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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와라" 저무는 재택 시대 사무실 근무 대비 생산성 떨어져 Z세대 40%는 '사무실 복귀 환영'

미국 주요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재택근무는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사무실 출근을 장려하는 기업들이 증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택·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던 근로자들의 인식 역시 Z세대(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 등 청년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다.
美 '주 5일 출근' 확산
23일(현지시각) CNBC는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주 5일 출근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 시 출근제를 의무화하는 기업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구직 전문 사이트 링크드인에 올라온 구인 광고 중 재택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 가능 일자리는 전체의 20%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열풍의 최전선에 섰던 빅테크 기업들도 점진적으로 사무실 출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사무실 복귀를 시작했으며, 2023년부터는 대부분의 직원에게 주 3회 출근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도 2022년 4월부터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작해 현재 주 3회 출근(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메타는 2023년 9월부터 직원들에게 주 3회 대면 업무 수행을 주문했으며, 아마존 역시 지난 1월부터 모든 직원에게 전면적인 사무실 복귀를 명령했다. 주 3일 출근을 의무화했던 월가 대형 은행 JP모건도 지난 1월부터 모든 직원에게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요구 중이다.
美 기업가들 "만나서 일해야 효율 높아"
미국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축소하는 배경에는 생산성이 있다. 지난 2023년 배리 비플 프론티어 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모건스탠리가 주최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회사가 코로나19로 인해 게을러졌다"며 "인원을 조정한 2019년과 비교해 간접 비용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발언했다. 재택근무 보편화로 인해 직원 생산성이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비플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하는 CEO는 많다. 같은 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자신의 X(구 트위터)에 "재택근무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했다"고 적었다. 그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재택근무 정책을 폐지했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직원들에게도 주당 최소 40시간 이상 사무실에서 근무하라고 요구했다.
한때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지지했던 CEO들도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대표적인 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명령하며 "직접 만나 일하는 직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해낸다"고 주장했다. 베니오프 CEO 역시 "신입 직원들은 사무실에 있을 때 더 잘한다"고 말했다.

Z세대의 인식 변화
미국 근로자들의 인식도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경영 자문업체 FTI컨설팅이 미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의 74%가 사무실 복귀가 강제될 경우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62%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근로자가 강제적인 사무실 복귀에 대한 거부감을 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연령대별 응답을 살펴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해당 설문에 참여한 Z세대 중 42%는 '사무실 복귀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사무실 복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률도 33%였다.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출생자)가 같은 질문에 각각 33%, 25%로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Z세대가 X세대보다 사무실 근무의 장점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성장'에 대한 욕망이 Z세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한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채용 컨설턴트 줄리아 예이츠는 "사무실 근무는 조직 내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사무실에서는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져 자연스럽게 배울 기회가 많고,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Z세대와 달리) X세대는 이미 직장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이 낮다고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