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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없는 인수는 없다" 동양·ABL생명 노조, '매각 위로금' 1,200%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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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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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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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 정부청사 앞 기자회견
양 사 노조, 임직원 위로금 '기본급 1,200%' 보상 요구
금융위 보험사 M&A승인 관련 심사 중, 결론 촉각
1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전국사무금융노조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 인수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피인수 기업 직원들에 대한 '매각 위로금'과 고용 안정 등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각 사의 노동조합은 기본급의 1,200% 수준의 위로금을 우리금융 측에 요구한 상태며, 양 사 노조는 위로금 외에 향후 고용 안정에 대해서도 우리금융이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고용보장과 매각 위로금은 어디까지나 매도자인 중국 다자보험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공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하게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동양·ABL생명 노조, 매각 관련 기자회견 개최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전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다자그룹은 한국 보험시장 철수를 진행 중이지만, 정작 10년간 회사를 지켜온 직원들에 대한 고용보장이나 보상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우리금융지주에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금융을 향해서도 "금융위의 승인 절차가 끝난 이후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노조가 공식적으로 요청한 공문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967명, 732명으로 총 1,700명에 달한다. 이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업계 '빅3'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양 사 통합 시 자산 규모는 약 51조원(동양생명 33조3,000억원, ABL생명 17조7,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6위에 그친다. 이렇다 보니 내부에서는 인력 대비 효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21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2023년 KB생명-푸르덴셜생명 합병 당시에도 희망퇴직 등 인력 정리 절차가 병행된 바 있다.

노조는 이번 매각 거래를 "제2의 MG손보 사태"로 규정했다. 앞서 MG손해보험 매각은 노사 협의 없이 일방 추진됐다가 끝내 무산된 전례가 있다. 이기철 수석부위원장은 "자본 논리에만 몰두해 노동자 생존권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금융위원회는 공적 기구로서의 책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위로금 및 고용승계 압박 나서

현재 노조는 매각 위로금 규모를 총 1,200% 정도로 책정해 요구한 상태다. 이 같은 책정 규모는 과거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이 금융지주사로 흡수·합병된 사례나, 인수회사에서 위로금 협의를 성사시킨 사례를 볼 때 불문율로 통한 비율로 여겨진다. 실제로 과거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인수를 할 당시 오렌지라이프 측에선 2,000억원 규모의 매각 위로금 지급과 독립 경영 보장 등을 요구해 사측과의 갈등이 있었으나, 결국 흡수 합병 후 위로금 지급을 1년에 걸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라이나생명도 모기업인 미국 시그나그룹에 인수될 당시 기본급의 1,200%에 이르는 매각 위로금을 제시한 바 있다. 결국 시그나그룹 측에서 대주주변경일 이후 월 기본급의 800%를 확정하고, 추가로 근속보너스 400%를 지급했다. 이후 보험업계에선 이러한 매각에 대한 위로금 비율은 당연한 불문율로 보는 시각이 커졌다. 

보통 기업들이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 직원승계·위로금·성과급·퇴직금 등 고용안전 보장 핵심 이슈가 당연한 수순으로 꼽힌다. 타 기업들 중 매각 또는 인수하는 사례를 보면 직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의 경우 임원, 간부, 사원 등 직급에 따라 적용 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매각에 따른 회사들의 직원 보상은 인수사인 원매자들의 의무와 책임이 아니지만 이러한 부분은 통상적 관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보통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인수조건에 명시돼 있기도 하다. 

이처럼 국내에서 기업들이 매각 위로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국내 제도상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 사전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만약 대주주의 고용 안정 불이행 등으로 고발 등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금융당국이 변경승인심사를 중단할 수 있어 매각이 어려워진다.

금융위, 조건부 승인할까

노조가 기자회견에 나선 것도 금융당국의 승인 결정이 임박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말 정례회의에서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당국은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를 포함한 금융위의 결정 시기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양 사 노조가 당국에 빠른 승인을 요구하면서도 과도한 위로금과 고용 보장을 내세우고 있어 우리금융의 인수 작업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위는 지난달 26일과 지난 10일 두 차례 안건 소위에서 우리금융의 사업계획과 내부통제, 지배구조 등을 살펴봤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금융이 제출한 개선사항 등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이 나오면서다. 금융위는 매월 두 차례 정례회의를 열고 있는데, 이 회의에서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30일 정례회의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과 1조5,500억원에 이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발생해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고 지난 2월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았다.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 2등급이 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보험사 인수가 불가능하지만, 내부통제 등 개선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8월까지 보험사 인수가 되지 않으면 1,550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다자보험에 반환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도 당국이 우리금융의 보험사 M&A 관련 조건부 인수 승인에 대한 결론을 이달 안으로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양 측 노조가 금융위에 고용안정 협약 체결과 합리적 보상이 이행될 때까지 대주주 변경 승인을 유보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할지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매각을 앞두고 있는 양 사 보험사 측의 위로금에 대한 사측 간의 진통은 금융위의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양 그룹 측의 사전 교착 합의 방식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개선은 물론 완전한 매각을 위해 적극적인 내부 체질 개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매각 방식에 대한 장점과 특징이 명확한 만큼 원매자별로 우호적인 거래구조가 최종 매각 성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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