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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자산운용’ 매각 난항, 홈플러스 부실·수익성 악화 등 부담 요소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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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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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FI 포함한 지분 패키지 매각
과반 넘긴 매각지분, 남은 퍼즐 '가격'
밸류 낮을 시 동반매도 철회 가능성도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새 주인 찾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경영권 지분 매각 작업을 본격화했지만 국내외 부동산 위기 탓에 여러 펀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다, 금융당국의 제재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순위 투자 손실 가능성까지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책마저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모건스탠리, 20여 곳 티저 배포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전날 국내외 주요 전략적투자자(SI) 및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내용이 담긴 티저레터(Teaser Letter)를 배포했다. 매각 대상은 70% 규모의 지분이다. 이번 이지스 매각은 제한적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와 대체투자 운용사를 포함해 20여 곳이 티저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금융지주 중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에는 직접 제안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 지분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최대주주 손화자 씨(지분율 12.4%)를 비롯한 대부분의 FI 지분이 결합된 구조다. 손 씨와 동반매도참여권(태그얼롱)을 보유한 주요 주주는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우리은행(0.8%) 등이다. 이들과 별도로 전략적 투자자였던 우미글로벌(9.08%), KB증권(4.13%) 등도 매각 협의에 동참한 상태다. 이들의 지분을 합산하면 최대 약 70% 수준에 이르는 패키지 매각이 가능한 상황이다.

모건스탠리는 앞서 조갑주 전 신사업추진단장과 연결된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와 대신금융그룹(9.13%) 측에도 매각 참여를 설득해 왔으나, 이들은 이번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실상 조 단장과 대신금융, 일부 개인 주주들만 매각에 동참하지 않는 셈이다. 조 전 단장은 이번 거래에서 분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 눈높이 충족 여부 관건

변수는 가격이다. 이번 거래의 성패는 결국 가격 눈높이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경영권 거래에서도 가격은 핵심 요소지만, 이지스운용의 경우 참여 주주 수가 많고 각자의 의사 결정이 독립적이라는 점에서, 가격이 더욱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는 가격이 제시된다면 무리 없이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기대보다 낮은 가격이 제시될 경우, 매각에 참여하려던 주주들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굳이 지금 팔 이유는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지스운용의 적정 기업가치를 7,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자기자본(PBR) 기준 약 1.4배에 해당하며, 해당 수준은 매각에 참여한 주주들도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선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다만 몸값 대비 실적 및 대내외 환경은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이지스는 누적 운용자산 65조8,000억원으로, 국내 부동산 운용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하락과 함께 수익성 저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4,182억원, 영업이익은 825억원 수준이다.

또한 홈플러스 전주 효자점(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 CGV를 주요 임차인으로 둔 광진구 몰오브케이(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94호) 등 국내부터, 독일에 위치한 '-트리아논(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과 스페인의 네슬레 본사 빌딩(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04호)까지, 국내외 여러 공모 펀드들이 대규모 손실에 빠지면서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여기에 2년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금융당국의 제재심 결과로 인해 가격 협상도 어렵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규정에 따르면 표준은 180일이지만, 이미 4배 넘게 차일피일 밀리면서 유·무형의 피해가 상당한 형국이다. 일부 운용사들이 인수 가능성을 타진 중이지만, 밸류에이션에 대한 간극은 여전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익성 둔화와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6,000억원 이상은 부담된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후순위 투자, 전액 손실 가능성

수익성 악화 기조 속 고수익을 위해 후순위 무담보 부실채권(NPL) 비중을 높인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NPL 4호 펀드 조성을 완료했다. 펀드 규모는 1,500억원대로, 이로써 이지스운용은 9,000억원에 육박하는 NPL 펀드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게 됐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NPL 운용본부를 신설하고, 3,400억원 규모로 1호 펀드를 조성했다. 2호 펀드는 2,550억원 규모였다. 1~2호 펀드는 은행권이 매각하는 NPL 풀을 전액 매입하는 방식으로 펀드 자금을 소진했고, 현재는 모두 청산이 완료된 상태다. 3호 펀드는 1,240억원 규모로 설정됐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NPL 투자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600억원을 출자받았다.

NPL은 싼 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본다. 재구조화 과정에서 펀드를 만들어 유동화하고 그에 따른 투자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불경기로 부동산 투자가 어렵고 각종 규제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기 어려운 자산운용사가 주목할 만한 먹거리다. 무담보 NPL을 매입하면 일정 수익이 난다. 보통 업체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받은 채권을 매입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기간은 대개 10년으로, 채무자들이 상환 일정에 따라 돈을 갚으면 채권자에게 수익이 발생한다.

채권을 비싼 값에 되팔거나, 기간 내 재구조화해서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선순위, 후순위, 에쿼티(equity·순자산) 투자 등 순위별로 구조를 짜서 자금을 융통한다. 선순위는 4%, 후순위는 5~6%, 에쿼티는 10%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펀드를 만들어 투자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모든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수익이 0이 될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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