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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머무는 우크라이나 피란민, 귀환보다 정착 선호 도로·인프라보다 인력 회복이 경제 회복의 관건 PEC 안전 구역, 임금 보조, 교육 지원 등 귀환 유도 정책 시급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5년 3월 유엔난민기구(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UNHCR)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국민 가운데 향후 2년 내 귀국을 계획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반면 대다수는 유럽연합(EU) 체류를 '무기한' 또는 '사실상 영구적'이라고 응답했다. 지금까지 유출된 인구는 약 340만 명으로, 전쟁 전 전체 노동력의 25%에 해당한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의 물리적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5,240억 달러(약 741조원)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 재건 예산이 전액 집행되더라도, 인력 이탈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모두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후 경제 회복의 중심에 물리적 인프라가 아닌 사람을 놓아야 하는 이유다.

인력 회복이 우선 과제
전후 복구 논의는 여전히 도로나 건물 등 물리적 자산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9년 모잠비크 사이클론 등 주요 재난 사례들은 노동참여율이 장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자본 형성률은 9% 줄었지만, 노동참여율은 17% 감소했다. 두 수치의 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지고 있다.
재건 사업이 물리적 성과 중심으로 진행되면 인구 유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피란민의 귀환 여부는 정책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UNHCR 조사에서도 안전, 자녀 교육, 안정적인 소득이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혔다. 애국심은 결정 요인이 아니다. 게다가 해외 체류 기간이 5년을 넘기면 귀환율은 10% 이하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7년이 그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빠져나간 사람들, 돌아올 수 있을까
2025년 5월 기준으로 EU 내 임시 보호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인은 428만 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57%, 대학 졸업자는 29%로, EU 평균보다 높다. 우크라이나의 노동참여율을 적용하면 약 340만 명이 노동시장 밖에 있는 셈이다. 이 중 상당수는 교사, 엔지니어, 의료인으로, 유럽 각국에서 인력 부족 분야로 분류되는 직종에 속한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인력 공백도 커지고 있다. 교원 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12% 줄었고, 교육단체 오스비토리아는 현직 교사의 절반 가까이가 2030년까지 은퇴하거나 해외 이주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럽은 이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 내 우크라이나 이주자 1명당 연간 복지 지출은 1만2,000유로(약 1,740만원)이지만, 경제 기여도는 2만3,000유로(약 3,330만원)에 달한다. 유럽에는 이득이고, 우크라이나에는 손실이다.

주: 재난 발생 후 경과 월(X축), 순 이주율(Y축)/우크라이나(주황색 선), 푸에르토리코(파란색 선)
우크라이나 노동력에 조용히 의존하는 유럽
2019~2023년 EU 전체 고용 증가분 중 20%는 비EU 출신이었고, 그중 다수가 우크라이나인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은 팬데믹 이후 유로존 노동력 증가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에 의해 채워졌다고 진단한다. EU 자체 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폴란드의 경우, 우크라이나 노동자의 절반만 귀국해도 경제성장률이 0.8%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각국은 체류 자격을 연장하고 자격 인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인력을 붙잡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들이 동시에 노동력을 붙잡아두려는 상황은 분명한 정책적 딜레마다.
돌아올 이유를 만들어야
우크라이나는 이제 단순한 귀환 촉구를 넘어서, 유럽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조건은 안전이다. 이를 위해 일정 지역을 산업 중심지로 지정하고, 국제 보험사와 협력해 방공망과 신속 복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보호 경제 구역(Protected Economic Cluster, PEC)’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전력, 의료, 통신 등 필수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조건을 제도화해, 피란민의 복귀를 뒷받침하려는 구상이다.
급여 격차를 줄이려는 방안도 필요하다. 복귀 기술자와 의료인에게는 월급의 30%를 세액 공제로 지원하는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이는 국제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이주 가정을 위한 디아스포라 대출, 귀국 학생을 위한 대학 등록금 면제 장학금도 함께 추진된다. 내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네 가지 정책이 함께 시행되면 향후 3년 안에 귀환 의향률을 15% 끌어올릴 수 있다.
현실적인 귀환 재정 확보
이 같은 정책이 과도한 재정 부담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계산은 다르다. 10년간 재건 예산의 11%에 해당하는 60억 달러(약 8조4,900억원)만으로 20만 명에 대한 임금 보조, 대출, 장학금 지원이 모두 가능하다. 세계은행이 도로·철도 인프라에 배정한 240억 달러(약 33조9,600억원) 중 25%만 전환해도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성과 연계 채권도 대안이 된다. 일정 수의 복귀자가 실제 고용되면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로스타트(Eurostat)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5억 유로(약 7,250억원) 규모의 채권으로 8만 명을 유도할 수 있고, 비용은 기존 방식보다 22% 낮다. 디지털 플랫폼 'Diia'를 통해 정책 성과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면 원조국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
귀환 정책의 반발, 현실적으로 다뤄야
안보 불안은 여전히 귀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그러나 국제이주기구(IOM) 조사에서는, 전력과 교육, 일자리가 복원된다면 일부 위험이 남아 있어도 귀환하겠다는 응답이 78%에 달했다. 보호 경제 구역(PEC)은 이런 불안을 줄이는 장치다.
유럽 내부에서도 귀환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노동력 유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 때문이다. 그러나 유로파운드(Eurofound)에 따르면, 유럽 내 단기 생산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경제가 회복되면 유럽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등 중장기 효과는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귀환 유도 정책이 자칫 강제성을 띤다는 윤리적 비판도 있다. 하지만 현재 설계된 제도는 신청자에 한해 혜택이 제공되는 구조다.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며, 복귀하지 않더라도 어떤 불이익도 없다. 유럽중앙은행도 3년에 걸친 점진적 귀환은 통화정책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본다.
사람이 돌아와야 진짜 미래가 열린다
EU의 임시 보호 연장은 수용국에는 시간을 벌어주지만, 우크라이나에는 시간이 없다. 다음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가족 단위 귀국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력 유출은 고착화될 수 있다. 재건은 인프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자, 교사, 의료인 등 핵심 인력이 복귀하지 않으면 생산도,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Labor Aftermath: Why Getting Ukrainians Home Matters More Than Rebuilding Road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