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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건전성 ‘비상’ 롯데손보, 금융지주사 노리는 교보생명에 매력적 매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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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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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적기시정조치 가능성 대두
“새 회계제도 연착륙에 시간 필요”
취약한 수익 구조 대비 높은 몸값

손해보험업계 7위 롯데손해보험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진행된 수시검사 이후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에 상반기 내 자본 확충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롯데손보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매각 장기화에 대한 우려 또한 짙어지는 양상이다.

기본자본 K-ICS 비율 최하위 수준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롯데손보의 건전성을 살펴보기 위해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롯데손보의 건전성이 부실 직전 수준까지 악화해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손보의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은 11.1%로 18개 손보사 중 MG손보(9.3%)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회사가 이 금액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롯데손보의 경우 킥스 비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 롯데손보 수시검사와 관련해 “킥스 비율이 불안정한 보험사가 결산 시 추정치를 낙관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있어 롯데손보가 이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달 13일에는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이은호 롯데손보 대표를 비롯한 금감원·롯데손보 주요 임직원이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롯데손보 측에 상반기 내 자본 확충을 마무리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1분기 결산 때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일정 수준을 밑돌면, 자동으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금융회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강제 경영개선 조치다.

롯데손보 측은 최근 2년 사이 예상치 못한 IFRS17 도입 등으로 건전성이 나빠진 만큼 연착륙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회사 펀더멘털과 경영상 문제가 없는데 제도 변경에 따른 영향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는 것은 과도하지 않나 싶다”며 “예측하지 못한 변화를 고려해 경과조치 등 충격을 분산 흡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인수 가능성에 시장 예의주시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건전성 악화가 롯데손보의 경영권 매각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우리금융 매각이 최종 무산된 이후로 상시 매각 체제 상태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7년 가까이 이어져 온 최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리스크를 해결하고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교보생명이 꼽힌다.

교보생명은 이달 초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보유한 자사 지분 9.05%, 4.5%를 SBI그룹, 신한투자증권 등에 매각(주당 23만4,000만원)하기로 합의했다. GIC의 지분을 인수한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특수목적법인(SPC)의 실질적 인수 주체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인 만큼 이번 거래를 통해 교보생명은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그간 신 회장은 숙원사업으로 금융지주 설립을 추진해 왔던 신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기업공개(IPO)와 M&A(인수합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생명보험업만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 또한 지난해 5월 금감원 간담회에 참석해 “손보사 인수는 지속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현재 M&A 시장에 나온 손보사 매물로는 롯데손보와 MG손보가 있다. 다만 MG손보는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도 손을 뗀 만큼 교보생명이 당장 인수를 타진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롯데손보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대 주주 JKL파트너스는 2조원대 몸값 고수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가운데, 주된 걸림돌로는 높은 몸값이 꼽힌다. 롯데손보의 최대 주주인 JKL파트너스의 희망 매각가는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손보의 취약한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2조원에 달하는 몸값은 과도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상반기 롯데손보는 6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직전 반기 대비 18.4%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이익감소의 배경에는 투자이익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롯데손보의 운용자산순이익률은 0.37%로 전체 손보사 평균(2.18%)을 크게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운용자산 중 유가증권 비중이 81%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수익증권의 비중이 높아 이익 변동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사업 구조가 과거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위탁받은 퇴직연금보험 및 일반보험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우려의 대상이다. 2023년 말 기준 롯데손보의 일반보험 총 계약 물량의 약 30%가 롯데 계열사 계약 물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총자산의 49%에 달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도 계열사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물량이 단기간 내 빠져나갈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악화한 자산건전성 역시 원매자들의 인수전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가중부실자산 비율(가중부실자산/총자산)은 0.82%로 업계 평균(0.29%)을 크게 웃돌았다. 보험사의 중요 지표인 유동성 비율에서도 520.85%를 기록하며 업계 평균치(805.49%)를 밑돌았다. 절대 수치가 낮은 건 아니지만, 여타 보험사에 비해 일시적 자금부족 위험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롯데손보 인수의 경우,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은 편”이라고 짚으며 “매각가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만 잡아도 여러 금융지주가 달려들겠지만, JKL파트너스가 2조원대 이상을 고수하면서 원매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JKL파트너스는 2019년 3,734억원을 투자해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주식 7,182만 주를 사들였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77.01%까지 늘렸다. 총 투입금액은 약 7,3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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