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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부유세 신고는 왜 기대에 못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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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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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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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부유세 과소 신고’ 몸살
기준 모호하고 자산 가치 변동도 심해
데이터와 기술 활용 ‘검증’ 강화해야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너나 할 것 없이 한계에 다다른 예산과 커지는 빈부 격차로 고민하는 시대에 부유세(wealth taxes, 부유한 자의 순자산에 과세하는 재산세)는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 전체에 걸쳐 부유세 징수 실적이 목표에 미달하고 있는데 원인은 당국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설계 자체의 결함 때문으로 보인다. 정확히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사진=ChatGPT

유럽 부유세 징수 실적, ‘기대 못 미쳐’

작년에만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에서만 2,380억 유로(약 383조원)에 이르는 부유세가 과소 신고됐다. 대부분 부동산과 예술품, 개인 사업 지분 등으로 구성된 과세표준은 시장이 아닌 소유주가 가치를 평가한 것이었다. 굳이 정직하게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면 사람들은 시민의 의무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만고의 진리다.

납세자들이 자산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데다 객관적인 시장 지표도 충분치 않다면 줄여서 신고하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신고 자산이 257만 유로(약 41억원)에 미달하는 가구에 신고 의무를 완화하는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후 자산 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증거는 없었다.

기준 미달 자산 가구의 증가
주: 과세표준(천 유로)(X축), 자산 신고 가구 수(Y축), *기준에 못 미치는 과세표준 가구에 보고 의무를 완화해 주자 해당하는 가구 수가 급격히 늘어났음을 보여줌
자산 증가율의 감소
주: 과세표준(천 유로)(X축), 자산 증가율(Y축), *자산 기준에 근접할수록 자산 증가율이 줄다 기준을 넘자 정상 패턴을 보임

정확하지 않아도 되면 ‘속이는 게 인지상정’

프랑스만이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한시적인 ‘연대 가산세’(solidarity surcharge, 부유층에게 사회적 기여 명목으로 물리는 재산세)를 통해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의 세수를 목표로 했으나 납세자들이 자산 가치를 업데이트하지 않아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영국에서는 자산 가치 평가에 대한 이의 제기만으로 52억 파운드(약 10조원)를 환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실제보다 절반 가격으로 신고된 마드리드 대저택이든, 갑자기 가격이 올랐다 떨어진 보스턴의 아파트든 원인은 동일하다. 자산 가치 기준의 모호함과 유동성이 문제다.

실제로 부유세가 서류상의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과세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2015~2023년 기간 임금이 46% 오르는 동안, 부자 나라 도시의 주택 가격은 64% 상승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까지 기민하게 따라가는 세무 당국은 드물다. 오를 때와 내릴 때가 다르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덴마크에서는 부동산 가치가 10% 이상 떨어진 가구에 세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를 시험적으로 실시했는데 이때는 신고 정확도가 20%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부유세 미징수는 ‘불평등 심화’로

전통적인 금융 자산이 세무 시스템의 발전으로 점점 투명해지는 반면, 수많은 자산이 예술품이나 암호화폐, 개인적 투자 뒤로 숨겨진다. 룩셈부르크에만 자유 무역항에 숨겨진 예술품의 가치가 150억 유로(약 2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해외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들은 스스로 투명성을 자랑하지만, 규제 범위 밖에 있다. 미국에서는 세무 당국이 가상화폐 자산가치를 뒤쫓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덜 걷힌 부유세는 바로 학교 시설 및 교통 시스템 개선 지연으로 이어지고 불평등을 심화하게 된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과다 산정된 자산가치로 극빈층이 피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저소득 지역 학교 당국은 일반세율까지 올려야 했다. 영국에서는 6억 파운드(약 1조1,200억원) 규모의 학교 시설 정비 사업이 재산세 징수 부족으로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해답은 ‘양심’ 아닌 ‘설계’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하면 된다. 먼저 담보대출이나 보험 청구액, 중개인 명세서 등 실제 거래를 인공지능(AI) 모델에 입력해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스위스는 5년간 실현된 수익과 미실현 수익을 섞어 변동성을 최소화하기도 했고, 덴마크는 정확히 보고한 납세자에게 환급 혜택을 부여한다. 세무 당국이 선제적으로 등록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정확한 신고에 도움이 된다. 실시간 데이터를 입력한 납세자에게 할인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제3자에 의해 자산 구성의 80% 이상이 검증된 부유세 1%는 학생들의 수업료를 전체적으로 올리는 것보다 17% 더 많은 세수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검증을 강화하면 부자들이 떠난다는 것도 과장된 우려다. 노르웨이와 스웨덴 자료에 따르면 상위 2% 자산가들만이 세제 변경에 맞춰 거주지를 옮겼다. 사실 대부분의 자본 도피는 자산 가치 평가와 보고 내용을 재조정하는 일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정직한 세무 신고는 양심이 아닌 설계에 달려있다. 속이는 것보다 투명하게 신고하는 게 더 쉽다면 대부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탈세를 잡아내는 것보다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ncentives, not intent: Fixing wealth- and property- tax design where honest reporting makes no sens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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