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외환보유·국제결제 절반 이상이 여전히 달러 환율 불안이 교육비·장학금에 직격탄 달러 대체 실험은 진행 중이나 병존 불가피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5년 6월 첫째 주, 전 세계 중앙은행이 운용하는 외화보유액 11조5천억 달러(1경5,844조원) 가운데 57.8%는 여전히 미국 달러였다. 이 비율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화보유액 통화 구성(Currency 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COFER)에서 3개월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시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처리된 국경 간 거래 가운데 48.46%도 달러로 이뤄졌다. 다른 모든 통화를 합친 비중보다 높은 수치다. 달러가 여전히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중심에 자리한 가운데, 그 영향력은 교육 분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논의가 정치·외교·금융 영역에서 활발히 이어지고 있지만, 대학 등록금 청구, 연구비 송금, 장학금 지급 등 주요 교육 재정 흐름은 여전히 달러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달러 변동성, 교육 기회의 변수로
달러의 위상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그 영향력을 바라보는 시선은 확장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달러에 대한 논의는 투자자와 채권시장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학생들의 등록금, 장학금의 실질 가치, 대학의 재정 안정성과 같은 교육 영역으로도 시선을 돌려야 한다. 통화 안정성은 자산 가격 예측에 중요한 요소지만, 교육에서는 등록금 부담과 인재 양성의 지속 가능성으로 직결된다. 예컨대 자국 통화가 약세인 국가에서 달러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환율 변동에 따라 같은 금액이더라도 교재를 포기하거나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달러로 자금을 조달한 호주 대학은 기숙사 건설 비용 부담이 커진다. 환율정책을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수출이나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지식과 인재의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숫자가 보여주는 구조
달러가 국제 거래와 금융 시스템에서 얼마나 널리 쓰이고 있는지는 다음 세 가지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IMF의 COFER 통계는 149개 통화당국의 외환보유 구성에서 달러 비중이 여전히 절반 이상임을 보여준다. 2025년 1~5월 SWIFT 결제 데이터도 비슷한 흐름이다. 여기에 BIS의 외환거래 조사에 따르면 외환시장 거래 88%에 달러가 관여하고 있다.

주: 연도(X축), 달러 비중(Y축)/외화보유액 내 달러 비중(진한 파란 선), 국경 간 SWIFT 결제 내 달러 비중(연한 파란 선)
이처럼 국제 금융에서 달러의 중심적 역할은 교육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교육에 특화된 통화 노출 자료는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의 유학생 통계와 미국 주요 대학의 등록금 자료를 바탕으로, 환율 변동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2025년 초 달러가 6% 하락했을 때, 인도 가정이 부담한 추가 학비는 학생 1인당 약 940달러(약 130만원)에 달했다. 이는 인도 1인당 소득의 약 20%에 해당한다. 단순한 환차손이 아니라 교육 진입 자체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이다.
예산 항목이 된 달러
대학 재무팀에 달러는 단순한 기준 통화가 아니다. 전 세계 대학이 발행한 채권의 약 30%가 달러 표시이며, 블룸버그 고등교육 채권지수에 따르면 그 규모는 작지 않다. 2025년 1분기 달러가 4% 하락했을 때, 달러 표시 채권을 상환하던 신흥국 대학들은 약 17억 달러(약 2조3,423억원)를 자국 통화 기준으로 절감했다. 절감된 자금은 학생 지원 프로그램과 연구 인프라 확충에 투입됐다. 반면 미국 대학은 유학생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일부 주립대는 전체 예산의 28%를 유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달러 약세는 대학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재정 계획에 부담을 준다. 신흥국 대학은 여유를 찾고, 미국 대학은 긴장하는 역설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 영향은 고등교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소득 국가는 교과서나 과학 기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며 공급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지만,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교육 예산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교과 개편이 지연되기도 한다. 반대로 달러로 책정된 국제 원조가 현지 임금 대비 과도한 가치를 가질 경우, 지역사회 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프로젝트 정당성을 흔들기도 한다.

주: 분기별 시점(X축), 달러 지수 및 등록금(Y축)/DXY 달러지수(진한 파란 선), 인도 루피 기준 등록금(연한 파란 선)
달러를 넘어서는 실험들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를 활용한 국제 결제망 ‘mBridge’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 사례다. 인도 기업은 러시아산 석탄을 위안화로 결제했고, 방글라데시는 원전 건설 비용 일부를 위안화로 지급했다. 사우디는 위안화 표시 석유 선물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금 보유 확대도 눈에 띈다. 중국, 러시아, 튀르키예 등은 지난 10년간 금 보유량을 두 배 이상 늘려 외화보유액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는 고부채 기축통화에 대한 장기적 리스크 회피 전략의 일환이다. 브릭스(BRICS)가 추진 중인 현지 통화 기반 장학금 제도는 아프리카–중국 간 유학생 이동에서 결제 비용을 낮추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각국은 무역, 투자, 교육 영역에서 달러 중심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탈달러 시도가 마주한 현실의 벽
하지만 이런 실험들이 곧바로 달러의 구조적 지위를 흔들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2025년 5월 기준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2.89%로 2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인도 간 위안화 결제 실험도 결국 최종 정산은 달러로 이뤄졌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는 높은 유동성뿐 아니라 뉴욕 법원의 관할 아래 있는 법적 안정성 덕분에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 현존 대안들은 이러한 법적 기반과 유동성 측면에서 부족하다. 대서양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 제재 이후 달러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그 비중은 특정 통화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소규모 통화로 분산됐다. 탈달러 흐름이 ‘대안 등장’이 아니라 ‘다극화 실험’에 가깝다는 의미다. 결국 지금의 변화는 대체가 아닌 병존이다. 달러는 여전히 외환거래, 준비자산, 교육재정, 무역 정산의 핵심 통화다. 중요한 것은 달러의 효율성을 부정하기보다, 그 편익이 집중되지 않도록 통화 체계를 조정하는 일이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달러가 움직인다
달러의 지위는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그 영향력은 금융시장을 넘어 교육 현장에도 깊숙이 작용하고 있다. 환율 불안은 교육 기회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스와프라인 확대, 통화헤지 수단 마련, 디지털 결제 규범 정비 등 실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달러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기보다, 변화할 수 있는 요소로 인식하고 교육 재정의 탄력성을 높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eyond Reserve Status: What the Dollar Debate Means for Global Education Financ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