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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출 연체금액 3조원 상회
대구 연체율 24%로 가장 높아
부실 사업장 경·공매도 난항

전국 지역단위 농·축협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동대출 연체금이 불과 1년 사이 1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연체율 역시 13.62%에 달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부실 사업장 경·공매도 난항에 빠졌다. 매각 매물 가운데 절반 가까운 사업장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단위 농·축협 공동대출 연체율 13.62% ‘경고등’
10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농업협동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지역단위 농·축협의 공동대출 연체 금액은 3조1,64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1월 말(2조1,328억원)과 비교하면 1조318억원 증가한 수치다. 연체율은 지난해 1월 말 9.38%에서 12월 말 13.62%로 4.24%포인트 뛰었다. 통상 상호금융권 연체율이 10%를 넘어설 경우, 부실 위험이 큰 금융기관으로 분류한다.
지역별로는 대구 지역 농·축협 연체율이 24.09%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경북이 18.52%로 뒤를 이었다. 두 지역 모두 지난해 아파트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서 심각한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이어 △충북 17.24% △제주 15.56% △경기 15.11% △충남 14.62% △대전 14.60% △광주 14.32% 등 순을 보였다. 연체금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로 7,516억원이 연체됐다.
공동대출은 여러 지역 농·축협이 모여 공동으로 부동산 PF 브릿지론(토지매입 단계 PF)을 취급하는 방식이다. 이들 농·축협의 경우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단독으로 수백억원대 대출을 실행할 수 없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농·축협들은 공동으로 브릿지론을 취급하는 우회로를 택하곤 하는데, 부동산 경기 악화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것이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에 PF 사업장 매각도 애를 먹고 있다. 9일 기준 부동산 PF 정보공개 플랫폼에 공개된 369개 사업장 중 42%에 해당하는 155개 사업장이 입찰 개시조차 하지 못했다. 특히 경기 용인 한 다세대주택의 경우 최근까지 총 13회의 경·공매가 진행됐다. 해당 주택의 최초 감정평가액은 35억1,400만원이었지만, 마지막 최저입찰가는 16억원으로 45.5%나 깎였다.
이 같은 부실 PF 사업장 매각 지연은 금융권 전반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임미애 의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개발이 어려워지자 본PF 단계에 들어가지 못한 사업들의 부실이 발생해 브릿지론 대출 역시 부실 단계로 접어드는 양상”이라고 짚으며 “지역 조합 부실 문제가 자칫 조합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깊어지는 내우외환
특히 농협의 경우 지난해부터 금융사고와 부실 여신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탓에 관계자들의 우려가 더 큰 실정이다. 농협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4년 동안 한 영업점에서만 117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 3월에는 한 지점 직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배임 혐의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내부 감사에서는 비슷한 금융사고 두 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농협은 이 같은 이유로 1,700억원가량의 PF 대출 부실이 발생했다고 판단,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여신 사후관리 차원의 해당 감사를 통해 대출 심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고의나 잘못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농협 내부에서도 부실 여신 취급 과정에서 추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우세하다. 한 농협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배임이나 유용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캐피탈 PF 자산 확대에 업계 예의주시
자회사인 농협캐피탈의 PF 자산 확대 또한 의혹에 힘을 싣는 요소다. 그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금융 자산을 축소했었던 농협캐피탈의 PF 자산 확대가 농협의 부실 위험을 나눠 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게 업계 일각의 해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캐피탈의 부동산금융 잔액은 6,255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44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영업자산(7조5,50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7%에서 8.3%로 상승했다. 부동산금융에 대한 양적 부담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 금융 증가로 농협캐피탈의 기업금융 자산이 다시 증가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캐피탈의 기업금융 규모는 앞서 2021년 1조9,584억원에서 2022년 2조5,594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2023년에는 2조3,10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도 2조3,427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농협캐피탈 관계자는 “기업금융의 영업자산 확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량차주 중심의 선별적 취급으로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PF의 경우 사업성과 담보 가치, 시공사 리스크 등 전반적으로 보수적 심사 기조를 적용 중”이라면서 “사전에 설정한 PF 한도를 기준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