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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외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공식 발표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 가중 연준 인사 “금리 인하 경로에 영향 줄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미국 내 신차 가격이 1만 달러(약 1,470만원)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장기 전망에 대한 소비자와 시장 간 인식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지면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가격 상승→구매수요 감소→생산 감소
27일(이하 현지시간)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미국 자동차 시장 전망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향후 자동차 소비자 가격이 약 3,000달러(약 439만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에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의 경우, 6,000달러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무역협정(USMCA)를 맺어 대부분 무관세로 그동안 자동차 및 부품을 수출해 왔으며, 우리나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많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이를 이용해 미국 자동차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해 왔다.
조너선 스모크 콕스오토모티브 수석 경제학자는 높은 가격이 차량 수요를 줄이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도록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내 공장에서 하루 약 2만 대, 즉 평소보다 약 30% 적은 자동차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4월 중순이면 북미 지역 거의 모든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생산감소, 공급 부족, 가격 상승이 곧 닥쳐올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콕스오토모티브는 미국의 2025년 신차 판매 대수 예측을 연초 1,630만 대에서 4.3% 줄어든 1,560만대로 줄였다. 당초 콕스오토모티브스는 자동차 구매를 위한 대출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2019년 이후 가장 차량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관세 전쟁으로 이 같은 전망이 의문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찰리 체스브로 콕스오토모티브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미국 경제를 “둔화되는 경제”로 표현하면서 “관세, 불확실성, 인플레이션이 성장 잠재력을 일부 갉아먹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큰 우려는 이 같은 둔화가 엔진꺼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어 그는 노동시장이 추가로 악화하지 않는 한 현재 ‘경고등’인 미국 경제 상황이 반드시 침체로 간단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관세와 본격적인 세계 무역 전쟁의 가능성이 예측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차값 1만 달러 이상 오를 수도
뉴욕타임스(NYT)도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공급망이 혼란에 빠지고,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으며, 소비자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KPMG 이코노믹스의 켄 김 선임 경제학자는 2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동차업계가 (관세에 대비해) 지난달 자동차 및 부품 주문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 추정치를 인용하며 “관세로 인해 신차 가격이 수천 달러 상승할 수 있으며, 일부 차량의 경우 1만 달러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와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해외 완성차 업체 대표 단체인 오토드라이브아메리카도 별도 논평을 통해 “오늘 부과된 관세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비용을 증가시켜,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 선택지 감소, 그리고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시간대학교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가계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9%로 199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시장 기반 지표는 2.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카고 연은 총재 “인플레 우려, 적신호 될것”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등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주요 위험 신호 영역이 될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 경로를 뒤바꿀 수 있는 적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상승한 것과 달리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안정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삼아 인플레이션이 곧 안정될 것이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채권 시장의 향후 10년 중 후반 5년에 걸친 물가 상승률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나타내는 ‘5년-5년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율’(T5YIFR)은 현재 2.2% 수준으로, 가계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만약 국채 시장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미국 가계의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수렴한다면 연준은 반드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무다. 만약 대중들이 중앙은행을 신뢰하지 않게 되면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이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 경제는 1980년대 이후 큰 폭의 물가 상승을 경험했으며, 연준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통제하는 일이 평소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FT는 짚었다.
굴스비 총재는 현재 연준이 2023~2024년에 보였던 이른바 ‘황금 경로(golden path)’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 시기에는 성장 둔화나 실업률 증가 없이 인플레이션이 2%대로 자연스럽게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2022년 6월 6.8%에 달했으나 지난해부터 2%대로 완화됐다. 그러나 지금은 “공기 중에 먼지가 가득 낀 듯한(dust in the air)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굴스비 총재는 진단했다.
그는 향후 12~18개월 내 금리 수준이 “꽤 많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처럼 먼지가 가득한 상황에서는 ‘기다리며 지켜보는 전략’이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면서도 “기다리는 데도 비용이 따른다.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점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잃게 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3~6주가 일련의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굴스비 총재는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미시간주 경영진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4월 2일을 중요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으로 보고 있다”며 “그들은 적용 규모, 면제 사항 유무 등 상호관세가 어떻게 발표될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특히 자동차 부문은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결합 정도가 크기 때문에 관세가 어떻게 적용될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