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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형제 회사에 1.3조 쓰고 주주에 3.6조 청구서 “승계 위해 유증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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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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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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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김동관, 현금 부족에도 한화에어로 유증 강행
26일 이사회서 에어로 신주 9,800억원 규모 매입키로
현금성 자산 대부분 지분 매입에 쓰고는 "최선의 선택"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한화에어로 전략부문 대표이사)의 그룹 지배력 강화가 눈총을 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주주들에게 직·간적접 손실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한화에어로는 유증에 대해 선제적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승계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다. 양호한 현금흐름으로 자체 투자 여력이 충분함에도 기습적으로 유증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화, 한화에어로 9,800억원 규모 유증 참여

2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전날 한화에어로의 신주 162만298주를 주당 60만5,000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발행가액은 5월 29일 확정되나 현재 기준총액 규모는 9,803억원에 이른다.㈜한화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3,506억원으로 유증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하다. ㈜한화는 자체 현금과 함께 외부 차입을 통해 유증 참여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의 유증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배력을 공고히 가져갈 수 있다. 현재 지분율은 33.95%인데 유증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지분율 30%(30.03%)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화가 유증 참여에 나선 것은 모회사로서 자회사의 해외 지방방산 거점 투자와 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 등에 나설 한화에어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승모 ㈜한화 대표이사는 "한화에어로의 과감한 투자 필요성에 공감하며 자회사의 성장으로 한화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동시에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유증에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김동관 부회장을 필두로 주요 경영진이 한화에어로 주식 매입에 나선다. ㈜한화의 유증 참여와 같은 맥락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 주식 30억원 규모를 매수할 예정이다. 또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와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도 유증에 따른 우리사주 매입과 별도로 각각 9억원, 8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수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25일 경기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밸류업 한다더니 뒤통수

하지만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의 유증 공시 이후 3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삼성·DS·다올증권은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매도의견을 내지 않는 국내 리서치 문화를 감안하면 사실상 '매도'나 마찬가지란 평가다. 유증 공시 다음날 주가 역시 13% 이상 급락했다. 기발행 주식수 대비 13%에 달하는 물량을 한번에 발행하면 EPS(주당순이익)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이번 자금조달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거세다. ㈜한화가 초대형 유증에 나선 것은 결국 주주보다 총수 일가의 이익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한화에어로는 최근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등 그룹사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취득했다. 당시 현금 흐름이 충분해 자본 조달이 필요없다고 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대규모 유증을 발표하며 말을 바꿨다. 여기에 사상 최고가 수준에 증자를 결정한 것이 의도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유증 구조에선 오너 3형제가 손해를 볼 여지는 거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화가 유증에 참여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오너 3형제가 지배하는 자회사(한화에너지)는 기존처럼 그룹 지배력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게 된다. 반대로 ㈜한화가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실권주 일반 공모에 참여해 한화에너지가 지분을 가져올 수도 있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100% 참여를 결정하면서 실권주는 발생하지 않게 됐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피해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지배구조 분야 전문가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유증 자체는 자금을 조달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인데 문제는 한 달 전 회사가 갖고 있던 현금을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가 보유한 주식과 맞교환하고 유증이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이건 일종의 사익 편취"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패밀리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오는 데 1조원이 넘는 돈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유증은 승계 작업용?

일각에서는 ㈜한화가 승계 구도를 탄탄히 하기 위해 실적이 좋은 한화에어로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매입 시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때는 주가가 하락했을 때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매입한다. 하지만 한화오션 주가의 경우 고공행진하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었다.

게다가 한화에어로의 현금도 김동관 부회장 등 그룹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로 흘러 들어갔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로부터 지분을 인수했는데, 한화에너지는 오너가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50%)과 김동선·김동원 형제(각각 25%)가 지분 전부를 들고 있다. 본래 한화그룹 지배구조 상단에는 지주사인 ㈜한화가 있었지만, 최근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옥상옥 구조를 완성하는 중이다.

한화그룹 승계 작업의 마지막 퍼즐은 궁극적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22.65%, 1,697만7,949주)을 김동관 부회장(방산·에너지 부문), 김동원 부사장(금융 부문), 김동선 부사장(유통·로봇 부문)에게 상속 혹은 증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간 3형제의 합산 지분율이 100%인 한화에너지를 상장해 ㈜한화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한화는 한화에어로(33.95%), 한화생명(43.24%), 한화갤러리아(36.31%), 한화솔루션(36.31%),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8%) 등의 핵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즉 3형제가 ㈜한화를 지배하게 되면 한화그룹 승계가 완성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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