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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리츠 주주 반대에 사옥 매각 검토 중단 실적 악화 흐름 두드러져, 삼성카드에 1위 자리 뺏겼다 카드론 규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도 '족쇄'

신한카드의 본사 사옥 매각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사옥을 매입할 예정이었던 신한리츠운용의 리츠 주주들이 매각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향후 신한카드가 외부 매각처를 찾아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인력 구조조정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신한카드 사옥 매각 계획 '물거품'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본사 ‘파인에비뉴 A동’을 신한리츠운용에 연내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당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한리츠운용이 운용하는 상장 리츠 ‘신한알파리츠’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신한알파리츠는 신한리츠운용의 대표 리츠인데, 주주들이 특히 가격 방어를 중시하는 편”이라며 “리츠에 무리하게 대형 자산을 편입하면 투자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한카드가 사옥을 외부 공개 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외부 공개 입찰을 진행하면 외부 운용사 간 경쟁을 통해 매각가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투자자 반발이나 내부 거래 논란을 줄일 수 있어서다. 매각 자금은 향후 퇴직금 등 구조조정 관련 비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신한카드 측은 “사옥 매각 관련 진행 사항이 없고, 인력 구조조정도 현재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신한카드 측의 부인에도 불구,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인력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추세다. 신한카드는 1970년대생 중간 관리자 비중이 높은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띠고 있어 장기적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87명으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많지만, 직원 1인당 생산성(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 기준)은 2억1,731만원에 그친다. 이는 삼성카드(3억2,721만원), KB국민카드(2억9,798만원), 하나카드(2억9,413만원) 등 경쟁사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먹구름 낀 상반기 실적
최근 급격히 악화한 실적 역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5.0% 감소한 2,4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경쟁사인 삼성카드에 업계 1위 자리를 허망하게 내줬다. 특히 2분기 당기순이익은 1,109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18.3%,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9% 급감했다.
신한카드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핵심 원인으로는 비용 증가가 꼽힌다. 올 상반기 신한카드가 지출한 수수료·기타영업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14.6% 늘어난 1,860억원, 대손충당금전입액은 17% 늘어난 74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발생한 영업수익 확대분(1,533억원)이 비용 부담으로 인해 상쇄돼 버린 셈이다.
무너진 고객 신뢰도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신한카드는 이전부터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 △잇따른 부정 결제 사고 △신용카드 부실 채권 문제 △더모아 카드 혜택 일방적 축소 △분할 결제 제한 △혜택 축소를 위한 쇼핑몰과의 담합 의혹 등 각종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반복되는 사건·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신은 깊어졌고, 이는 고객 이탈 가속화와 신규 고객 감소로 직결됐다.
제도적 악재도 산적
제도적 악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카드론을 신용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수익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약 8조3,493억원으로 업계 1위 수준이다. 카드론 규제가 강화될 시 전업 카드사 중에서도 특히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규제로 인한 하나카드의 카드론 부문 실적 감소 폭이 최대 30%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도 신한카드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은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영세·중소 가맹점에 부과되는 우대수수료율을 인하한 바 있다. 약 306만 개 가맹점에 대해 매출액 구간별로 종전보다 0.05~0.10%포인트(p)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조8,43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39억원) 대비 8.4% 감소했다.
대손비용 부담 역시 실적을 옭아매는 족쇄로 꼽힌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 등 6개 주요 카드사의 상반기 대손비용은 1조9,4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7,600억원)과 비교해 10.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체율 상승 흐름에 발맞춰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대한 결과다. 대손비용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항목이다. 대손비용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은 그만큼 카드론 등 대출 상환이 어려운 고객이 늘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