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한 차례 유찰된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 VIG가 인수 지난 6월에도 미용 의료기기 업체 비올 사들여 "뷰티 기업은 매입하고, 기존 포트폴리오는 정리하고" VIG의 투자 전략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필러 브랜드 '이브아르' 등을 보유한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를 인수한다. 지난 6월 미용 의료기기 기업 비올을 인수한 데 이어 뷰티 포트폴리오 확장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VIG, LG화학 에스테틱 인수전 승리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VIG파트너스는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를 2,000억원에 인수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에스테틱 사업부의 주력인 필러 제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 설비 등은 이번 거래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업부 매각에 따라 LG화학 내 생명과학 부문은 백신사업부를 주축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는 히알루로산 필러 브랜드 '이브아르'와 스킨부스터 '비알팜', '인에이블', '비타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이브아르'의 경우 해외 30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수년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지난해 해당 사업부의 매출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각각 1,000억원, 25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에스테틱 사업부가 한 차례 유찰을 겪은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올해 초 HSBC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에스테틱 사업부 매각 절차에 돌입했으나, 희망 매각가가 5,000억원에 달했던 탓에 대부분의 원매자들이 일찍이 발을 뺐다. 유일하게 본입찰에 참여한 휴젤마저도 1,000억원 수준의 인수가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갑론을박 끝에 결국 매각은 불발됐고, LG화학은 눈높이를 낮춰 재매각에 나섰다.

쌓이는 뷰티 포트폴리오
VIG파트너스가 뷰티·미용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 VIG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비엔나투자목적회사는 비올 최대주주인 DMS의 보유 지분 2,030만4,675주(34.76%)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VIG파트너스는 비올의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7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 비올 보통주 2,848만8,315주를 추가로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도 VIG파트너스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완전자회사가 되는 비올의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모회사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주식교환 교부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장내 매수 등을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지난 4일 비올 주식 5,505만6,736주를 확보해 자진 상장폐지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95% 이상 확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현시점 VIG의 비올 지분율은 자사주 포함 94.24%, 유통 주식 수 기준 95.35%다.
VIG파트너스가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상장폐지를 단행하면 상장 기업의 경영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 주주행동주의 펀드, 소액주주 등의 의사결정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PEF 운용사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PEF의 특성상 기업의 경영 관련 사항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프리드라이프 등은 줄줄이 엑시트
VIG파트너스는 뷰티 기업 인수뿐만 아니라 앞서 3·4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도 힘을 쏟고 있다. VIG파트너스의 3호 블라인드 펀드는 지난 2017년 총 7,000억원 규모로, 4호 블라인드 펀드는 2020년 약 9,50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올해 VIG파트너스가 엑시트에 성공한 대표 포트폴리오사로는 국내 1위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가 꼽힌다. VIG파트너스는 3호·4호 펀드를 통해 프리드라이프에 4,0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했고, 지난 4월 웅진그룹에 프리드라이프 경영권 지분 99.77%를 8,879억원에 매각했다. 리파이낸싱, 소수지분 매각 등 회수금과 합치면 투자 원금의 4배 이상을 회수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VIG파트너스는 헤어·바디케어 브랜드 쿤달로 잘 알려진 더스킨팩토리의 매각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진 않았지만, 잠재 원매자와 접촉하는 단계라는 전언이다. VIG파트너스는 2020년 4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약 1,700억원의 자금을 들여 더스킨팩토리를 인수했고, 이후 2023년 화장품 브랜드 네시픽을 사들여 볼트온 전략으로 더스킨팩토리가 스킨케어·색조 라인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 2023년 1월 이스타항공 지분 100%를 부동산 업체 성정으로부터 약 4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을 품은 지 2년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엑시트 시점이 이르다는 반응도 있지만, VIG파트너스는 현재가 매각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의 새 주인이 정해지면서 항공업계에 남은 알짜 매물은 이스타항공이 유일하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되는 이스타항공의 몸값은 5,000억~6,0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