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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인간은 어떤 이유로 얼마만큼 저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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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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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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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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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하는 이유? ‘은퇴, 위기 대비, 상속’
측정 가능해 ‘교육 정책’ 활용 가능
변수 고려한 지원 제도 설계 ‘바람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인류가 저축하는 이유를 은퇴 및 위기 대비와 자녀들에 대한 상속으로 설명해 왔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이 가설은 실제와 맞을뿐더러 측정 가능하고 강력해 가구 경제를 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왜 저축하는가?

미국 생애 주기 자료를 근거로 한 최근 연구는 가구의 부와 일에 영향을 미치는 동기를 분석했다. 예를 들어 유산을 남기고 싶은 바람을 제거하면 가구의 부는 24% 줄어들고 근로 소득도 1% 감소한다. 은퇴 대비와 인생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만 남기고 모든 변수를 제외하면 부와 소득의 감소 폭은 더 커져 재산은 57%, 소득은 3% 준다. 유산이나 임금 관련 변수, 건강 이상, 가족 관계 등이 생애에 걸쳐 저축을 하고 노동 시간을 배분하는 이유와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교육 당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 납부 마감이나 학비 지원, 수업 일정 등이 위에서 언급한 변수들과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다. 근로 시간과 돌봄 의무, 가족의 기대 사이에서 애쓰는 학생이 있다면 똑같은 위험과 동기에 반응하는 셈이다.

의료비 걱정만 덜면 저축 13% 감소

이 연구의 핵심 방법론은 요인 분석(factor analysis, 관찰된 상관 변수 집합에서 기본 잠재 요인을 식별하여 데이터의 복잡성을 줄이는 통계적 방법)이다. 그러니까 가구 경제를 분석할 때는 소득, 의료비, 근로 시간, 유산 등의 흩어진 변수들을 압축해 위험 회피, 유동성 압박, 후손에 대한 염려 등의 영향 요인으로 재분류하는 것이다.

관찰 변수를 통한 영향 요인 분석
주: 미납금, 긴급 지원 요청, 심야 로그인 증가, 교대근무 변경 요청, 어린이집 이용(좌측부터) , *첫 번째 막대그래프는 현금 압박, 두 번째는 일정 부담의 비중을 의미

이러한 영향 요인들을 생애 주기 모델에 입력하면 반대 가정(counterfactuals)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급이나 의료비 걱정이 사라지면 부와 저축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와 같은 질문들이다. 그 결과 임금 걱정이 사라지면 가구의 부는 10% 줄었지만 근로 소득은 2% 증가했다. 임금이 안정적이면 근로 소득과 소비가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또 의료비를 변수에서 제외하면 부는 13%, 소득은 0.7% 각각 감소했다. 결혼 및 이혼도 미혼자와 기혼자들의 저축과 근로 양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구 저축 동기가 부와 소득에 미치는 영향(%)
주: 유산 상속 동기 제거, 의료비 걱정 제거, 월급 걱정 제거, 결혼 및 이혼 변수 제거, 은퇴 대비 및 불확실성 외 모든 변수 제거(좌측부터), 부의 변동 폭(좌측 막대그래프), 소득 변동 폭(우측 막대그래프)

저축 동기 파악하면 ‘학생 지원’에도 효과적

중요한 점은 이러한 동기들이 측정될 수 있으니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중 하나가 과거의 유물로 치부되던 유산 상속으로, 저축 패턴과 은퇴 시 재산, 인생 초기 증여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때 현재도 매우 중요한 변수가 틀림없다. 유럽의 연구 결과도 은퇴자들이 비용을 아끼는 것은 생계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자손에게 부를 물려주고 싶은 바람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산 상속에 대한 기대 역시 저축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교육에 적용하면 학비를 지원할 때 부를 유동성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식에 대한 상속을 염두하고 있는 이들은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함에도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가구가 자산을 팔아 교육비를 마련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판이 될 수 있다. 그보다는 가구 소득에 기반한 등록금 환급, 납부 연기, 소득 흐름을 감안한 일정 등이 실질적 도움이 된다.

실제로 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생애 주기에 맞닥뜨리는 위험을 반영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시간제 및 교대 근무자들은 예상치 않게 근무시간이 줄어들 수 있어 예측 가능한 등록금 납부 일정이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갑작스러운 수술의 경우에도 4시간 이내에 응급 지원이 제공되면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결별이나 이사로 맞벌이가 깨진 경우에도 융통성 있는 수업 일정과 휴학 및 복학 제도가 저축 및 근로 일정에 도움이 된다.

학생의 어려움은 가구의 어려움

관련 기관들은 관찰 가능한 데이터를 요인 분석에 적용한 위험 현황판을 활용할 수 있다. 미납금이나 긴급 지원 요청, 출석률 감소, 어린이집 이용 등을 함께 분석하면 현금 흐름 압박이나 돌봄 스트레스처럼 감춰진 변수들이 드러날 수 있다. 학생들의 이탈 요인을 찾아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정책당국과 기부자들과의 의사소통도 진화해야 한다. 긴급 지원은 도덕적이지만 비용 효율적이기도 하다. 임금 및 건강상의 변수가 감춰진 위협이라면 소규모의 빠른 도움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해 학업 유지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산에 대한 동기를 인정하는 것도 가족이 반대하는 지원 방식만을 고수하지 않게 해 줄 것이다.

결국 등록금 정책과 지원 프로그램도 가구의 감춰진 동기와 위험에 맞춰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생들이 안정된 일정 속에서 대출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학업에 전념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결과가 아니겠는가? 인간이 저축하는 이유를 안다는 것은 위험을 감안한 더 현명한 교육 정책이 가능하다는 얘기와 같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Data Finds the Hidden Reasons We Sav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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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