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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영향 구조화’로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 촉발 독립성 보장해야 장기 인플레이션 대비에 효과적 개발도상국은 “더욱 중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최근 정치 경제 담론의 중심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 독립성 보장이 급증하는 인플레이션 변동성에 맞설 최적의 방법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는 장기적 인플레이션 억제에 선진국보다 훨씬 큰 도움을 준다. 게다가 통화정책 실행 후 인플레이션 지속 기간을 줄여 정책 효과성을 강화하기도 한다.

‘중앙은행 독립성’ 토론 재점화
‘위대한 중도’(Great Moderation, 1980년대~2000년대 중반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적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안정기)로 불리는 기간 중앙은행 독립성은 건전한 통화정책 실행을 위한 초석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며 진위에 대한 토론이 재점화됐다. 인플레이션이 이전보다 훨씬 큰 구조적 경제 변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정부 영향을 벗어나 운용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도 취임 전, 금리 인상을 비롯한 중앙은행 의사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미국 정부의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정책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에는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유럽 지도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일부는 정부의 중앙은행 통제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관계자는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위해서는 독립성이 필수 요소라고 주장한다.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도 확실하다. 중앙은행이 자율성을 가져야 장기적 경제 안정보다 단기 성과를 우선시하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 독립성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 결과는 엇갈리는데 특히 선진국에서 더하다.
중앙은행 ‘정책 자율성’, 장기적 경제 안정에 도움
그런데 1971~2023년 기간 155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최근 연구는 중앙은행 독립성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감소와 깊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고 결론짓는다.

주: 기간(X축), 연간 개정 수(좌측 Y축),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청색),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갈색), 누적 개정 수(연두, 우측 Y축)/출처=CEPR
특히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들은 지속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화해 나가야 장기적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선진국들이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 이후 3.7%P 정도의 장기 인플레이션 감소 효과를 얻은 반면, 개도국들은 10.3%P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경제 안정성이 떨어지는 국가일수록 중앙은행 독립성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주: 국가 평균(상단), 선진국 평균(좌하단), 개도국 평균(우하단), 독립성 강화 후 기간(X축), 인플레이션 변화율(Y축)/출처=CEPR
‘인플레이션 지속성’ 줄여 통화정책 효과성 증진
또한 연구 결과는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인플레이션 지속성, inflation persistence)는 사실도 알려준다. 경제 주체들이 저마다의 기대를 정책 방향에 맞게 수정하는 데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일정 기간 정책 방향과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는 것으로 중앙은행이 자율성을 갖고 장기간 통화정책을 집행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은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줄이고 완화 과정을 촉진해 전반적인 정책 효과성을 높인다.
그렇다면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중앙은행 독립성 논쟁에 직접적인 해답을 던진다. 정부 관리감독 강화를 외치는 일부 정치가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중앙은행 독립성을 유지 또는 강화하는 것이 경제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개도국들은 독립성이 주는 장기적 경제 효과가 독립성 제한으로 얻어지는 정치적 이득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더구나 중앙은행 독립성 축소는 당장의 인플레이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지속성을 줄이는 일도 어렵게 한다. 위기 시 경제 안정 노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중앙은행 독립성은 인플레이션 관리와 경제 안정에 필수적이다. 글로벌 규모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존하는 현재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희생하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마찬가지다.
원문의 저자는 안젤로스 아타나소풀로스(Angelos Athanasopoulos) 아일랜드 은행(Bank Of Ireland)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t matters even more: Central bank independence, long-run inflation, and persist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