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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달러화가 기축통화라서 억울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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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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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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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불만’
달러 가치 ‘인위적 하락 필요’ 주장
그보다는 ‘복수 통화 체제’ 고민해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트럼프(Trump) 행정부의 경제 자문이 미국에 오랜 세월 혜택을 안겨 준 것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 미국 경제 자문 위원회 위원장은 현재의 통화 시스템이 미국의 경상 수지 균형 노력을 제약하는 ‘불공정한 구조’라고 지적하며 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가 취해져도 효과가 없을뿐더러 위험까지 수반한다고 지적한다.

사진=CEPR

트럼프 행정부, 국제 통화 시스템 ‘미국에 불리’

전문가들의 비판에는 ‘역설’이 섞여 있다. 미국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Valéry Giscard d'Estaing) 전 프랑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 미국이 기축통화 보유국으로서 누리는 혜택)을 누려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 재무성 채권(US Treasury bonds)의 형태로 안전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의 구심점이 될 수 있었다.

덕분에 자국 통화로 저금리 차입이 가능했고 다른 나라들처럼 환율 위험도 겪지 않았다. 국가 부채가 글로벌 GDP의 1/3을 넘는 35조 달러(약 4경9,77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지금도 반드시 필요한 특권이다.

하지만 미란 위원장은 부정적인 면을 크게 보는 듯하다.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앞지르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과대평가된다는 것이다. 달러화 평가 절상으로 미국은 수출을 통해 무역 수지를 개선하기 어렵고 저금리로 인해 부채까지 추가로 누적된다.

이는 1950년대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의 예측과 일치한다. 그는 적절한 제어 장치가 없다면 미국은 과도한 부채 발행으로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1971년에 미국은 과도한 달러화 발행으로 신뢰를 잃으며 금본위제를 포기한 역사가 있다.

‘플라자 합의’식 ‘인위적 달러 가치 조정’ 주장

미란 위원장은 글로벌 통화 시장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주장하지만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회의적이다. 역사적으로 그러한 개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낸 적이 없고, 효과를 기대한다면 단순 개입이 아닌 주요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조율돼야 하기 때문이다. 1985년 선진국 간 협력을 통해 달러화 가치를 절하하고자 했던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도 실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게다가 90년대 초반 자산 거품 붕괴(asset bubble burst)를 일으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있게 한 주원인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일시적인 해결책보다는 글로벌 통화 시스템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하며 특히 달러화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9년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대안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후 비슷한 의견은 계속 있어 왔다. 그중 하나가 특별 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 국제통화기금 가맹국이 담보 없이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을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다. 특별 인출권은 세계 각국이 미국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더 균등하게 글로벌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방식이다.

‘복수 통화 체제’ 도입이 근본적인 해결책

또 다른 제안은 달러 이외의 통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함께 맡는 ‘복수 통화 체제’(multiploar currency world)다. 이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주요 경제권의 재정적 책임감을 강화해 트리핀이 경고한 위험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후보로는 유로화(euro)와 중국 인민폐(renminbi)가 꼽히지만 두 통화 모두 단점은 있다. 인민폐의 한계로는 중국 정부의 엄격한 자본 통제와 법적 불확실성이 지적된다. 하지만 학자들은 인민폐가 해외 직접 투자 및 무역, 역외 금융 센터(Offshore Financial Center, OFC, 비거주자에게 대규모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 등을 통해 국제 통화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면 유로화는 국가 간 이동성 및 법적 안정성 면에서 인민폐보다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파편화된 금융 시스템과 미국 대비 부족한 안전 자산 보유가 약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유럽연합(EU)이 전략적 투자 및 국방 목적의 채무를 통합해 유로화 주도의 채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비판론자들은 다극 통화 체제(multipolar monetary system)하에서 투자자들이 복수 통화 사이를 마음대로 옮겨 다니면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찬성론자들은 위험보다 혜택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복수 기축통화 체제는 균등한 유동성 공급을 가능하게 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며, 달러화 가치 변동도 제약하지 않아 미국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위적 통화 가치 조정은 “시늉에 그칠 것”

미국은 전통적으로 글로벌 금융 안전망 역할을 맡아 왔다. 위기 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는 통화 스와프 및 환매조건부채권(repo) 대상 국가를 확대해 비상시 달러 유동성을 공급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극복하게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연준의 조치가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위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헤게모니적 안정’(hegemonic stability)의 한계인 셈이다.

어쨌든 플라자 합의를 떠올리게 하는 미란 위원장의 주장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글로벌 경제는 너무나 복잡해졌고 금융 시장의 변화 속도는 빠르다. 각국 중앙은행은 환율 조정보다는 인플레이션 해결에 우선순위를 둔다.

따라서 금리 조정 및 재정 정책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환율 개입은 지속적인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달러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절하되더라도 투자가 급증해 금방 회복시킬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환율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조율할 의사가 없다면 달러화 가치 조정을 위한 합의는 잘해야 시늉에 그치는 정도일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녜스 베나시-케레(Agnès Bénassy-Quéré) 프랑스 은행(Banque De France) 부총재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Looking for a “fair” international monetary syste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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