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알짜 자산도 매각” 선택과 집중 택한 SK이노, 사업재편 속도전
Picture

Member for

8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장용호號 리밸런싱 가속
대규모 현금 확보해 재무개선 추진
신용등급 하락, 유동성 압박 심화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 전경/사진=SK E&S

SK이노베이션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SK이노베이션을 이끌게 된 장용호 총괄사장이 하반기 본격적인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면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SK그룹 내 대표적 알짜 에너지 자회사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SK이노베이션 E&S가 SK이노베이션에 흡수 합병된 지 1년도 안 돼 분해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 대대적 유동화 착수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 E&S는 자산 리밸런싱 전략의 일환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27-1 일대 부지를 시장에 내놓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 주관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CBRE코리아가 맡았다. 해당 부지에는 SK E&S 자회사인 코원에너지서비스 본사 사옥이 자리하고 있으며, 대지 면적은 4만9,000㎡(약 1만4,855평)에 달한다. 매각가는 5,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현재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을 비롯한 일부 대형 개발사가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으나 예비입찰 참여 여부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SK E&S는 충남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의 지분 유동화에도 본격 착수했다. SK E&S는 매각 주관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을 통해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서를 배포했다. 유동화 대상은 SK E&S가 보유한 보령LNG터미널 지분 50%다. 현재 보령LNG터미널은 SK E&S와 GS에너지가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보령LNG터미널의 기업가치는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LNG 터미널 투자 희소성 등을 고려하면 SK E&S는 5,000억~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에는 수도권 도시가스 사업 자회사인 코원에너지서비스 대치동 용지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 절차를 밟으며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해당 용지는 5만㎡ 규모로 시장가격은 5,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2023년 서울시가 해당 용지를 포함한 세텍(SETEC) 일대를 복합개발하는 ‘신국제문화복합지구’ 조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무산됐다. 이어 지난해에는 한 법인과 해당 용지 매각을 놓고 구체적인 협상에 나섰다가 매각 금액에 대한 이견을 비롯한 협상 조건 등이 맞지 않아 결렬된 바 있다. 이후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SK E&S는 올해 해당 용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SK 리밸런싱 전략 일환 분석

SK E&S의 알짜 자산 매각은 SK이노베이션의 전반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제와 통상 환경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로 요동치면서 국제 유가는 급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정유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SK에너지, 석유화학을 담당하는 SK지오센트릭 등 에너지 부문의 실적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의 실적 반등도 더뎌서 SK이노베이션 전체 수익구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하락도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등급인 Ba1으로 하향했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K 핵심 관계자는 “신규 사업 투자에 있어 조달 비용 증가는 사실상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라며 “결국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크게 줄어든 셈”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캐시카우로 기대되던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우려와 자본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규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고 있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단기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보유 자산의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3조 규모 RCPS 주도권, SK이노에서 KKR로

업계에서는 이번 SK E&S의 유동화 작업을 예견된 일이라 보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당시 E&S 최대 투자자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자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2021년과 2022년 두 해에 걸쳐 발행됐다. 미상환 잔액은 3조1,350억원으로 모두 KKR이 인수해 보유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KKR은 당초 보통주 전환을 통한 의결권 확보보다는 일정 시점 이후 ‘상환’을 목표로 SK E&S에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했다.

KKR은 투자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환을 위한 장치를 촘촘하게 설계했다. SK E&S로부터 도시가스 사업 자산을 현물로 상환받거나 최대 9.5%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받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조건을 확보했다. 현물상환 자산으로는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산도시가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서비스 등 7곳의 지분이 설정됐다.

RCPS의 조기상환권 효력은 2026년 11월에 시작되지만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일찌감치 부각됐다. KKR이 양사 합병에 반대할 경우 SK E&S는 RCPS를 상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KR이 상환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면서 SK 측은 한시름 덜어낸 상황이다. KKR은 SK E&S 파트너로서 당초 RCPS의 발행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일정 시점까지 지켜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기간이 이제 4년을 채워가고 있으며 약속된 상환 시점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다만 최근 SK이노베이션이 E&S 산하 도시가스 사업 중간지주사를 상환 주체로 신규 발행한 RCPS의 전환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옵션 행사 주도권이 SK이노베이션에서 KKR로 넘어갔다. 이는 SK E&S가 발행한 기존 RCPS의 전환 요건과 SK이노베이션과 합병 후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을 상환 주체로 신규 발행한 RCPS 전환 요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기존 RCPS의 경우 KKR이 전환권을 행사하더라도 SK E&S가 이를 상환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KKR이 SK E&S 측에 전환청구예정통지를 했더라도 SK E&S의 주당 가치가 이를 만족하지 않을 경우 KKR는 정식 전환 청구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기준가치 미달로 전환 청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KKR이 보유 중인 우선주는 참가적 우선주로 전환되고 SK E&S는 이를 언제든지 상환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하지만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이 새로 발행한 RCPS는 그렇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E&S시티가스가 발행한 RCPS 전환 조건은 단순하다. KKR이 전환청구기간인 2027년 2월부터 RCPS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KKR은 E&S시티가스부산이 발행한 RCPS에 대해서도 2028년 4월부터 전환 청구를 요청할 수 있다. 본계약에서 KKR의 전환권 행사에도 발행인의 상환권을 보장한 요건은 빠진 상태다. SK이노베이션도 KKR의 전환권 행사를 담보하기 위해 E&S시티가스와 E&S시티가스부산의 기발행주식에 대해 1순위 주식질권도 설정해 놓은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이 사실상 KKR에 E&S 산하 도시가스 사업부에 대한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KKR의 인수 의사가 RCPS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포인트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