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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비용 추산액에 잡히지 않는 손실 규모 확대 교육 차질, 인재 유출 등 인적 자본 피해 장기화 인적 자본 회복 중심의 전후 재건 방향 설정 필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발생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2조4,000억 달러(약 3,450조원)에 달한다. 이는 2025년 이탈리아 전체 경제 규모와 비슷하고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도 근접한다. 러시아가 이미 1년 치 경제 생산 규모에 해당하는 비용을 전쟁으로 소진한 셈이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10년간 필요로 하는 복구·재건 비용도 5,240억 달러(약 753조원)로 2024년 GDP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금액만으로는 전쟁의 총비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전쟁이 남긴 피해는 단순한 인프라 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인구 이동, 교육 중단, 연구 협력 붕괴, 인력 손실처럼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뒤따른다.

통계에 안 잡히는 인적 자본 손실
인적 자본은 사람들의 기술, 지식, 경험을 의미한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이 자산이 튼튼해야 하지만 전쟁은 이런 기반을 무너뜨린다. 지금까지 전쟁 비용 계산은 파괴된 건물, 줄어든 생산, 돈으로 환산된 복지 손실을 더하는 단순한 합산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피해를 놓친다. 특히 교육 체계의 붕괴와 인재 유출 같은 장기적 손실은 당장 수치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쟁 이후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다. 현재 집계된 2조4,000억 달러(약 3,450조원)는 최소치에 불과하다. 교육 예산 삭감과 인적 자원 손실까지 반영하면 전쟁의 실제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주: 우크라이나, 러시아, 동유럽 평균(위에서 아래 순서), GDP 성장률, 물가상승률, 소비, 투자, 경상수지 변화(좌측부터)/전쟁 전 전망치(검정 선), 전쟁 발발 후 수정 전망치(빨강 선)
러시아의 손실 규모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입은 피해는 더 복잡하다. 군 사상자는 70만~120만 명에 달하고, 최소 80만 명이 경제·정치적 이유로 해외로 이주했다. 쿠르스크주 등 국경 지역에서는 12만 명이 피란했고, 참전군인 범죄 피해자는 1,500명 이상(사망 242명 포함)으로 추산된다.
기술 분야 피해도 크다. 제재 이후 반도체 수입은 70% 줄었고, 항공기 생산은 목표치의 10%에도 못 미쳤다. 자동차 생산은 2022년 반토막 난 뒤 부분적으로 회복했지만, 공급망 혼란은 여전하다.
지정학적 손실도 이어졌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NATO)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와 나토가 맞닿는 국경이 1,340㎞ 늘어남에 따라 러시아는 서쪽에서 더 많은 군사적 압박에 노출됐다. 아르메니아, 시리아 등 기존 동맹국에 대한 영향력도 약화됐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2024년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해 러시아 영토 172제곱마일을 확보했다.
경제 여파는 전방위적이다. 외화보유액 3,400억 달러(약 488조원)가 동결됐고, 에너지 수익은 785억 달러(약 113조원) 줄었다. 정유시설이 파괴돼 국내 휘발유·디젤 생산의 6분의 1이 멈췄고, 해외 기업 467곳이 철수했다.
이 모든 인도적·기술적·지정학적 손실은 러시아 경제와 사회를 잠식하지만, 2조4,000억 달러(약 3,450조원) 추산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 전쟁 청구서는 훨씬 더 크다.

주: 각국 GDP 손실액(왼쪽 그래프), GDP 대비 손실 비율(오른쪽 그래프)
교실로 이어지는 기회비용
전쟁은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뒤바꿨다. 유럽연합(EU)은 난민 아동 교육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새로 배정해야 했다. 2025년 6월 기준 EU에서 임시 보호를 받는 우크라이나인은 430만 명이며, 이 중 3분의 1이 학령기라고 가정하면 초·중등학교 학생이 140만 명 늘어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은 약 1만1,900달러(약 1,650만원), 초등학생은 1만700달러(약 1,480만원)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난민 아동 교육비는 매년 110억~140억 유로(약 16조21조원)에 이르며, 상담, 언어교육, 교통, 시설 확충 비용은 제외된 수치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교육 부문 피해액도 134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 이 비용은 단순 손실이 아니라 미래 성장과 평생 소득을 지키기 위한 투자다.
