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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0.5% 감소에서 큰 폭 성장 전환 GDP 4.99% 늘린 수출은 수입 감소 때문 민간 기업 투자도 대폭 위축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 회복력과 확장의 징후로 읽히는 이 수치는 일견 경제의 견조함을 방증하는 듯 보이지만,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만들어낸 착시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하반기 경착륙의 전조일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수입 감소가 GDP 상승으로 이어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2분기 GDP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2%대 중반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1분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해 기업들이 수입을 일시적으로 크게 늘리며 GDP 성장률이 0.5% 역성장을 기록했었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2분기 성장률의 주요 동력으로 수입 급감을 지목했다. 1분기와는 반대로 2분기에는 순수출이 GDP 성장에 크게 기여 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4.99%에 달했다. 수출이 1.8% 감소했지만, 수입이 더 큰 폭인 30.3% 줄어들면서 순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수입 위축은 내수 생산 확대나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구조적 변화의 결과가 아니었다. 올해 초 도입된 추가 관세와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 불확실성 속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1분기 중 선제적으로 재고를 비축한 뒤 신규 발주를 사실상 중단하며 발생한 ‘기형적 위축’이었다. 즉 2분기 성장률은 생산 확대나 소비 증가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이미 들여온 재고를 소진하며 연명한 결과였다. 이는 내실이 결여된 ‘공허한 성장’으로 평가되며,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부호를 남긴다.

민간 지출 증가율도 낮아
실제로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인프라 지출은 여전히 위축 국면에 머물러 있다. 특히 관세 불확실성이 공급망 전반에 불신을 확산시키며, 장기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다수의 기업들은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치중하며 관망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통상 환경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는 대규모 자본 집행은 실현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고용 창출과 생산성 개선이라는 성장의 두 축이 제약받고 있으며,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 또한 위축되고 있다. 실제 2분기 민간 국내 투자는 15.6%나 급감했고, 외국인 사업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7%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재고를 급격히 줄인 결과다.
2분기 성장에 일정 부분 기여한 민간소비 역시 그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소비는 GDP 성장에 0.98% 기여했다.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수요의 핵심 지표인 민간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는 불과 1.2% 올랐다. 2022년 4분기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이미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향후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실질 구매력은 추가로 위축될 수 있다. 특히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 소비 둔화는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 또한 사실상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렀다. 아시아, 유럽 등 일부 국가들에 부과된 보복관세로 인해 미국 수출 기업들은 주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 수출 기반을 잠식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분기 성장률의 실질적 원천이었던 1분기 재고 확보 역시 일회성 효과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더 이상 기존 재고에 의존할 수 없으며, 새로운 조달을 위해서는 관세 부담을 수용해야 하는 구조에 직면했다. 3분기에는 공급 비용 상승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물가 압력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짜 시험대는 하반기
경제학자들은 통상 마찰의 실질적 충격이 이제야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공급망 교란, 수출 기회 상실, 투자 위축 등 누적된 불균형이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중국 경제는 뚜렷한 둔화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은 여전히 불안정한 회복세에 머물고 있다. 일부 신흥국은 부채 부담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외부 수요에 기대 경제 성장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와 성장률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긴축을 조정하거나 완화로 선회할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거나 성장률이 급격히 추락하지 않는 이상 금리 기조는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통화 정책은 사실상 정지된 상태에 가까우며, 경기 대응 수단으로서의 유연성도 제한적이다.
연방정부의 재정 역시 여의치 않다. 통상 피해 업종을 겨냥한 보조금 지출이 확대되면서 재정 여력이 소진되고 있는 데다, 미 의회는 예산안 처리와 경기 대응을 둘러싼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수단 역시 제한적이며 이는 경기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업 간 회복 양상의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기술 및 에너지 업종은 내수 기반과 공급망 자립도가 높은 덕분에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조업·유통업·농업 부문은 관세와 수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수익성과 고용 측면 모두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비대칭 회복은 지역·계층 간 경제적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향후 정책 대응에도 복잡성을 더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