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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서학개미들에 경고 보낸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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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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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주시하는 한은, '분산투자' 권장
"한국인 투자자, 오징어게임 참가자 같다" 비판
국내 증시서도 '한탕주의' 흐름 두드러져

한국은행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의 투자가 미국 일부 기술주 및 손실 위험이 큰 레버리지 ETF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학개미, M7·레버리지 ETF에 '올인'

26일 한은이 홈페이지 블로그에 게재한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국내 거주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잔액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구글 등 미국 대표 혁신 기술 기업 7곳(매그니피센트7, M7)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학개미들의 투자가 대형 기술주에 편중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가시화하며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서학개미들은 미국 기술주 매수를 멈추지 않고 있다. M7 주가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평균 13.9% 하락하는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M7 주식 8억 달러(약 1조1,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019년 말 19억 달러(약 2조7,800억원) 수준이었던 개인투자자들의 M7 주식 투자 잔액은 이달 18일 기준 371억 달러(약 54조3,600억원)로 급증했다.

서학개미들은 레버리지 투자 같은 고수익·고위험 투자에도 거침이 없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상위 50위 종목에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및 인버스 ETF 7개 종목이 포함돼 있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지수의 수익률을 2배 이상으로 추종하고, 인버스 ETF는 역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이와 관련해 이재민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미국 기업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M7 종목과 레버리지 ETF 등에 대한 과도한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종목들로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학개미가 美 증시 망쳤다?

해외 전문가들 역시 한국 투자자들의 투자 행태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Acadian)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오징어게임 주식시장(The Squid Game stock market)’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주식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을 꼽았다.

라몬트 부사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한국화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역할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2024년 기준 1,121억 달러(약 163조2,180억원)로 미국 주식시장 총 시가총액(62조 달러‧약 9경원)의 0.2%에 불과하지만, 일부 틈새시장에서는 한국인 투자자들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미국 증시에서 이른바 '테마주 유행' 현상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양자컴퓨팅 관련 주식 폭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규칙을 잘 모르고 게임에 참가한 것처럼, 한국인들도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한다”며 “(오징어게임처럼) 대부분 참가자들은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다”고 꼬집었다.

정리매매 종목의 과열 양상

국내 투자자들의 '한탕주의'를 앞세운 위험천만한 행보는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두드러진다. 정리매매 종목을 둘러싸고 투자 수요가 과열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결정된 종목의 주주에게 주식을 처분할 기회를 주기 위해 7거래일간 매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정리매매 종목들의 주가는 일반적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일례로 최근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며 정리매매에 들어간 MIT의 경우, 27일 오후 2시 30분 기준 전일 대비 57.73% 급락(93원)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다른 정리매매 종목인 한울BnC 역시 전일 대비 66.48% 미끄러진 60원에 거래 중이다.

정리매매 종목의 주가가 널뛰는 것은 이들 종목이 하루 주가 변동폭(30%)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투자자에게 있어 기회보다는 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 정리매매만 노려 투기하는 이른바 ‘정매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가가 높은 수준에 형성되도록 호가를 낸 뒤, 시차를 두고 매도 주문을 한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 혹한 개인 투자자가 추격 매수에 나서면 주식을 팔고 매수 주문을 취소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무작정 한탕을 노리고 정리매매 투자에 뛰어들면 정매꾼을 중심으로 한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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