전쟁 예산이 잠식한 러시아의 교육
러시아 재정은 전례 없이 군사화됐다. 2024년 국방비는 1,490억 달러(약 206조원)로 GDP의 7.1%를 차지했고, 2025년에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연방 예산의 3분의 1이 국방에 쓰이고 있다.
재정 적자는 커지고 에너지 수익은 줄어들었다. 표면상 명목 예산은 유지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보건과 교육 예산이 먼저 깎인다. 러시아산 원유에 부과된 가격 상한제와 제재를 피해 운항하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유조선 단속은 에너지 수출업체 비용을 늘려 재정 여유를 더 줄였다. 이런 구조가 이어지면 교육과 연구에 대한 투자는 계속 줄어들고, 미래 성장 동력까지 약화된다.
빚을 갚는 일, 길고 가파르다
전쟁이 끝나면 경제 규모가 큰 나라가 성장을 통해 빚을 감당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를 봐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미국의 전쟁 후 부채 비율이 1946년 106%에서 1974년 23%로 떨어졌지만, 이는 단순한 경제 성장 때문이 아니었다. 재정 흑자, 금융 억압,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였다.
지금 러시아는 훨씬 더 험난한 길을 마주하고 있다. 낮은 잠재 성장률, 높은 국방비, 취약한 인구 구조, 국제 고립으로 인한 자본 조달 비용 증가까지 부담이 겹쳤다. 우크라이나의 10년 재건 비용 5,240억 달러(약 753조원)도 자체 세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동결 자산 수익과 국제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교육 중심의 전후 배상 체계
전쟁이 남긴 가장 지속적인 피해가 인적 자본 손실이라면, 전후 배상도 교육을 중심에 둬야 한다. EU는 이미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도록 승인했다. 이를 확대해 ‘교육 회복 기금(Education Recovery Facility)’을 만들면 학교 재건과 현대화, 교사 교육과 안전시설 확충, 난민 아동 지원 서비스 유지에 쓸 수 있다. 세계은행의 4차 긴급 재건 피해 및 수요조사(RDNA4) 보고서는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고, 각국 정부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재원을 더할 수 있다. 제재 위반 벌금을 이 기금에 넣으면 제재 집행이 곧 교육 재원이 되는 구조도 가능하다.
전쟁 비용을 둘러싼 오해
전쟁 비용을 두고 여러 주장이 나온다. 러시아가 제재를 견뎌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제 수치를 보면 얘기는 다르다. 유가 변동과 제재 강화로 재정은 불안정해졌고 적자는 더 깊어졌다.
유럽이 국방비 때문에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EU의 공교육 지출은 이미 GDP의 4.6~4.7% 수준으로, 이 비율을 유지하면서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을 교육 재원으로 활용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도로와 건물부터 먼저 복구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세계은행 RDNA4 보고서는 교육을 피해 규모가 가장 큰 분야 중 하나로 꼽았다. 교육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민간 경제가 다시 움직이고, 이민이 줄어 현지에 머물 이유가 생긴다.
외면할 수 없는 청구서
현재 추산된 전쟁 비용만으로는 전체 피해를 설명하기 어렵다. 전쟁 이후 사회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인프라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에 달려 있다. 교육을 후순위로 미루면 교사와 학생이 줄고 학습 격차는 커지며 인구 유출이 늘어 회복 속도는 더뎌진다. 해법은 분명하다. 각국은 교육 예산을 먼저 보호하고, 우크라이나 회복 자금에서도 교육 지원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 재건 전략을 사람과 학습 중심으로 전환할 때만 전쟁이 남긴 부담을 줄이고 장기 성장을 준비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War Bill That Won’t Go Away: Why Counting Russia’s Costs Must Start With Human Capital and End With School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