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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 금융당국 직접 점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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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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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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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ma78@giai.org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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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권에 대출금리 산출 근거 등 자료 제출 요구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 올리고 우대금리 혜택 줄여
은행별로 다른 깜깜이 가산금리가 혼란 키운다는 지적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중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대출금리 산출 근거를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여전히 높게 유지하면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에서 영업점 전결로 결정되는 우대금리 적용 실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기준금리 떨어졌지만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1일 은행 20곳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상품별로 준거·가산금리 변동 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대출금리 변동 내역 등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취합해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효과의 합리성 등을 점검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가계와 기업이 2차례 금리인하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연 3.5%에서 3.0%로 0.5%포인트 낮아졌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금리(기준금리)'에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은행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서 구한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에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올렸다. 이에 더해 평소에 우대금리를 적용해 깎아주던 금리를 훨씬 덜 깎아주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올렸다.

우대금리는 해당 은행에 월급 계좌가 있거나, 은행 신용카드를 매월 일정액 이상 쓰면 깎아주는 금리로,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이 가산금리 인상보다 우대금리 적용을 줄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평균 가계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전인 9월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내리고 우대금리를 1.41%포인트 축소했고, 신한은행은 가산금리를 0.19%포인트 높인 데 더해 우대금리를 0.65%포인트 덜 적용해 대출금리를 올렸다. 금융권은 우대금리 축소 효과가 가산금리 인상 효과의 2.8~6.1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당국, 2년 전 은행권 금리 담합 의혹 조사

우대금리가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은 5대 은행의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금감원은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이 예금·대출금리와 고객 수수료를 담합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대해 당시 금융권은 "은행별 가산·우대금리 차이가 명확한데도 공정위를 앞세워 은행들을 담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금리 문제를 공정위의 담합 조사로 해결하려는 것은 금융업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은행 측도 "가산금리는 차주의 신용도나 대출 기간 등에 따라 조건이 달라 담합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우대금리도 거래 실적이나 계열 카드사 발급 등 비가격적 요소가 많아 담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투명하게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 규준'에도 적정한 가산금리 수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당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간 차이가 2%포인트를 웃돌았다. 일례로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우대금리는 연 2.51%였지만, 기업은행은 연 0.31%에 그쳤다. 

기준금리의 산정 기준도 은행마다 달랐다. 주담대 중 취급 비중이 70%를 웃도는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국민·우리·농협·기업 등 4개 은행은 매월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COFIX를 기준금리로 사용했고, 신한·하나은행은 매일 금융채 금리를 반영해 기준금리를 산정했다. 이마저도 신한은행은 직전 3영업일 평균을, 하나은행은 직전 하루의 금융채 5년 만기 금리를 반영하는 등 차이가 있었다. 시장 지배적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면 다른 은행들도 금리를 따라 올리는 '암묵적 담합'에 대한 의혹은 은행 간 치열한 경쟁 관계를 간과한 시각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당시 공정위는 최초 현장 조사 이후 4개월이 지난 2023년 6월 농협·기업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재심사가 결정되면서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 최근 공정위는 추가 조사를 받은 4개 은행에 대해 주담대 거래 조건을 담합했다며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초 제기됐던 대출금리 담합 의혹은 이 심사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대출금리 개입하면서 시장 왜곡 장기화

일각에서는 우대금리의 조정보다 오락가락하는 가산금리가 소비자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기조를 따르는 수단으로 가산금리를 활용함으로써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들이 고정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인상해 대출 문턱을 끌어올리면서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고정금리형 주담대(4.31%)로 변동형(4.25%)보다 높게 책정됐다. 고정형 상품의 금리가 변동형보다 높은 것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그러다 다시 12월에는 고정형 상품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0.21%포인트 하락하며 변동형 금리(4.32%)가 고정형(4.23%)을 한 달 만에 앞질렀다.

문제는 정부의 대출 관리 기조와 깜깜이 가산금리 탓에 대출 시장의 왜곡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대출 소비자가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고정형 상품 금리가 변동형 상품보다 높은 게 정상이지만 한국은 2022년 10월 이후 지난해 11월 한 달을 빼고는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항상 낮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고정형 상품 확대를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은행들은 인위적으로 고정형 상품의 금리를 변동형 상품보다 낮게 유지해 왔다. 통상 금융 소비자들은 시장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이자가 다소 오르더라도 변동형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은행들은 고정형 판매를 확대하라는 당국의 주문 탓에 딜레마에 처했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받은 대출의 가산금리가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은행권은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확한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가산금리 산정 체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제도 개선이 이뤄진 건 없다. 금감원이 은행 간 가산금리 편차가 크지 않은지, 적정 수준보다 과도하지 않은지 등을 살폈고 문제가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지도 조치를 했으나,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정부가 개입해 조정하고 이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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