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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상가 공실 대란’, 분양 주체 떠난 시장에서 고통은 소유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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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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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수요 하락에 경매는 유찰 반복
‘건물주=안정된 자산가’ 이미지 붕괴
시장 침체에 정부·지자체 대응 어려워

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상가 공실 문제가 더 이상 외곽의 특수한 사례로 남지 않는 양상이다. 마곡, 송도 등 대형 개발지구는 물론 이제는 서울 도심 상권까지 그 여파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도시에서는 빈 점포가 쏟아지면서 ‘상가 무덤’이라는 표현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초기 분양 당시 시행사들이 내건 “황금 입지”라는 마케팅 문구와 달리, 실상은 수요 검증 없는 무분별한 공급이 원인이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텅 빈 상권, 서울도 예외 없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수도권 집합상가 공실률은 10.01%를 기록했다. 인천 영종 신도시가 25.8%로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으며, 남양주 다산 신도시가 13.6%로 그 뒤를 이었다. 부동산원은 “신도시 등 새로 조성된 지역에 의무적으로 배정된 상가 대다수가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 상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는 한때 저렴한 매물을 찾기 위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경매시장에 불어닥친 한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의하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지역 상가 낙찰률은 15.5%에 그치며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10%대에 머물렀다. 경매로 나온 상가 20건 중 3건만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과거에는 입지 좋은 서울이라면 상가는 무조건 임대가 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 믿음 자체가 무너진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상가 공급 과잉이 꼽힌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대부분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갔는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과거 기준에 맞춰 상가를 공급하고 있다”며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물론 서울 한복판 대단지 아파트 상가도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찰된 상가가 경매시장에 계속 적체되고 있는 만큼 한동안 상가 시장은 찬바람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같은 과잉 공급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수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행사들이 경쟁적으로 상업용 부지를 공급하면서 시장 전체가 포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도시 전체의 건축물 면적에서 상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상가 면적은 신도시 평균 10.9%, 수도권 12.9%, 지방 14.8%로 모두 10% 이상을 나타냈다. 전국 도시 전체 건물 10곳 중 1곳 이상이 상가인 셈이다.

“상가로 노후 준비” 옛말, 애물단지 전락

상가를 소유한 이들에겐 지금의 현실이 악몽에 가깝다. 적지 않은 건물주가 치솟는 공실률에 월세 수익은커녕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여기에 자산가치 하락과 세금 부담 증가 또한 상가 소유주들의 한숨을 깊게 만드는 요소다. 비어 있는 상가도 재산세는 꼬박꼬박 부과되기 때문이다. 상가 소유가 은퇴 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던 과거와 매우 대조적인 풍경이다.

이에 많은 상가 소유자가 “하루라도 빨리 손절하고 싶다”는 토로와 함께 앞다퉈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과거에는 몇 달만 기다리면 새로운 세입자를 찾을 수 있어 공실이 잠깐의 문제로 치부됐으나, 지금은 1년 이상 공실이 유지되는 상가가 많아 거래를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매매가는 하락하고, 임대 수익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이중고가 현실이 됐다.

상가 소유주들의 수익률 저하는 수치화된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작년 4분기 기준 중대형 상가 99.8포인트, 소규모 상가와 집합상가는 99.7포인트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대비 중대형 상가 0.16%, 소규모 상가 0.5%, 집합 상가 0.44% 하락한 수치다. 임대수익을 나타내는 소득 수익률 역시 중대형 상가 0.81%, 소규모 상가 0.74%, 집합 상가 0.99%에 ​그쳤다.

짓는 이도, 사는 이도 사라진 상가 시장

높은 공실률과 소유주들의 수익성 악화가 겹치면서 상가 시장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제는 상가를 분양받으려는 이들도, 이를 새롭게 지으려는 개발 주체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과거처럼 ‘상가는 곧 황금알’이라는 믿음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회수 불가능한 투자금과 반복되는 유찰 사례뿐이다. 이처럼 상가 시장이 명백한 수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선 지자체들은 앞다퉈 공급 계획 조정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경기 화성시는 공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규 상가 용지 분양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기존 상가들의 공실이 심각해 ‘사람 없는 거리’가 체감되는 탓이다. 이렇게 텅 빈 거리는 입점이 이뤄지지 않아 지방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방치된 건물은 도시 슬럼화까지 야기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화성시는 상가 공급 자체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또한 부랴부랴 공실 문제 해소에 나섰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축물의 탄력적 용도 전환 지원 방안 마련’, ‘신도시 상업용지의 공급 및 관리개선 방안 연구’ 2건의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상업용지와 상가 건물의 효율적 운영과 공급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또 국민권익위원회는 상가 공실 장기화의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실태조사를 추진 중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와 맞물려 상가 공실 문제가 대두됐고 정부 차원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실수요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정책 효과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급 제한, 세제 혜택, 리모델링 지원 등 어떤 지원책을 내놓는다 해도 수요가 없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짚으며 “결국 상가 시장은 그간의 과잉 공급과 이윤만 추구한 개발 행태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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