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특례로 상장 시도하는 크몽, 프리 IPO '몸값 과대평가'에 발목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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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플랫폼 크몽, 국내 증시 '도전장' 2021년 프리 IPO 당시 고평가된 기업가치, 뛰어넘을 수 있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화한 프리랜서 선호 풍조 '호재'

프리랜서 플랫폼 크몽이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적자 기업도 기술 평가 부담 없이 상장할 수 있는 이익 미실현 특례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은 2021년 프리 IPO 시리즈 투자 유치 당시 매겨진 '거품 몸값' 등을 고려, 크몽의 IPO 과정이 순탄치만은 못할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크몽, 상장 예비심사 청구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몽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상장을 완주하겠다는 계획이다. 공모예정주식수는 182만 주로 상장예정주식수(1,173만377주)의 15.5%이며,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크몽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이른바 ‘테슬라 특례’로 불리는 이익 미실현 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이 제도는 적자지만 매출은 성장세인 플랫폼 기업이 증시 입성 수단으로 주로 활용해 왔다.
테슬라 특례를 활용할 경우, 기존 기술특례상장과 달리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기술력 없이 사업 구조만으로도 상장이 가능한 셈이다. 다만 성장성과 주가에 대한 책임은 증권사가 지게 된다. 코스닥 상장 후 크몽의 주가가 공모가의 90% 아래로 떨어질 경우, 삼성증권 측이 풋백 옵션에 따라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일반 청약자로부터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식이다.
문제는 크몽의 기업가치다. 마지막 투자 유치였던 2021년 프리 IPO 당시 크몽의 몸값은 2,100억원에 달했다. 직전 해 매출(114억원) 기준 15배에 달하는 주가매출비율(PSR)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유동성이 풍부하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때 형성된 기업가치다. 시장 상황에 따라 크몽의 가치가 상당히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적정 기업가치는 1,300억원?
크몽의 기업가치가 얼마나 부풀려졌는지는 앞서 상장한 여타 플랫폼 기업들의 멀티플을 살펴보면 보다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IPO 대명사인 쿠팡이 2021년 3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을 당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72조원이었으며, 2020년 매출(13조9,235억원) 기준 PSR은 5.2배에 그쳤다. 같은 시기 아마존(3.3배), 이베이(3.2배) 등 글로벌 플랫폼의 PSR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크몽 프리 IPO의 멀티플은 이들 기업 멀티플의 3배에서 5배에 달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후 플랫폼 IPO에 대한 거품이 확인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플랫폼 투자 기피 풍조가 확산한 현재 크몽이 이전과 같은 멀티플을 적용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 크몽과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가진 상장사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순익 실현을 마치지 못해 밸류에이션 합리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크몽 입장에서는 상당한 난제를 맞닥뜨린 것이다.
이에 따라 크몽은 해외 자본 시장에 상장된 유사 기업들을 피어 그룹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와 파이버(Fiverr), 호주 증시에 상장된 프리랜서닷컴(Freelancer.com) 등 크몽과 비슷한 사업 구조를 띤 기업들의 평균 PSR은 2.6배 수준이다. 해당 수치와 크몽의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크몽의 적정 기업가치는 1,300억원으로, 프리 IPO 당시 인정받은 몸값을 대폭 밑돌게 된다. 크몽은 지난해 497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억원, 당기순손실은 67억원이었다.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세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가치 외에도 크몽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몽이 몸담은 프리랜서 시장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노동 정책을 연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일하는시민연구소’는 2022년 기준 국내 프리랜서 규모가 약 406만5,000명이라고 추정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한 비대면 근무 시스템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을 촉진한 것이다.
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인력 운용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시장 성장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줄여 고정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시점에 전문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프리랜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밖에도 △긱 이코노미(신속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 형태와 시장 문화)의 확산 △이직 활동의 침체 △AI 기술 도입과 대체 인력 수요 증가 등도 프리랜서 수요와 공급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프리랜서들은 특히 IT, 디자인, 마케팅, 콘텐츠 제작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크몽을 비롯한 프리랜서 플랫폼의 입지 역시 점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프리랜서 플랫폼은 프리랜서와 기업 간의 연결성을 높이고, 거래의 효율성을 증대해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고용 시장이 점차 유연해지는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몽에도 '희망'은 남아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