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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무대로 펼쳐지는 화폐 패권 전쟁, 위안화의 ‘조용한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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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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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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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제 결제 및 자본시장 개방 확대
금융으로 전선 확장하는 미·중 갈등
중국 주도 결제망 홍콩 기반 확장

달러·유로·엔 중심의 기존 통화 질서가 흔들리면서 위안화가 조용히 존재감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결제 비중에서 위안화는 7%를 넘나들며 ‘틈새 통화’로 부상했고, CATL 등 중국 본토 기업의 홍콩 상장은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이 상하이 대신 홍콩을 전진기지 삼아 자본 유입 경로를 확대하는 가운데, 새로운 화폐 질서의 조율이 본격화하고 있단 진단이 나온다.

달러 피로감 커지며 위안화 사용 비중↑

25일(이하 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존재감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SCMP는 메리 후엔 홍콩은행협회 회장의 말을 인용해 “최근 카타르 등 해외 기업의 위안화 활용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 과정에서 홍콩은 위안화 결제, 헤징, 스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큰 풀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진단은 각종 수치로도 증명된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위안화는 전 세계 결제에서 약 7% 비중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전히 달러가 80% 이상의 비중을 유지하며 압도적이지만, 유로화·엔화의 비중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위안화만이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흐름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만들어낸 틈에서 위안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긴축 정책, 유럽 경제의 둔화, 일본의 만성적 저금리 기조 등이 기존 주요 통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를 저해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정책 안정성을 유지한 중국의 금융 인프라가 주목받은 것이다. 중국 당국도 이를 기회로 삼아 위안화 국제화 추진을 본격화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제 결제와 자본시장 개방을 확대 중이다.

상징적인 사례는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의 홍콩 상장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공개(IPO)를 넘어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를 통한 글로벌 자본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중국 본토의 자본통제 장벽을 우회하는 것은 물론, 홍콩이라는 창구를 통해 외화 결제와 위안화 수용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구조가 실현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있어 정치적 충돌 없이 ‘조용한 전진’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중 갈등, 다음 격전지는 ‘중국 금융시장’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도 금융시장으로 본격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간 기술, 제조,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산업 전반에서 치열하게 맞붙어 온 두 강대국은 이제 자본의 흐름과 화폐 시스템을 둘러싼 영역에서도 충돌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달러 중심 국제 금융 질서를 지키기 위해 각종 제재 수단과 규제 장치를 활용하고, 중국은 이에 맞서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식이다.

일찌감치 미국 금융 자본의 탈출 가능성을 인지한 중국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채권시장 개방, 외국인 투자 쿼터 폐지, 위안화 거래 인프라 강화 등 조치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 위안화’ 같은 새로운 통화 수단을 실험하며 미국 중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도 병행 중이다. 이는 단순히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미국 역시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태세다.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 및 홍콩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으며, 중국 내 주요 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투자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산업과 무역 위주로 전개되던 미·중 갈등이 금융 영역에서도 실질적인 탈동조화(decoupling, 디커플링)로 현실화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전면 충돌은 홍콩에서” 중국의 완충 전략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의 중심 무대로 홍콩을 택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 금융의 중심지인 상하이의 경우, 본토 통제의 상징성이 너무 강해 외국 투자자와 금융기관에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홍콩은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축적된 금융 인프라와 법제, 글로벌 기업의 집결지라는 특징 덕에 중국식 금융모델을 수출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완충 지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중국은 CIPS(중국 주도 결제시스템), 역내 위안화 청산은행 확대,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등을 통해 홍콩에서 위안화 금융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CATL 외에도 텐센트뮤직 등 다수의 대형 기업이 홍콩에서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이 위안화 거래의 안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것은 물론, 본토 금융시장이 미·중 갈등의 정면 충돌지가 되는 것을 피하려는 완충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다만 위안화가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외환 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은 여전히 3%대에 머물고 있으며, 위안화 표시 채권의 국제 유통도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중국이 취하고 있는 ‘조용한 침투’ 전략은 짧게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했던 흐름처럼 위안화의 확대 역시 지금은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평가가 점점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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