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침체에 흔들리는 지방은행, 순이익 줄고 연체율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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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순이익 줄고, 시중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 지방 경기 침체에 은행권 경쟁 심화로 수익성 흔들 연체율 1.14%로 위험 수준, 15년 만에 최고치 기록

올해 상반기 5대 지방은행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가운데, 연체율과 부실자산이 빠르게 불어나며 지방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수도권 집중 산업구조와 인구 감소로 지역 경기가 위축된 데다, 인터넷은행·시중은행과의 경쟁 심화까지 겹치면서 지방은행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銀 순이익, 1년 새 22.4% 줄어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 및 iM뱅크 등 5대 지방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총 9,316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경남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2,043억원에서 올해 1,585억원으로 22.4%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광주은행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1,611억원에서 1,484억원으로 7.9% 감소했다. 전북은행과 부산은행은 각각 3.5%,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일하게 iM뱅크만 순이익이 22% 증가했다.
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2.5% 증가한 9조2,847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5,4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0% 늘었다. 신한은행은 6,732억원으로 65.7% 확대됐다. 하나은행은 7,406억원, 우리은행은 6,600억원으로 각각 74.4%, 7.8%씩 성장했다. NH농협은행도 3,789억 원으로 2.9% 늘어났다. 비중이 가장 큰 이자이익은 21조776억원으로 같은 기간 0.1% 증가했다.
연체율 상승에 고정이하여신도 쌓여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한 배경에는 지방 경제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지방은행은 오랜 기간 지역 중소기업과 주민에게 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자금의 선순환을 이끌어왔으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전국 영업으로 경쟁이 심화한 데다 디지털 금융 확산, 수도권 중심 산업구조 심화, 지방 인구 감소 등이 겹치며 지방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총자산은 지방은행의 44%까지 따라붙었다.
특히 연체율 악화가 뚜렷하다. 연체율이 오르면 은행은 돈 떼일 것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려야 하고, 이는 경영 악화로 이어진다. 올해 1분기 5대 지방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1.14%로,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0.81%)과 비교해 3개월 새 0.33%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연체율 0.35%와 비교해도 3배가 넘는 격차다.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1.03~1.14% 수준으로 △전북은행 1.53% △iM뱅크 1.32% △광주은행 0.96% △부산은행 0.7% △경남은행 0.65% 순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고정이하여신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이 많을수록 은행은 빌려준 돈을 떼여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5대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상반기 기준 총 1조9,44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523억원)과 비교해 6개월 새 33.9% 급증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1%를 넘었다는 것은 지역 경기가 침체를 넘어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며 “건설업과 임대업의 부실이 지역의 제조업과 자영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 규제로 제동
한편 지방은행을 추격하며 몸집을 키워온 인터넷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제한 정책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6월 27일 금융위원회는 대대적인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분을 연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한도는 금융 소비자의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시행으로 금융권 가계대출 연간 증가분이 연초 목표치 대비 20조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으로 인터넷은행은 하반기 가계대출 공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는 업력이 짧은 인터넷은행에 더 치명적이다. 시중은행은 수십조원대 가계대출을 운용하며 이자수익을 넉넉히 확보한 상황인 데다 기업 대출 비중을 키우거나 투자 등 여신 외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가계대출 외 마땅한 수익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전체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은 93.4%에 달한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걸음마 수준이고 중소기업 대출은 시작도 못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운용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이자수익에 미치는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는 25조원, 9조원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각각 16조원, 8조원 늘었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1월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해 왔는데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한 자리에서 케이뱅크의 영업 실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