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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 동력 찾자" HMM 인수 나선 포스코, 실질적 시너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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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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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HMM 인수 위해 대규모 자문단 꾸려
포스코는 신성장 동력, 산은은 BIS 비율 리스크 해소 노린다
물류 시너지 기대하는 포스코, 증권가 등은 '갸우뚱'

포스코그룹이 HMM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업인 철강 사업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자, 수십 년 만에 해운업으로 눈길을 돌리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HMM과 포스코의 사업 형태를 고려하면 양 사 간 유의미한 시너지가 발생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HMM 인수 시동 거는 포스코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는 HMM 인수 준비를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렸다. 회계법인과 로펌, 컨설팅 업체를 대거 고용해 HMM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인수 전략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HMM의 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다. HMM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이달 중순 마무리되면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은 각각 30%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포스코는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 약 30%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MM의 거대한 몸집으로 인해 인수 부담이 상당한 만큼, 산은의 지분만을 확보해 지분 매각 의사가 크지 않은 해진공과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HMM 시가총액은 약 23조원에 달한다. 산은 지분만을 매입한다고 해도 포스코는 약 7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포스코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HMM 인수에 나선 것은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는 본업인 철강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신사업인 2차전지 소재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다. 이에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철강 및 2차전지 소재와 시너지를 이루며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미래 신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포스코가 택한 '미래 신사업'이 곧 해운업인 셈이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뛰어드는 것은 포항제철 시절인 1995년 거양해운을 한진해운에 매각한 이후 30년 만이다.

HMM 주가 오르면 산은이 운다?

지분 매각에 나선 산은 측 역시 원금 회수가 필요한 입장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HMM에 자본 형식으로 투자한 금액은 총 4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 당시 현대상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 등 채권단이 대주주로 전환되며 1조6,000억원 상당의 출자 전환이 이뤄졌고, 2020년 7,2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2조6,000억원가량이 추가 투입됐다. 이에 따라 산은은 HMM 지분 36.02%(3억6,919만 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문제는 HMM의 덩치가 커지며 산은이 BIS 규정에 따른 위험가중치를 부과받게 됐다는 점이다. BIS는 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시 15%가 넘는 지분에 위험가중치 1,250%를 매긴다. HMM 주가는 5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2만3,050원으로,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HMM 지분 총액은 8조5,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산은 총자본(47조7,045억원)의 15%를 훌쩍 웃도는 규모다.

BIS 비율은 위험 가중 자산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위험 가중치가 높아지면 위험 가중 자산이 늘어 BIS 비율이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BIS 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BIS 비율이 13% 밑으로 떨어지면 산은은 건전성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기업 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워진다. HMM 주가가 오를수록 산은의 BIS 비율이 하락하며 정책금융 공급 여력이 위축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HMM의 지분 가치가 산은 자기자본의 15%를 초과하더라도 향후 3년간 초과액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비조치 의견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HMM의 컨테이너선/사진=HMM

양 사 시너지 창출 가능할까

포스코는 HMM 인수를 통해 그룹의 오랜 고민거리인 물류 불확실성과 비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MM의 선박을 활용해 물류 대란 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은 유연탄과 철강재, 배터리 소재 원료 등을 수입하기 위해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물류비용을 쓰고 있다. 포스코플로우(옛 포스코터미날)로 그룹 물류 업무를 모아 효율화를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양 사가 유의미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는 국내 해운 물동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물류비 절감을 노린 인수 명분은 있지만, 포스코가 주로 활용하는 벌크선과 달리 HMM 매출의 80% 이상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해 직접적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LNG 터미널을 활용한 벙커링 수요 확대도 기대할 수 있으나, HMM의 LNG 추진선은 현재 2척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해운법상 특정 대량 화물 화주가 해운 사업에 진출할 경우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 허가가 필요한 점도 잠재적 걸림돌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포스코 측이 대규모 자문단을 꾸린 것이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인수합병(M&A)에 착수하는 기업들이 외부의 유명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시너지 분석을 실시하는 것은 결국 내부 반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거래의 '명분'을 만들고,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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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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