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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규제 공백,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 경고 규제 주체 불명확한 美 시장, 재무부 정책 논의 착수 한은도 가상화폐 규제 공백 우려, 인가부터 개입 강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가상화폐 시장의 규제 명확성 확립을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의 규제 체계로는 디지털 자산 활동을 포괄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급변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파월, 가상화폐 규제 명확성 강조
4일(현지시각) 가상화폐 전문매체 이더뉴스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연준 국제금융국 설립 75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명확한 규칙은 가상화폐를 합법화하고, 악의적인 행위자들을 몰아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규제 체계가 디지털 자산 활동을 포괄하기에 불충분하다고 지적하며, 스테이블코인과 탈중앙화 플랫폼을 아우르는 명확한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시장 전반의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다수의 미국 기관이 가상화폐의 다양한 측면을 감독하고 있어 규제 복잡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그의 발언은 가상화폐 상품에 대한 관할권 문제를 둘러싼 지속적인 논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의 가상화페 규제 관련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에도 "지난 몇 년간 가상화폐 산업에는 수많은 실패와 사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 분위기 자체가 점점 주류화되고 있다"며 "은행 안전성과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혁신을 허용하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이해되지 않는 리스크를 지우거나 은행 시스템을 덜 안전하게 만드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美 재무부,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영향 주목
월가도 현재의 가상화폐 정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 미 정부가 가상화폐 정책에 따른 사업 확장 논의를 내부적으로 진행하고는 있지만 더욱 구체적인 안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가상화폐가 전통 금융 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최근 회의에서도 FSOC 워킹그룹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취약점과 금융 안정성 위험 요인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며, 규제 공백이나 불합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확보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FSOC의 이번 논의가 향후 미국 내 디지털 자산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의 미국 리더십 강화'와 '규제 명확성 제공'이라는 논의의 핵심 의제는 시장 참여자들도 오랫동안 요구해 온 부분이다. 명확한 규제는 혁신을 촉진하고 동시에 불법 행위를 방지하며, 미국을 디지털 자산 산업의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가 단계부터 개입 필요 주장
한편, 한국은행의 입장도 연준과 다르지 않다. 지난달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한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되면 인가 단계부터 한은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고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 안정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아직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고 팀장은 “법제화 설계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달 이창용 한은 총재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허용할 거냐 말 거냐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스테이블코인 규제 권한을 두고 향후 금융 및 통화 당국 간 주도권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공개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초안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인가 주체가 금융위원회로 돼 있다. 정부는 현재 가상자산위원회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담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준비 중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이 위원회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초 일정대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2단계법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