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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중앙은행이 ‘국민 신뢰’ 잃으면 벌어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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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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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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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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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신뢰’, 중앙은행 통화정책 성공 위한 핵심 자산
중앙은행 신뢰도 최대 변수는 ‘금융 지표, 의사소통, 스캔들’
떨어진 신뢰 회복해도 경제적 영향력은 지속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국민의 신뢰는 경제 안정을 도모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중앙은행의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이하 연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를 측정하기 위해 4백만 개에 달하는 트윗을 분석한 연구도 나왔다. 이들이 만든 신뢰 지수(trust index)는 금융 시장 상황과 커뮤니케이션 방식, 연준 인사들을 둘러싼 추문이 어떻게 대중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지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떨어진 중앙은행 신뢰도는 금세 회복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장기에 걸쳐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CEPR

중앙은행 통화정책 효과성 위해 “신뢰는 필수”

중앙은행은 효과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대중의 신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중앙은행 발행 통화에 대한 공신력 유지에 그치지 않고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최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뢰는 중앙은행 결정의 정당성을 높여 정치권의 개입을 막는 역할도 한다.

중앙은행에 대한 일차적인 신뢰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저금리를 유지하는 등 중앙은행이 제시한 거시경제 정책들을 온전히 수행할 것이라는 대중의 믿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신뢰는 훨씬 더 많은 차원을 포괄하는데 중앙은행 자체의 진정성, 역량, 공공의 이익과의 부합 여부 등에 대한 공중의 인식이 그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비공식적 규범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무형의 자산)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에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기는 쉽다.

‘금리, 인플레이션’ 오르면 중앙은행 신뢰도는 떨어져

지금까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는 설문 조사가 폭넓게 활용돼 왔다. 하지만 해당 방식에 의한 신뢰도 측정은 낮은 데이터 수집 빈도와 폐쇄형 문항, 피조사자들이 보이는 각종 편향 등으로 한계를 보여 왔다. 트윗 분석을 통한 신뢰 지수는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백만 개의 트윗을 연준에 대한 지지, 비판, 중립, 무관 등 카테고리로 구분한다.

연준에 대한 신뢰 지수 추이
주: 기간(X축), 신뢰 지수(긍정적 트윗과 부정적 트윗의 차이, Y축), 주간 단위 신뢰 지수(회색), 4주 단위 이동 평균(적색)/출처=CEPR

이렇게 만들어진 신뢰 지수를 통해 과거 중앙은행 신뢰도의 변화 패턴을 볼 수 있다. 2010~2023년 기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 연준 의장 교체,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 급등 등에 따라 신뢰 지수는 등락을 거듭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신뢰도 추락은 2020년 초반 팬데믹 상황에서 나타나 저점을 찍었다. 이후 2021년 중반까지 상승을 이어갔으나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다 2023년 말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면서 2018년 이전 평균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신뢰 지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가장 먼저 금융 시장 지표가 꼽히는데 채권 수익률, 인플레이션 기대치, 금융 시장 변동성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연방 자금 금리(federal funds rate, 연방 자금 대출 적용 금리로 대표적인 단기금리)가 1 표준편차만큼 오르면 신뢰도가 11%P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 지수 영향 요소(1 표준편차 하락에 따른 신뢰 지수 영향)
주: 인플레이션 기대치, 연방 자금 금리,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변동성 지수, 통화정책 보고서 발간, 잭슨홀 연설, 연준 의장 교체, 통화정책 무관 사건(내부 거래 의혹+팝유어칼라 트렌드), 트럼프 트윗, 신뢰 지수 상승 요인(녹색), 신뢰 지수 하락 요인(적색)/출처=CEPR

적극적인 소통과 캠페인, 대중 정서에 긍정적 영향

투명하고 적극적인 소통도 신뢰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통화정책 보고서(Monetary Policy Report) 발간이나 연준 의장의 연례 잭슨홀(Jackson Hole) 연설 등은 대중의 정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연중 의장의 교체가 대중의 기대감을 높여 신뢰를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통화 정책과 상관없는 일로 신뢰도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내부자 거래 의혹과 같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 구성원들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추문은 신뢰도를 급격히 추락시킨다. 이러한 추문이 불거지는 경우 신뢰 지수는 최대 20%P까지 하락했다.

이에 반해 퇴임한 자넷 옐런(Janet Yellen) 전 연준 의장을 기념하기 위한 ‘팝유어칼라 트렌드’(#PopYourCollar trend, 셔츠나 재킷의 칼라를 올리는 패션 스타일, 자신감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을 묘사)는 긍정적 정서를 밀어 올린 대표적 사례다. 한편 연준 독립성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되는 트럼프(Trump) 대통령의 트윗은 신뢰 지수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앙은행 신뢰 하락, 경제에 ‘장기적 부작용’

이렇게 특정한 사건 및 트렌드가 신뢰 지수에 급격한 영향을 주는 신뢰 쇼크(shocks to trust)는 그만큼 회복도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경제적 부작용은 오랫동안 지속된다. 금융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고 주식 시장 하락 원인을 제공하며 전반적인 사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기대치와 단기 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통화정책 무관 사건(내부 거래 의혹+팝유어칼라 트렌드)이 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
주: 신뢰도, 현물 스왑 금리, 총수요 충격, 향후 5년 평균 인플레이션 예상, 나스닥 지수, 연방 자금 금리, 연방 자금 선물 금리,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변동성 지수(좌→우, 상→하)/출처=CEPR

이렇게 볼 때 신뢰 쇼크는 공급 차질의 패턴과 유사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정책 당국을 인플레이션 통제와 성장률 유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신뢰 지수 자체는 금세 회복되지만 경제적 영향력은 잠재적으로 남아 뒤이은 위기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신뢰 지수는 급변하는 초기 대중 정서를 효과적으로 잡아내지만 장기에 걸친 신뢰도의 변화를 모두 측정하지는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내부 거래 등 비윤리적 행위는 “치명적”

이번 신뢰도 측정 연구는 각국 중앙은행들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주요 관계자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신뢰를 깎아 먹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은행들은 내부자 거래로 비칠 수 있는 금융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엄격한 행동 수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신속한 조치도 필수적이다.

한편 투명하고 선제적인 소통도 신뢰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통화정책 보고서 발간이나 연준 의장의 연설이 신뢰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는 명확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팝유어칼라 트렌드’와 같이 창의적이고 공감을 자아내는 캠페인도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신뢰도에 대한 실시간 측정 지표는 중앙은행이 다가오는 위험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신뢰 쇼크가 아직까지는 미국 경제에 파국적 영향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높아지는 정치적 압력과 맞물려 경기 순환을 방해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데이비드 에이크먼(David Aikman) 킹스 비즈니스 스쿨(King's Business School)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new measure of trust in central banking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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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