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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사업도 위기 앞에선 매각 1순위, 애경그룹 ‘덜어내기’에 시장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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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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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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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화장품 제조 애경산업 매물로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에 복수 PEF 관심
가격 이견 좁히기 관건, 여러 시각 공존

재계 서열 62위 애경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꾸준한 원매자가 있는 제주항공 등 여타 계열사를 두고 그룹의 모태와도 같은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을 매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애경그룹의 재무 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한 가운데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까지 줄줄이 부진에 빠지면서 위기가 본격화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매각 작업 상대적으로 용이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을 위해 잠재적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티저레터(TM) 배포에 나섰다. 매각 추진 대상은 경영권 지분 약 63% 규모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와 ‘2080’,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 등을 보유한 생활용품·화장품 제조 기업으로 그룹의 모태 사업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애경이 그룹의 모태를 시장에 내놨다는 점에 주목했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외에도 제주항공, 애경케미칼 등 여러 핵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항공사 매물의 경우 꾸준한 원매자가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 한 해만 보더라도 대명소노그룹의 소노인터내셔널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인수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를 인수하는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현대글로비스가 출자하는 등 투자가 활발히 이뤄졌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선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과 체리에어(옛 하이에어)도 새 주인을 맞았다.

다만 항공업의 특성상 인수자가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하는 등의 절차적 번거로움이 따른다. AOC는 항공운송사업 운항을 허가하는 증명으로, 최대 주주 변경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도 재취득 사유에 해당한다. 안전운항증명을 재취득하고 항공기를 재도입해 실제 운항에 나서기까지는 최소 수 개월이 걸린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주주 구성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있다는 점도 매각에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단순한 기업 매각을 넘어 지역 경제와 항공산업 특성 등이 얽혀 있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다. 제주도는 제주항공 주식 8,064만 주 가운데 256만 주를 보유해 3.18%의 지분율을 기록 중이다. 원매자를 찾는다고 해도 매각에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비교해 애경산업의 매각은 상대적으로 수월히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 내 K뷰티 열풍이 뜨거운 만큼 제조 역량을 갖춘 애경산업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IMM프라이빗에쿼티, JKL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한투파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꼽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애경산업 측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초기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상장 소비재라는 점 때문에 완주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다 브랜드가 탄탄한 만큼 일단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 희망 매각가 6,000억원 선

다만 가격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과 실적 안정성 등을 부각해 매물 가치를 높이려 하는데, 애경그룹이 구조조정으로 급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이 협상에 불리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애경그룹 내부적으로는 애경산업 매각으로 6,000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이보다 훨씬 낮다.

4일 종가 기준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4,200억 원 수준이다. 애경그룹이 보유한 지분율(AK홀딩스 45.08%, 애경자산관리 18.05%) 약 63%를 적용하면, 2,65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지분율이 과반이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해 30%의 가치를 더 얹는다 해도 3,450억원을 소폭 밑돈다. 채 부회장이 원하는 6,000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의 실적이 안정인 만큼 원하는 매각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이 지난해 거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30억원이으로, 통상 인수합병 시장에서 EBITDA의 10배 안팎에 거래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6,000억원의 매각가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채 총괄부회장이 급박하게 내놓는 매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PEF들이 애경그룹에 협상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다른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기도 힘든 만큼 PEF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나아가 애경산업이 보유한 브랜드의 매력이 기업가치를 후하게 칠 만큼 긍정적이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영업이익이 들쑥날쑥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애경산업의 최근 10년간 영업이익률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에는 시장 호황에 힘입어 11.3%를 기록했으나 부진할 때는 3.8%(2020년)로 쪼그라들었다.

애경그룹 본사에 조성된 '애경 시그니처 존'/사진=애경산업

위기 심화 전 매각 완료에 방점

인수전이 흥행한다면 채 총괄부회장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약진과 부진을 오가는 불안정한 애경산업을 떼어내 유동성을 확보하고, 종국에는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어 국내 뷰티 시장 3위를 기록하던 애경산업은 지난해 년엔 구다이글로벌과 에이피알에 밀려 5위로 추락했다.

앞서 언급했듯 실적 또한 좋지 않았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최근 몇 년간 부진을 거듭한 것이다.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의 70%에 달한다. 여기에 에이지투웨니스 등 주력 제품들이 홈쇼핑과 중장년층 소비자 위주였던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신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이 북미 시장과 2·30대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애경산업은 역성장을 면치 못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업력과 전통이 있는 브랜드를 가진 애경산업을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상실 중인 애경산업이 헐값이 되기 전에 파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업력이 길고 에이지투웨니스 등 핵심 브랜드를 보유한 애경산업이 PEF나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면 뿔뿔이 해체돼 경쟁력을 되찾을 기회마저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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