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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경기와 금융 사이클, 서로 다른 실질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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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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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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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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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사이클과 금융 사이클의 속도 차이
단일 금리 전제의 한계와 정책 딜레마
거시건전성 병행한 이중 중립 체계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기 사이클과 금융 사이클은 전혀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경기는 대체로 2~5년 단위로 변동하는 반면, 대출 규모와 부동산 가격이 주도하는 금융 사이클은 10~20년에 걸쳐 전개된다. 문제는 두 사이클을 안정시키는 ‘자연’ 실질금리가 항상 같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를 기준으로는 적정한 수준이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는 지나치게 완화적일 수도 있고, 반대로 금융 사이클을 맞추면 경기 회복을 억누를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경기 사이클만 고려해 금리를 조정하면 금융 부문에서 과도한 차입과 자산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반대로 금융 사이클만 겨냥하면 회복세가 미약한 실물경제가 더 위축된다. 결국 통화정책은 하나의 금리로 두 개의 다른 사이클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사진=ChatGPT

단일 금리 전제의 한계

경제 교과서 속 통화정책 이론은 하나의 실질금리만으로 경제 전반의 균형이 이뤄진다고 전제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기를 안정시키는 금리와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는 금리는 서로 다른 수준에 존재한다.

이 차이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 대출 규모와 주택 가격의 변동은 국내총생산(GDP)보다 훨씬 느리고 파동도 크다. 유럽중앙은행은 대출·주택 사이클이 경기 사이클과 길이와 전환점에서 다르다고 분석했다. 일부 연구는 금융 사이클이 국가별로 크게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이 활발한 개방경제에서는 경기와 금융 사이클의 흐름이 크게 어긋난다. 평균적인 주기에 맞춰 금리를 정하면 경기에도 맞지 않고, 금융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차이를 외면한 금리 정책은 중립적일 수 없다. ‘중립 금리’란 성장을 자극하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상태를 뜻하지만, 기준이 경기와 금융 사이클 사이에서 갈라지면 어느 지점이 중립인지 자체가 달라진다.

실질 GDP(그래프 a) 및 소비자 물가상승률(그래프b) 추세
주: 연도 및 시나리오(대출 주도 제조업 호황, 국내 수요 약화 및 수출 보조금, 국내 수요 약화, 수출 보조금 및 비대칭 보복)(X축), 기준 성장률 대비 편차(Y축/유로 지역(파란색 막대), 미국(노란색 점)

흔들리는 중립의 기준

동아시아의 사례는 이 문제를 분명히 보여준다. 경기 사이클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이고, 중국과 일본은 긴축적이다. 그러나 금융 사이클로 평가하면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며 불확실성 폭도 커진다.

이는 단순히 측정 기법의 문제라기보다 금리가 경제 전반에 전달되는 경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경기 사이클에서는 금리가 소비와 투자, 인플레이션을 통해 효과를 내지만, 금융 사이클에서는 차입 확대와 자산 가격, 부채 구조를 통해 다른 파급 경로를 만든다. 결국 중립 금리는 고정된 하나의 수치가 아니라, 시간 주기와 경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이다.

정책 딜레마의 현실

한국은 대표적 사례다. 국제 예측기관들은 관세 부담, 투자 부진,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2025년 성장률을 1% 안팎으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국적 침체 속에서도 수도권 수요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앙은행이 경기 사이클 기준으로 금리를 낮추면 경기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집값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반대로 금융 안정을 고려해 금리를 올리면 이미 약해진 성장세가 더 위축된다. 두 사이클의 괴리가 정책 결정을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19~2024년 한국 금융 사이클과 경기 사이클의 균형 금리 차이(단위: bp)
주: 연도(X축), 금리 차이(Y축)

일본은 장기적 관점에서 비슷한 교훈을 준다. 수년간 초저금리와 대규모 자산 매입을 이어오다 2024년에 들어서야 정책 조정이 시작됐다. 성장률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일부 자산시장은 여전히 글로벌 유동성과 환율 변동에 민감했다. 금융 사이클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금리는 경기 사이클에 비해 더 긴축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성장세가 거의 멈춘 상황에서도 금리의 작은 움직임이 금융 부문의 부채와 자산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금리라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책결정에 미치는 시사점

정책적 해법은 단기 금리와 거시건전성 정책을 분리해 운용하는 것이다. 단기 금리는 기대 인플레이션 등 경기 사이클을 중심으로 결정하고, 금융 사이클 관리에는 대출 규제, 자본 규제, 차주별 규제 같은 거시건전성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금리를 낮추면서도 과열 지역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고, 동시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조치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서울과 지방의 가격 흐름이 엇갈릴 때 당국이 실제로 취한 대응과도 일치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금융 여건 지표가 통화정책과 같은 흐름을 보이거나 때로는 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대출과 부동산 사이클이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단기 금리를 낮추더라도 거시건전성 규제를 자동으로 강화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두 가지 중립 금리의 추정 범위와 불확실성을 공개하고, 어떤 목표가 우선되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예컨대 경기 사이클 기준 금리가 실질 0.5%, 금융 사이클 기준 금리가 1.5%라면, 정책금리를 0.5%포인트 낮추면서 동시에 과열 지역의 LTV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정밀한 수치가 아니라 일관된 원칙이다.

두 가지 기준의 실질금리

결국 실질금리는 단일한 수치가 아니다. 단기 경기 안정과 장기 금융 안정이라는 두 기준이 공존하며, 어느 쪽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도 달라진다. 이 복잡성을 외면하면 현재의 경기 둔화나 미래의 금융 불안 가운데 하나는 피하기 어렵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병행하는 이중 중립 체계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대안이다. 정책은 목표를 분명히 하고,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수단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실질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할 때, 정책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One Price, Two Cycles: Why the "Natural" Interest Rate Splits in Practice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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