 日 버블 때와 비슷
“노후한 경제 구조 혁신·창조적 파괴로 활력 찾아야”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 부채가 차지한 비율이 일본 버블 경제 때 정점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과도한 부채, 인구 고령화, 산업 경쟁력 도태 일본의 장기 침체를 가져 온 세 가지 구조 변화가 현재의 한국과 닮았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우리 경제 수준과 비교해 노후화된 경제 구조를 혁신해야만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지만, 정책의 단기성과 같은 복합적 제약 요인이 맞물려 실질적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민간부채, 日 버블기 최고 수준

5일 한은은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제목의 'BOK 이슈노트'를 통해 일본 경제가 19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부채구조, 인구구조, 기술·생산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이로 인해 재정정책 여력은 소진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제약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또한 부동산발 가계부채가 누증돼 왔으며,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오히려 일본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일본의 침체 요인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 162%에서 1990년 버블 붕괴 직전 208%까지 올랐다. 버블이 무너진 후에도 이 비율은 떨어지지 않고 1994년 214%까지 올랐다.

한국의 민간 부채 역시 과거 일본 버블기와 닮아 있다. 2023년 기준 민간 부문 부채는 GDP대비 207.4%로 일본 버블 붕괴 직전의 수치와 유사하다. 한은은 특히 민간부채 중 가계부채 비중이 약 45%로 1994년 일본(32%)에 비해 부채 구조가 가계에 편중돼 있다고 봤다. 부동산 업종에 대한 대출집중도(업종별 대출 잔액을 업종별 GDP로 나눈 값)도 2023년 기준 3.65로, 일본(1992년 1.23)을 크게 웃돌았다.

두 번째는 고령화로 인한 정부 부채 확대다. 일본의 경우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1995년, 총인구가 2009년을 정점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은 생산연령인구가 2017년, 총인구가 2020년 정점을 찍었다. 저출생·고령화 상황은 비슷하지만 일본보다 그 속도는 가파르다. 일본은 2005년 다른 선진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잠재성장률 하락을 불러 일으켰다. 저성장 우려에 물가도 하락하며 결국 일본 경제가 장기 저성장·저물가로 가는 요인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잠재성장률이 연 2%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노동투입이 잠재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도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한 30%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한 일본의 경우 장기 경기 침체와 고령화로 재정구조가 취약해지면서 정부부채 비율이 2023년 240%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나는 ‘구조적 적자’가 생긴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34.6%포인트 늘었는데, 고령화와 관련이 높은 사회수혜금(44.5%포인트), 사회보장현물(49.8%) 지출이 큰 영향을 끼쳤다.

성장 위해 통화정책보다 구조개혁 필요

마지막 유사점은 과거 성장에 매몰돼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수직계열화로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기술 노하우를 쌓으며 성장해 왔으나, 1990년대 이런 성장 공식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디지털·정보기술(IT)이 보급되고 제품 표준화가 진행되며 전 세계적으로 수평 분업 체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노동비용이 저렴한 국가를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하며 공급망을 구축했고, 특히 중국이 2001년 대외 개방에 나서면서 중국 현지에서 중간재를 가공, 조립해 수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중국과 한국 등 후발 주자가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을 추격하면서 고품질 제품을 생산해 경쟁력을 키워온 일본은 직격타를 입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 참여해 수출 주도 성장을 유지했던 한국도 이제는 바뀌고 있는 산업 생태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앞으로 기술 선도국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등 신(新)산업기술 생태계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일본처럼 침체의 길을 걸을지, 성장의 새 동력을 얻는 계기가 될지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자급률이 높아지며 이제껏 누려왔던 중국 특수도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중국·반도체·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최근 글로벌 기술·교역이 급변하면서 기존 성장전략의 유효성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기존의 성공 전략을 비판적으로 되돌아 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강력한 성공 경험이 오히려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에도 기존 수직 계열화와 선진국 중심의 시장 전략을 지속해 한때 세계 1위를 넘보던 산업 경쟁력과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했다.

한은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첨단산업 육성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통화정책에 주는 시사점도 지적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은 2023년 50.7%로 비교적 건전한 수준”이라면서도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위축 대응을 위한 적자 재정 이후에는 흑자 재정으로 재정 여력을 복원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결혼·출산 포기하는 청년들

다만 한은이 제시한 어느 지적 하나 제대로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 중평이다. 무엇보다 수년 전부터 한국이 일본화(Japanification)에 빠져 ‘신흥쇠퇴국(新興衰退國)’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여전히 구조 개혁에는 진척이 없다.

문제는 이 같은 기술산업의 공동화와 자산시장 편중이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의 미래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청년 세대는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다. 기술과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니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주거비는 급등하는 가운데 사회이동 사다리는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보니, 'N포 청년'들만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캥거루족도 N포 청년의 일부분이다. 국무조정실이 만 19~34세 청년 가구원이 있는 약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은 54.4%로 집계됐다. 주거 형태별로 살펴보면 10명 중 5명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들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책임이나 나태로 보기 어렵다. 이면에는 청년층의 고질적인 취업난, 끝없이 오르는 집값, 불안정한 고용 구조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경제적 독립의 어려움’이다. 불안정한 일자리, 반복되는 계약직과 인턴 생활, 그리고 높은 전세와 월세는 독립을 가로막는다. 먹고살기 위한 기본 조건부터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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