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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구 위기, ‘성 역할’, ‘직장 문화’, ‘경제적 요인’ 이대로 가면 2082년 노년 인구 58% 사회 규범, 직장 문화 두고 ‘정책만으로 해결 어려워’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대한민국은 출산율이 유사 이래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가 가족 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지만 이 현상은 성 역할과 직장 문화, 경제적 요인이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전체적으로 부유해졌지만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것도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켰다. 전문가들은 국가 정책과 문화적 기대, 노동 관행의 변화가 합쳐져 여성의 일과 양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출산율의 빠른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 출산율 0.72, “유사 이래 최저”
1960년대 한국 여성은 1인당 6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하지만 2018년에 출산율은 1 아래로 내려갔고 2023년이 되자 유사 이래 최저인 0.72까지 곤두박질쳤다. 초기에는 출산율 감소가 혼인 연령의 연장과 핵가족화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결혼한 여성 중 아이를 갖지 않는 경우가 늘어났고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여성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출산율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 예상은 무시무시하다. 이대로 가면 한국 인구는 60년이 지나 반으로 줄 것이고 2082년에는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58%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28%인 노년부양비율(old-age dependency ratio, 생산 가능 인구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55%까지 치솟아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 국민연금을 비롯해 의료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해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7.4%를 차지할 것이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많은 선진국이 함께 겪는 것이기는 하지만 너무 지나치다.
경제 발전 따라오지 못한 ‘사회적 가치’와 ‘성역할 규범’
학자들은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급속한 경제 발전을 따라오지 못한 사회적 가치와 성 역할이라고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이 가사를 돌보는 것은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 오래된 관념이 아직도 한국 사회 이곳저곳에 남아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긴 근로 시간과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으로 특징지어지는 한국의 경직된 직장 문화도 육아를 위해 쉽사리 일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많은 여성이 이후에 이어질 경력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한다.
출산율 하락은 여성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체 사회와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남성이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사를 돌본다는 생각은 이제 현실적이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여성이 직장과 가족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여성 고용률은 낮아지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주: 한국 통계(좌측), OECD 통계(우측), 연령(X축), 고용률(Y축), 남성(청색), 여성(적색)/출처=CEPR
사회 규범과 직장 문화 포괄적으로 변해야
경제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주거비와 교육비 인상은 한국의 놀라운 교육열과 맞물려 출산과 양육을 꺼리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국 학생의 80%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가구당 가처분 소득의 10% 정도가 사교육에 쓰인다. 아이를 기르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취학 아동에 대한 무료 보육 서비스를 비롯해 유급 육아 휴직의 확대,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 다양한 가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다. 물론 이로 인해 도움을 받는 가족들이 있지만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직장 문화와 사회적 기대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시사한다.
또한 해당 정책은 균등하게 작용하지도 않는다. 양육 여건이 더 잘 갖춰진 지역에서는 일터로 돌아가는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경력 단절로 인한 불이익이 큰 직장 구조에서 더 많은 여성이 양육을 위해 일자리를 떠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정규직에게만 보장되고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없는 직업 안정성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인구가 결혼과 출산을 미룬 것도 초기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이 증가하며 출산율 회복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있다. 여기에 점진적으로나마 줄어들고 있는 근로 시간과 가족 정책의 개선도 일과 가족 사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규범과 직장 문화의 변화가 포괄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출산율 회복은 여전히 더디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존 파렐리우센(Jon Pareliusse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hat we can learn from Korea’s demographic meltdow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