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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서비스 먹통에 투자자 피해 누적
사용자 경험 개선에만 투자·역량 올인
여론 “기술 기업 포지셔닝, 과대포장”

토스증권이 잦은 전산장애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정규장 거래 중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 등 투자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내부 개발 인력의 대거 이탈까지 겹치면서 서비스 품질에도 추가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선 토스가 기술 내재화는 미뤄둔 채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비핵심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지어 일각에선 기술력이 아니라 포장에만 몰두한 ‘기능 회사’라는 비난에 가까운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MTS 등 전산 설계 미비 드러나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등 국내 5개 증권사에서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생한 전산 오류는 총 2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장 시간 및 최다 오류를 낸 증권사는 토스증권으로 파악됐다. 특히 토스증권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프로그램 오류로 장장 86시간 동안 장애가 지속됐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며 기술적 허술함을 드러냈다.
토스증권은 전산 장애 건수 자체도 7건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최근의 전산장애는 지난달 12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11시 56분경 일시적으로 시스템 점검 팝업이 노출되면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일부 고객이 접속할 수 없었다. 해당 시간대는 미국 증시가 열린 시간대로,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관세 휴전 소식을 알리며 상승장이 연출된 상황이었다. 매수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사고가 있기 불과 사흘 전인 5월 9일에는 오후 5시 39분부터 약 14분간 MTS 접속이 제한됐다. 오후 5시 39분은 한국거래소 정규장은 종료된 시간이지만, 시간 외 거래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저녁 8시)이 열리는 시간이다. 이날 네이버 종목 토론방에는 “시장가로 매도를 계속 누르는데 주문이 거부된다”, “실시간으로 돈이 증발하는 게 보인다”, “눈 뜨고 얼마를 손해 보는지 모르겠다” 등 토스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다.
업계는 반복된 전산장애의 원인으로 토스증권의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실제로 토스증권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12명의 IT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 키움·한국투자증권(4명), 미래에셋·메리츠증권(2명)보다 각각 3배, 6배 많은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토스증권 시스템이 사람 중심의 운영 방식에 의존하는 측면이 큰데, 최근엔 인력 충원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오류에 더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중심 소비자 회사’ 프레임에 의문부호
이 같은 토스증권의 상황은 전산 장애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울이는 경쟁사들의 행보와 대비돼 더 열악하게 다가온다. 키움증권은 올해 검증 시스템과 IT 서비스 관리시스템을 구축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재기동 매뉴얼을 보완하고 최종 검증 프로세스를 추가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원장 시스템 서버를 교체하면서 해외 백업 중개사를 확보한 상태다. 토스증권이 최소한의 인력조차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 장애를 반복하는 동안 경쟁사들은 관제 시스템을 강화하며 저만치 앞서 나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토스증권의 전략이 ‘사용자 경험 중심’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직관적 디자인, 간편한 화면 전환, 세련된 인터페이스 덕분에 초기에는 젊은 층 중심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었지만, 그러는 동안 실제 증권 서비스의 기술은 미뤄뒀단 지적이다. 사용성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핵심인 백엔드, 서버 아키텍처, 트래픽 분산 설계에는 투자가 부족했고, 이는 반복적인 시스템 장애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토스가 IT 기업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IT 인프라에 대한 이해와 책임은 부족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나아가 토스가 내세우는 개발자 문화가 실제 기술 자립도와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온라인 개발자 커뮤니티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토스는 자체 기술보다는 외부 오픈소스와 상용 솔루션에 기반한 아키텍처를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는 토스의 기술 내재화에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술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발 역량을 포장하고, 브랜딩에만 집중해 온 결과가 지금의 시스템 불안정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시장이 토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편하냐’에서 ‘시스템 설계 자체를 믿을 수 있느냐’ 차원으로 옮겨간 배경이다.

진짜 기술기업, 안정성·처리 성능으로 말해야
토스는 창립 초기부터 스스로를 기술 기업으로 규정하며 전통 금융사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해 왔다. “기술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슬로건 아래 빠르고 직관적인 서비스를 앞세워 성장했지만, 반복되는 시스템 장애는 그들의 자기 정체성을 정면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결국 브랜드 신뢰를 갉아먹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전산장애는 여타 증권사들 또한 골머리를 앓는 문제지만, 토스처럼 반복적인 접속 불능은 투자 실패의 원인이 돼 투자자들의 금전적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증시가 열리는 특정 시간대 등 예측 가능한 트래픽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MTS 장애가 발생한 점은 기술적 미비를 넘어 준비 부족을 드러낸 대목이다. 아울러 반복되는 장애 발생으로 사용자 불만이 폭주했음에도 이에 대한 해명과 사과는 매번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자체 장애 리포트는커녕 언론 보도 이후에야 부랴부랴 사과문을 내놓는 식이다. 이처럼 무책임한 자세는 기술력의 문제를 넘어 기업 문화 전반에 내재된 리스크를 방증한다.
이처럼 기술 기업을 자처하면서도 기술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토스의 태도는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기업이라면 핵심 시스템의 견고함과 예외 상황 대응 능력, 그리고 그에 기반한 사용자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토스가 지금과 같은 기술적 허술함을 방치하면서 계속 ‘혁신’이란 이름을 내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토스증권의 위기가 단순한 기술 미비를 넘어 신뢰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