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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박 견디려면" 韓·中 협력 관계 강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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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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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호무역주의에 짓눌리는 中, 韓에 손 뻗어
FTA 2단계 논의 이후 교류 확대 전망
"한한령 피해 컸다" 협의 시 中 양보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중국과 한국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앞세워 이전보다 교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SCMP "韓·中 협력 탄력 받을 것"

2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갈등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 중국과 한국의 문화 교류 및 경제 협력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몇 년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와 미국의 군사적 개입 등으로 인해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FTA는 이미 체결된 지 10년이 넘었으며, 지금은 이를 고도화하고 보다 정밀한 협력 체계를 논의할 시점”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중 FTA '2단계'란?

중국 측이 언급한 한·중 FTA의 '업그레이드'는 이미 예정돼 있던 사항이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FTA 2단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한·중 FTA는 2015년 12월 발효된 상태인데, 그동안 추진된 상품 교역 분야 시장 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중국은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의 취 웨이시 부원장은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해 서비스 분야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중국은 서비스 무역 고품질 발전 정책 등을 통해 (외국인을) 내국인 대우하고, 시장에 전권을 주는 등 서비스 시장에 대한 접근성 관련 제한을 많이 완화했다”고 덧붙였다.

'한한령' 타격 만회할 기회

시장에서는 한·중 FTA 2단계 협상 진행 시 우리나라가 문화·콘텐츠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이득을 취해야 한다는 평이 나온다. 문화·콘텐츠는 지난 수년간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막심한 타격을 입은 분야기 때문이다. 한한령은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이 제작한 콘텐츠,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 등의 송출을 금지하는 조치로,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한한령 발효 이후 중국에서 한류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중 합작 드라마의 한국 주인공 배우가 갑작스럽게 중국 배우로 교체되기도 했고, 한국 드라마 대부분이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한국 대중 가수들의 대규모 중국 공연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한한령 이후 중국에 ‘비공식적인’ 한류의 유입이 늘어났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에서는 현재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이용이 허용되지 않으며, 중국 내 방송이나 현지 OTT에서는 공식적으로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이 방영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 내 한류 팬들은 가상사설망(VPN), 불법 한국 드라마 유통 사이트 등 우회로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 이 같은 콘텐츠 불법 배포 및 유통은 한국 문화·콘텐츠 업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업적 이득을 넘어 한한령 이후 심화한 우리나라의 반중 정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양보는 필수적이다. 한한령 이후 양국은 역사·문화 문제를 두고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한식,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애국주의 중국 누리꾼 ‘샤오펀훙’(小紛紅)이 늘어난 것도 한한령 이후다. 이와 관련해 한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이후 한국 콘텐츠에서 중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이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다"며 "악화한 양국 관계와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중국도 이득만 찾으려고 하지 말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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