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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경제, 글로벌 현금 수요에 막대한 영향 개발도상국 GDP의 33% 추정 암호 화폐 시장에서도 “큰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는 글로벌 금융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에도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 어려웠다. 현금 유통 규모나 전력 소비량과 같은 간접 지표를 사용하거나 복잡한 거시경제 모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한 연구가 유럽연합(EU) 내 부가가치세(value-added tax, VAT) 데이터 및 소비 조사 자료를 활용해 추정했는데 일부 국가의 지하 경제 규모는 엄청나다.

개발도상국 비공식 경제, GDP의 33%
경제 데이터가 넘치는 오늘날에도 지하 경제의 실제 규모를 잡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탈세와 불법에 연루된 이들이 적발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예상치로는 선진국 평균이 국내총생산(GDP)의 17% 수준이고 개발도상국은 무려 3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볼 때 비공식 부문을 간과한 거시경제 및 금융 정책은 심각한 오류로 이어지기 쉽다.
비공식 경제가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통화 수요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고액권을 포함한 지폐 수요를 움직이는 큰 손으로 군림해 왔고 최근에는 비트코인(Bitcoin),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을 포함한 암호화폐도 지하 경제의 필수적인 거래 수단이 됐다.
지하 경제 활동 규모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는 점은 2008년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 위기 시 경제 전망과 정책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비공식 부문을 징수 체계에 포함할 수 있다면 정부 재정난 해결에도 긴요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하 경제를 수치화하는 방법은 현금 유통량이나 에너지 소비 같은 간접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가정에 기반한 거시경제 모델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방법으로도 유용한 시사점을 얻을 수는 있지만 반복해서 사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리스 GDP의 36%, 이탈리아는 31%
지하 경제 규모 추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은 EU 내 20개 국가의 부가가치세 징수 데이터를 소비 조사 자료와 대조해 얻은 수치를 기반으로 한다. 부가가치세율이 제품 및 서비스 항목마다 다른 점을 이용해 소비 조사 자료와 실제 부가가치세 징수액을 비교하면 미납 세금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대상이 아닌 무역품 거래 규모를 감안하고 탈세가 정부 서비스 부문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국가별 비공식 경제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불법 행위는 추적이 불가능하다.
새로운 조사 방법의 장점은 표준화된 EU 내 데이터 수집 방법을 활용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고 매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전의 정적인 추산에 비해 정확하고 정책에 적용하기도 쉽다. 유럽연합 집행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도 부가가치세 탈세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지만 이를 지하 경제와 연결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진일보한 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지하 경제 규모가 상당한 EU 회원국으로는 그리스가 GDP 대비 36%, 이탈리아 31%, 스페인이 24%로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반대로 소규모에 비교적 투명한 경제 체제를 가진 스웨덴이나 벨기에 등은 비공식 부문이 크지 않았다.

주: 국가(Country), 평균(Mean), 표준편차(Std. deviation),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핀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벨기에(상→하, 좌→우 순서)/출처=CEPR

주: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핀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덴마크,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벨기에(좌부터) / 이번 조사(원), 세계은행 자료(마름모), 슈나이더&아슬라니 연구(네모)/출처=CEPR
지하 경제 규모, 실제 경기와 반대 방향
흥미로운 점은 지하 경제가 실제 경기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경기 순환과 지하 경제 간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전 연구와 달리 비공식 경제 활동은 불경기에 확대된다. 이는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에서 묘사한 ‘탈세는 불황기에 늘고 호황 때 줄어든다’는 대목과 일치한다.
새로운 조사 방법은 부가가치세 자료 이용이 가능한 유럽 지역에 가장 적합하지만 부가가치세가 주요 세수 항목을 차지하는 다른 국가들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공식 경제 활동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다면 경기 순환과 불평등, 재정 정책, 제도적 역량 등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조 달러(약 2경9,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경제의 거시경제적 영향은 무시할 수 없으며 향후 암호 화폐와 미국 달러의 경쟁이 본격화한다면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원문의 저자는 프란체스코 파파다(Francesco Pappadà) 베니스 카포스카리 대학교(Ca' Foscari University Of Venice) 조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Mining insights from the underground econom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