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인터넷은행 후보 4곳 전원 탈락, ‘대주주 자본력·안전성 미흡’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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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4개 신청인 모두 '부적합' 판단 대주주 불투명·자본력 부족 등 지적 인가 재추진 여부 '안갯속'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든 컨소시엄 4곳이 금융당국 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불발의 가장 큰 결격 사유는 은행업의 기본인 자금력 여부다. 대주주가 불투명하거나 영업 지속성과 안정성, 추가 자본 출자 여력 부족 등은 주로 자금 조달의 안정성 내지 지속성과 관련된다. 금융당국은 적합한 사업자가 나타나면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제4인터넷은행 추진 계획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호·소소·포도·AMZ 4곳 모두 ‘예비인가 불허’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한국소호은행·포도뱅크·AMZ뱅크 등 총 4곳의 신청자 모두에 대해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앞서 금융·법률·기술평가 등 8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는 신청사 모두에 대해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기엔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후보군들이 무더기 고배를 마신 직접적인 원인은 은행업의 기본인 '재무 안정성'이다. 금융당국은 △자본금·자금 조달 방안(150점) △대주주·주주 구성 계획(50점) △포용성(200점) △안정성(200점) △인력 확보 계획(50점) 분야로 나눠 세부 평점을 매겼는데, 대주주·자금 분야에서 일제히 점수가 깎였다.
외부평가위는 소호은행에 대해 “소상공인 금융 기회 확대와 혁신성은 긍정적이지만 대주주 자본력과 영업 지속가능성이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소호은행 대주주인 한국신용데이터(KCD)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두나무에 이은 국내 세 번째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다. 주주 면면과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연결 기준 3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포도뱅크 역시 대주주 자본력과 영업 지속 가능성 평가에서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소뱅크에 대해서는 “소상공인 금융 기회 확대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대주주가 불투명하고, 자본력과 추가 자본 출자 가능성이 미흡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소소뱅크는 앞서 2019년에도 인터넷은행 인가에 도전했다가 자본력을 지적받아 떨어졌는데, 이번에도 이 같은 우려를 풀지 못했다. AMZ뱅크는 대주주가 특정되지 않아 심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추가 자본 출자 가능성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를 발표하면서 대주주 자금공급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주요주주가 제출한 납입확약서를 토대로 자금조달 방안이 실현가능한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디지털 뱅크런(예금대량인출) 위험이 현실화한 만큼 은행이 충분한 건전성과 유동성을 확보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예비인가 결과에 대해 "신청인 사업계획상 주대상고객의 신용도·상환능력을 감안하면 충분한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대주주 자본력이 미흡하고 주요주주가 초기자본금 및 추가출자 관련 투자확약서(LOC)가 아닌 조건부투자의향서(LOI)만 제출하는 등 충분한 자본조달 가능 여부가 불확실했다"고 밝혔다.

업계 “예견된 실패” 평가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서 단 한 곳도 통과하지 못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제4인뱅 설립 경쟁에 있어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유뱅크가 예비인가 신청 전에 발을 뺐던 것도 자본력 때문이었다. 당시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네이버클라우드, 렌딧, 삼쩜삼, 트래블월렛, 대교, 현대백화점, MDM플러스, 현대해상 등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은 현대해상 정도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형 시중은행을 등에 업은 다른 컨소시엄을 따라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이에 유뱅크는 기업은행을 참여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기업은행이 고사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이번 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앞서 우리은행이 투자한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가 미뤄지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못하고 있는 데다, 보험사 인수를 앞두고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힘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이 자회사 편입 심사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다만 등급에 미달하더라도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정리' 등 예외 조건을 충족할 경우 경영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판단해 조건부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자본 관리를 강화해서 조건부 승인이라도 따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셈이다.
최대 15개 업체가 몰린 컨소시엄 구조도 예비인가 불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섞여 있다 보니 각 컨소시엄이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예비인가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제4인뱅 선정 과정에 참여한 소소뱅크는 경남은행, 다날, 리드코프, 신라젠 등 15개 업체가 주주로 참여했다. 소호은행 역시 하나·우리·농협·부산은행 등 은행권은 물론이고 우리카드, 유진투자증권, 흥국생명·화재, OK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이 컨소시엄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신청 업체인 포도뱅크에도 메리츠증권·화재, 군인공제회, 이수그룹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4인뱅 인가 조건이 한층 더 까다로워지면서 문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앞서 금융당국은 신규 인뱅 인가 수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단 한 곳에도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2019년 5월에도 토스뱅크 컨소시엄과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제3인뱅 예비인가에 도전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토스뱅크는 이후 하나은행 등 새로운 투자자를 모아 새 컨소시엄을 꾸린 뒤에야 예비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기존 인뱅들이 가계대출 중심으로 성장해 온 만큼, 이번 예비인가에는 혁신성뿐 아니라 비수도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 능력도 중요한 인허가 조건으로 제시됐는데, 4곳 모두 중·저신용자들에 특화한 금융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한지 묻는 허들을 통과하지 못했다.
정권 교체·조직 개편 변수, 후순위로 밀리나
향후 금융당국이 제4인뱅 신규인가 절차를 추진할 경우 이번에 탈락한 4곳도 재도전이 가능하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경쟁 상황과 자본조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상황을 보면 인뱅 신설보다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4인뱅은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평이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에 이어 정부조직 개편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4인뱅 도입이 훨씬 늦춰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 중 금융당국 조직 개편 문제가 가장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문제다. 정부가 당초 밝혔던 계획은 예비인가를 올해 5월까지 마무리한 후 연내 본인가를 마치면 6개월 정도 준비 후 영업을 개시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주무부서인 금융위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로 분리 재편을 앞두고 있어서 업무 분장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정부 조직개편은 내년 1월 시행 목표다. 이 전에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는 은행업 추가 인가 작업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금융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추가로 추진되고 있는 소상공인전문은행이 제4인뱅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6월 18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소상공인전문은행 설립에 관한 계획을 보고했는데 이는 금융포용성과 관련해 제4인뱅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중기부가 보고 내용을 함구하고 있어 어떤 형태일지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