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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지역, 가격 하락세 뚜렷 강남권 아파트는 꾸준히 상승세 '똘똘한 한 채'에 초양극화 이어져

내수 침체 장기화와 '똘똘한 한 채' 선호 속에 서울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강남권과 한강 벨트, 강북의 대형 고급 주택 등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가격이 우상향하는 데 반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은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지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지방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원정투자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원·도봉·강북구, 매물 쌓이고 수요 줄어
2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초구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12.44% 올랐지만, 이른바 노·도·강으로 불리는 서울 외곽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1~2%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부터 2월 3주차까지 노원(-0.16%)·도봉(-0.17%)·강북(-0.13%) 지역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노·도·강 지역은 3~4년 전 서울 전역에 나타난 부동산 상승세 속에 집값이 올랐는데,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갭투자가 가능해 자금이 여유롭지 않은 수요층의 투자가 꾸준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아파트 가격은 하락했다. 최근에는 일부 소유주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매물은 쌓이고 수요가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주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아파트(전용 41.3㎡)는 4억원에 팔렸다. 2022년 비슷한 조건의 매물이 6억원대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2억원가량 떨어진 셈이다.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아파트(전용 84.97㎡) 매물도 신고가 대비 2억원 정도 낮은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신축 아파트 분양권에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이른바 '마피'가 붙은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화건설이 강북구 미아동에 짓는 한화 포레나 미아 아파트(전용 80㎡) 분양권은 현재 10억3,251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당 매물은 시스템 에어컨 5대, 발코니 확장 등 유상 옵션을 포함했음에도 6,000만원의 마피가 붙었다. 한화 포레나 미아의 다른 면적 매물들도 분양가격 그대로 내놓은 '무피(無 프리미엄)'부터 약 1,000만~5,000만원의 마피 조건이 붙었다.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전용 84㎡) 분양권 역시 기존 분양가에 7,000만원의 마피가 붙은 13억1,7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웃돈 붙은 강남 3구·마용성은 연일 신고가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뜨거운 시장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서초구 메이플자이(3,307가구)는 일반분양 가격이 3.3㎡(평)당 6,705만원으로 확정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고도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10억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입주권 매물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17억원대에 공급된 전용 59㎡의 호가는 두 배가량 올라 현재는 28억~3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된 조합원 물건의 경우 프리미엄이 45억원을 웃도는 사례도 있다.
강남 3구와 마찬가지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용산구도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 일반분양 아파트에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용산구 호반써밋 에이디션 전용 84㎡는 분양가보다 15억7,000만원 오른 3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최근에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넘어 한강과 붙어 있는 인기 주거 지역도 억 단위 프리미엄이 붙었다.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1,063가구)이 대표적이다. 전용 101㎡가 지난달 18억7,113만원에 거래됐는데 이 면적대 분양가는 15억4,000만~17억6,000만원으로 4억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가격이 오른 건 기존 아파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준공 10년 내 아파트, 압구정·여의도 일대의 재건축 단지, 강북권의 대형 평형 인기 단지 등의 가격이 꾸준히 뛰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조치로 호재를 품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전용 84㎡)는 이달 역대 최고가인 3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전용 59㎡)도 이번 달 18억4,500만원에 신고가를 다시 썼고, 여의도의 재건축 추진 단지인 시범아파트도 올해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서울 아파트 원정투자하는 지방러도 증가세
똘똘한 한 채 열풍 속에 지방 등 타지역 거주자(외지인)가 서울 아파트를 사는 원정투자도 증가했다. 지난해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21.5%로 2006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06년 이후 10년간 17~18%대를 유지하다가 2017년 19.9%로 증가했고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2021년 처음으로 20.0%를 넘어섰다.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발생하면서 2022년 18.7%로 주춤했으나 2023년 다시 20%대(20.9%)를 회복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서울 거주자가 지방 아파트를 사들인 비율은 2023년(5.4%)과 비슷한 5.5%에 그쳤다. 7~8%대를 기록했던 예년 수준과 비교하면 2%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만 오른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며 "전국의 주택 수요가 서울로 집중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이 거론되는 서울 외곽 지역이나 강남권 등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서울 노른자 땅의 아파트들은 잠시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치구별 원정투자 비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강동구가 27.3%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았고, 이어 광진구(25.6%), 은평구(25.3%), 금천구(24.7%), 영등포구(24.0%) 순으로 나타났다. 중저가 단지가 많아 외지인 투자 관심 지역으로 꼽히던 노·도·강 지역에서는 도봉구(20.4%→15.8%)와 강북구(36.0%→16.4%)로 하락 폭을 키웠다. 서초구(25.0%→21.2%)와 강남구(22.6%→21.5%)도 지난해 여름 이후 아파트값 급등으로 서울 내 다른 지역으로 외지인 수요가 이동하면서 원정투자 비율이 전년 대비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