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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장벽에 길잃은 中, 우회 수출에 내수 부양도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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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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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이어 아프리카까지 우회 수출 확대
우회 수출국들, 대미 수출·대중 수입 증가
대미 수출 비중 적지만, 내수 침체 심각해

중국 제조업체들이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멕시코를 넘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이집트 등 아프리카 국가까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수출을 위해 중국에서 반쯤 만들어진 제품을 제3국에서 최종 조립·포장하는 방식으로, 미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위한 조치다. 이처럼 중국 기업의 우회 수출 사례가 급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종 시행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는 반덤핑 관세의 절차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의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적용하는 강경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中 기업, '원산지 세탁' 위한 우회 수출 방안 모색

7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관세를 피해 미국 고객에게 계속 물건을 판매하고자 새로운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중국 저장성의 볼펜 제조업체 베이파(貝發) 그룹의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최대 문구회사 가운데 하나인 베이파는 매출의 40%를 대미 수출로 올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따라 10%의 수입 관세를 적용받는 이집트로 생산기지를 옮기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석유화학부터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감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오홍슈(小红书) 등에는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동남아 제품으로 변신하세요', '중국산 식기류와 바닥재는 말레이시아에서 원산지 세탁을 하세요'라는 식의 광고가 다수 올라와 있다. 말레이시아 클랑항 등에서 원산지를 변경해 주는 물류 대행업체도 활동 중이다. 이들은 중국산 수입품의 태그와 포장을 바꾼 뒤 원산지 증명서까지 발급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관세 혜택을 받는 멕시코로 우회하는 사례도 많다. 멕시코에서 제품의 최종 조립·포장 과정을 거쳐 원산지를 멕시코로 변경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의 해운 물류 기업 머스크(MAERSK)는 멕시코 티후아나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오가는 크로스보더 무역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국 기업의 우회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전자상거래, 자동차, 기술, 리테일 분야 고객을 위한 창고·분류·포장·재포장·배송 등을 포함한다.

美, 中 우회 수출 막으려 전방위 관세 전쟁 전개

이러한 우회 수출은 미국 무역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관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원산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에서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상품이 여러 국가를 거쳐 제조 또는 가공될 경우, 최종적으로 어느 나라 제품으로 간주할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실질적 변형'이 인정되면 제3 국산으로 인정받아 관세를 피할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세 우회 수출지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부과되는 베트남과 멕시코가 꼽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 베트남을 경유한 중국의 대미 수출액 40억8,000만 달러로 전년(15억7,000만 달러) 대비 160% 급증했다. 멕시코를 경유한 중국의 대미 수출액도 2018년 53억 달러에서 2022년 105억 달러로 98% 증가했다. 2018년 관세 발효 이후 중국에서 반쯤 만들어지고 베트남과 멕시코에서 최종 생산된 제품이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베트남과 멕시코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도 급증했다. 베트남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기 전인 2017년 27.5%에서 2021년 33.2%로 증가했다. 멕시코의 대중국 수입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7.6%에서 20%로 확대됐다. 반면, 이 기간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은 약 7% 감소했지만, 베트남과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비율은 각각 100%, 16% 늘었다.

이처럼 중국의 우회 수출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관세 장벽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2018년 집권 1기 당시 중국을 중심으로 품목을 한정해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에는 관세 폭탄을 '전 세계 모든 품목'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중국의 우회 수출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반덤핑 관세는 조사와 부과에 시일이 오래 걸려 중국 기업에 대응할 시간을 준다는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해 2기 행정부에서는 우방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해석이다

최근 미 행정부가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에 최고 3,521%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를 예고한 조치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중국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 공장을 세워 미국 시장에 저가로 태양광 제품을 공급하고, 중국 정부의 보조금까지 받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중국 진코솔라의 태양광 셀에는 41.56%, 태국에서 생산된 트리나솔라 제품에는 375.19%, 캄보디아에서 조사에 비협조한 기업의 제품에는 3,500%가 넘는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강력한 소비 활성화 조치에도 내수 침체 이어져

미국이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며 전방위 대응에 나서면서 중국은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국내총생산(GDP)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4,389억 달러로 중국 GDP(17조7,900억 달러) 대비 2.5%에 그쳤다. 총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9.2%에서 2024년 14.7%로 낮아졌다.

중국의 승리를 예측하는 측에서는 중국 경제에서 45%를 차지하는 내수 소비를 5~10%만 끌어올려도, 미국의 고율 관세 충격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 역시 미·중 대결 국면에서 '내수 진작'을 핵심 과제로 꼽는다. 실제로 지난 3월 폐막한 양회(兩會)에서 채택한 '정부 업무 보고서'에는 '소비'라는 단어가 32차례나 등장했으며 중국 국무원은 자동차·가전제품·스마트폰 등에 대한 구매 보조금 확대를 포함해 30개 항목에 이르는 '소비 진흥을 위한 특별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혁·개방 조치 후 가장 광범위한 소비 활성화 조치로 평가받는 이 대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고용 불안 등에다 미국의 고율 관세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를 보면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3월부터 0%대에 머무는 극심한 침체를 이어가나 올해 2월(-0.7%)과 3월(-0.1%)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CPI의 선행 지표인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도매물가지수)도 지난달까지 30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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