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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떻게 감시하나' 국정기획위 금융당국 개편안 두고 금융권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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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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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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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민간 기구에 감독 권한 맡기는 건 위헌"
금감원 "감독 기능 일원화, 현장 대응력 높여야"
한은도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 등 요구하며 가세
지난달 13일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금융당국 조직 개편 등 현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국정기획위원회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 넘기고,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최종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개편의 당사자인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민간기관인 금감원이 감독 권한을 갖는 것은 위헌이라는 입장이고, 금감원은 정책 집행의 책임성과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기능 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까지 감독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의가 다자간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금감원 노조 "금융감독 기능 일원화해야"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감원 노조는 '감독 체계 개편 관련 대통령님께 드리는 제안' 성명서를 통해 “현재 금융정책 기능은 국내는 금융위, 국제는 기재부로 이원화됐고, 감독정책과 집행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나눠 맡고 있다”며 "금융정책은 기재부로 일원화하고 감독과 집행은 금감원으로 보내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를 해체해 기재부에 편입시키고 금융감독 기능을 금감원이 도맡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당국 조직개편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금감원은 직접 금융사에 대한 검사를 수행하지만, 제재권은 금융위가 가지고 있다. 권한이 분산되면서 금융감독 체계의 현장 대응력과 책임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재명 정부도 국정기획위를 중심으로 금융당국 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해 왔다. 국정기획위는 최근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에 넘기고, 감독 기능을 금감원과 합쳐 금감위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안을 대통령실에 최종 보고했다. 동시에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내용도 전달됐다.

금감원, 금소처 분리 두고 내부 반발 거세

정부의 새로운 조직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금융위는 해체되거나 기능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개편의 당사자인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내홍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2017년 법제처 유권 해석에 따라 금융감독 업무 전반을 금감원이 수행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법제처는 국무조정실·기재부·금융위와 정부입법정책실무협의회를 거쳐, 금융감독 권한 전반을 민간기관인 금감원에 부여하는 입법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반면 금감원은 이에 반박하며 조직 방어에 나섰다. 헌법상 정부는 정부조직법과 특별법상 정부 부처를 넘어 금감원과 한국은행 등 특별법상 공법인까지 포함한다고 맞받아쳤다. 금감원이 금융감독 권한 전반을 가져도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현재 금감원 내 있는 금소처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금감원 직원들은 국정위를 직접 찾아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노조는 국정기획위 청사 앞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분리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사이 한국은행도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13일 한은은 국정기획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현재 금융 당국이 갖고 있는 거시 건전성 관리 권한 일부를 한은에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주택 담보 대출 제한에 활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담보인정비율(LTV) 규제, 금융회사가 유사시를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B) 등 규제 결정권을 달라고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가계 부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한은이 금융 기관에 대한 단독 검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적 이해충돌 해소 위해 개편은 필요해

일각에서는 이번 개편안으로 금융감독 체계가 20여 년 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신설이 유력한 금융감독위원회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조직이다. 지난 1998년 1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분산돼 있던 금융감독기구들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금융감독 체계를 전환하면서 금감위가 새로 출범됐다. 그러나 2004년 이른바 '카드 사태'는 통합된 감독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당시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분산된 체계 속에서 각 기관 간 협력 부족과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카드 부실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실패와 함께 금융당국의 시기적절하지 못한 대응이 부실을 가속화시켰다"고 적시한 바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이번 개편안을 두고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기획위와 정치권이 논의 중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에는 과거 실패 사례에 대한 보완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무작정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금융권과 일반 국민 모두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편안 추진 과정 자체가 일방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정기획위 주도로 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위, 금감원, 한은 등 관련 기관들이 논의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편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금융위설치법 등 다수의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야당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 금융위 해체나 민간 위탁의 위헌성, 한국은행 권한 확대 같은 조직 보신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본질은 금융 거버넌스 개혁에 있다. 이미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견제하는 '혼합형 감독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책을 만드는 기관이 감독 업무를 병행하고, 소비자 보호 기능까지 떠안다 보니, 구조적 이해충돌이 상시로 발생해 왔다. 이로 인해 상호저축은행 부실, DLF·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반복됐지만 정작 감독기관은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됐다. ‘누가 맡느냐’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제대로 감시하느냐’다. 금융감독 개편의 해법도 결국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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