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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성격 앞세운 포스코, HMM 민영화 해법 되나 ‘시장은 호응, 업계는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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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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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명분과 돈 다 갖췄다” 평가
해운·조선업계 반발과 갈등 심화
잇단 악재에 휘청인 포스코, 반등 절실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매각을 둘러싸고 포스코가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했다. 정부와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 포스코의 공적 성격에 주목하며 현실적 해법으로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운·조선업계는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며 강력 반발했고, 관련 법 등 제도적 장벽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본업인 철강 사업의 부진과 건설 부문 사고 등으로 돌파구가 절실한 포스코지만, HMM 인수를 위해선 재무 부담과 갈등 관리라는 과제 또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관심 표명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적 선사 HMM의 매각을 둘러싸고 최근 정부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사회 등에선 포스코를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HMM의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 등이며, 포스코는 이 가운데 산은 보유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달 초엔 삼일PwC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외부 자문단을 꾸려 사업성 분석에 나서기도 했다. 

포스코가 HMM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히는 배경에는 독특한 지배구조가 자리한다.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8.32%)인 포스코는 공기업적 성격과 민간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정부 입장에서 일정 수준 정책적 영향력이 보장되는 절충안으로 여겨진다. 시장 역시 이러한 구조를 주목했다. 포스코가 독립된 사모펀드나 여타 대기업과 달리 공적 이해를 수용하면서 경영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HMM 매각의 복잡한 성격을 조율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라는 평가다. 

포스코 내부 사정 또한 시장의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취임한 장인화 회장 체제 아래 재계 서열 6위 그룹임에도 주요 해외 경제사절단에서 배제되는 등 정치적 존재감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HMM 인수는 정부와 보폭을 맞출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이자, 산업적 시너지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HMM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조5,128억원과 3조7,821억원으로 매각가격 또한 상당할 전망이지만, 포스코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단순한 가격 논리를 넘어선 ‘전략적 가치’를 손에 쥘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더해 철광석·원료탄 같은 원재료 수입부터 완제품 수출까지 물류 전 과정을 내부화할 수 있어 비용 효율성도 크게 높아진다. 이는 곧 본업인 철강업 불황 국면에서 안정적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카드’를 손에 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울경 지역의 기대 역시 매각 논의에 힘을 싣는 요소다. HMM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2,000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 이동은 단순한 기업 의사결정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맞물리는 사안으로, 지역사회 역시 핵심 의제로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는 과거 포항 본사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경험한 바 있지만, 이 같은 선례는 역설적으로 HMM 본사 이전 과정에서 지역 사회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반의 시각이다. 

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의 관계 또한 포스코는 여타 대기업보다 우호적인 상황이다.  산은이 투자 수익성에 집중한다면, 해진공은 국적선사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에 무게를 둔다. 여기서 일반 대기업이 지분을 확보할 경우, 경영권 독점을 둘러싼 해진공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반면 포스코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지배구조 덕분에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민영화, 공적 관리, 지역 수용성, 정책적 목적을 동시에 충족할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HMM 인수 성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사진=HMM

“생태계 파괴” 비판 vs “산업 시너지” 옹호 논리 대립

포스코가 HMM 인수 검토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해운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1일 긴급 성명을 내고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하면 해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강력히 철회를 요구했다. 같은 날 부산항발전협의회와 지역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해운 전문기업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정 대기업의 지배가 산업 구조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대 논리의 핵심은 시장 쏠림에 대한 우려다. 철광석과 완제품을 동시에 다루는 포스코가 해운사를 인수할 경우, 기존 선사들이 맡아온 벌크 화물 운송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관측에서다. 해운협회는 “해운업이 철강업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해 불황이 닥칠 때마다 먼저 희생될 위험이 있다”고 짚으며 과거 대기업 해운 자회사들의 실패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일례로 1990년 포스코가 설립한 거양해운은 자가화물 운송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1995년 한진해운에 매각됐으며, SK그룹 역시 해운업 지분을 정리하며 비슷한 전철을 밟은 바 있다. 

조선업계의 우려도 깊다. 대형 화주이자 원자재 공급자가 동시에 발주자가 될 경우, 조선소는 전례 없는 ‘을의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포스코가 벌크선 발주를 독점하면 기존 조선사들의 고객 다변화가 어려워지고, 생태계 전반에 종속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적으로도 해운업 등록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정책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결정할 수 있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 같은 갈등은 해외 사례와 비교되며 더욱 두드러진다. 세계 1위 선사 머스크(Maersk) 그룹의 독일 함부르크수드 인수, 프랑스 운송 업체 CMA CGM의 싱가포르 선사 아메리칸퍼시픽라인(APL) 흡수 사례 등은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이뤄낸 성공적 통합 모델로 꼽힌다. 반면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Valé)나 국내 거양해운, 한진해운처럼 대형 화주 중심의 자가운송 모델은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이번 HMM 인수전 또한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해운·조선업계의 생존 문제로 비화한 만큼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면 전환 승부수, 재무 부담·산업 규제는 장벽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도 포스코가 HMM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에는 주력 사업인 철강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이차전지 소재 부문이 모두 부진에 빠졌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연결 기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2022년 8조5,440억원에서 2023년 7조3,760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6조1,580억원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실적 역시 3조2,15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600억원)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며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50% 관세 발효 같은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철강업 자체의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재무 구조 역시 부담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5조원에서 지난해 말 12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룹 차원에서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을 병행하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인데,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마련한 자금은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실탄 9,500억원과 포스코장가항불수강(PZSS)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약 4,000억원에 그친다. 

조직 신뢰도 측면에서도 포스코는 약점을 보인다. 특히 건설 부문인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잇단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며 대표이사가 취임 8개월 만에 물러나는 참극이 빚어졌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안전 컨설팅기업 SGS와 손잡고 안전경영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잇따른 인명 사고와 대응 지연에 따른 내부 사기 저하와 대외 신뢰도 하락은 심각한 수준으로 격화되면서 “ESG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완화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와 같은 악조건 상황에서 포스코의 HMM 인수 검토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분위기 반전’이자 ‘국면 전환’의 시도로 읽힌다. 부진한 철강과 이차전지 사업의 공백을 메우고, 해운이라는 새로운 축을 통해 투자자와 시장에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 여건이다.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이 줄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HMM까지 품게 되면, 자본 배분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운법과 물류정책기본법 등 제도적 규제, 업계의 거센 반발이 겹치며 불확실성은 배가된다. 결과적으로 포스코의 HMM 인수 추진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동시에 그룹 리스크를 증폭할 수도 있는 고난도 베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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