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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재현될라" 보수적 투자 기조 유지하는 국민연금, 해외 PEF 투자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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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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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이후 투자 기조 변화
여타 기관들도 발맞춰 중소형 하우스 투자 확대
"이러다 해외 PEF만 배불린다" 시장에서는 우려도

국민연금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출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불거진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국민연금이 받는 압박이 가중되자,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운용사 선정에 시간을 들이는 양상이다. 여타 기관 투자자들도 국민연금에 발맞춰 중소형 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출자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해외 PEF로 이들의 자금이 흘러 들어가며 국내 투자업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홈플러스 사태, 국민연금에 '불똥'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시 출자 사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10월 전에는 공고가 나와야 연내 위탁 운용사 선정을 마치고 올해 출자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가 운용사 선정에 나선 뒤에도 국민연금은 구체적인 출자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국민연금의 출자가 지연된 핵심 원인으로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사태가 꼽힌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6,121억원을 투자했으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 재원이 일반 시민들로부터 나오는 만큼, 곳곳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자금을 날렸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이후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재개되면서 상황은 한층 악화했다. 당국이 단순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잘잘못을 넘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펀드 출자 과정까지 살피기 시작한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이처럼 당국의 압박이 심화하기 전부터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해 왔다. 지난달 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2025년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의결해 사모투자 위탁 운용사 선정 시 평가 기준을 전면 개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성평가 항목 강화로, 수익률뿐 아니라 운용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가 새로운 심사 기준으로 공식 반영됐다. 새 기준에 따르면 운용사 선정은 제안서 심사와 구술 평가를 50:50 비율로 가중해 합산하며, 제안서 심사는 정성(40점)·정량(60점) 항목으로 세분된다. 구술 평가에서는 ‘투자의사결정체계’ 항목이 10점 배점으로 도입되고, 이 가운데 5점이 ‘사회적 기준·규범에 부합하는 투자 대상 선정 여부’를 기준으로 부여된다.

이 항목은 사실상 위탁사 선정 시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위탁 운용사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국내 주요 PEF 대부분이 정량지표(성과, 규모, 인력 구성 등)를 충족하는 만큼, 정성적 요소가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PEF 관계자는 “정량은 사실상 만점이 기본”이라며 “정성 평가로 운용사 간 순위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큰 변화다”라고 말했다.

펀드 결성 규모 줄이는 기관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보수적 출자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개편했다고 진단한다. 시장의 뭇매를 맞은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몸 사리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8일 벤처캐피탈(VC)을 대상으로 개최한 출자 사업 설명회 자리에서 출자 비율을 전년 대비 10%P 낮은 25%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출자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곳곳에서는 출자 비율이 줄어듦에 따라 총출자 금액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중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4개 VC에 총 2,000억원을 출자했다.

국내 기관투자자 중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소극적 투자를 이어갈 경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조 단위' 딜을 찾아보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투자가 위축되면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다른 기관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투자 역시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블라인드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 제안서 접수 과정에서 펀드 최소 결성 규모를 1,000억원까지 대폭 축소했다. 2023~2024년 펀드 최소 결성 규모를 5,000억원으로 설정하며 대형 하우스 위주로 출자를 진행하던 우본이 중소형 하우스 중심으로 노선을 전환한 것이다. 이 밖에도 군인공제회 역시 올해 출자 사업 펀드 최소 결성 규모를 1,000억원으로 기존보다 낮게 잡았고, 신협, 새마을금고 등은 펀드 결성 규모에 상한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중소형 하우스에 기회를 제공했다.

기관 자금 해외 PEF 유입 가능성 커져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한국 산업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형 하우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PEF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해외 PEF는 그 규모와 글로벌 운용 능력에서 명백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중소형 국내 하우스와 해외 PEF에 전략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선택지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미 국민연금이 수년 전부터 해외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8월 공시한 대체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PEF 총투자액은 52조8,1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PEF가 차지하는 비중은 17.2%에 그쳤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세계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투자(40.1%)'였고, 이어 북미(22.0%)와 유럽(15.4%), 국내 제외 아시아(5.3%) 등이 뒤를 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기조 변화로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할 시, 국내 PEF 업계의 펀드레이징 환경이 악화하며 기업 성장을 위한 자본 공급이 대폭 축소될 위험이 있다. 은행 대출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중소 ·중견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며 업계의 성장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해외 PEF는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힘을 싣는 경향이 있어 국내 중소·중견기업보다는 대형 우량 기업에 관심을 가질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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